새만금에 5천억 투자?, '협약' 말고 '각서'를...왜?

[뉴스 큐레이션] 2021년 7월 8일(목)

2021-07-08     박주현 기자

'새만금에 제조업 사상 최대 5천억대 투자 협약' 

'천보비엘에스, 새만금산단 5125억원 투자' 

'새만금산단, 이차전지 글로벌 공급지로 발돋움' 

'천보비엘에스, 새만금에 5,000억 투자...새만금청 개청 이래 최고 투자액' 

전북도민일보 7월 8일 홈페이지(캡쳐)

8일 전북지역 일간지들은 새만금 투자 소식을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지면에 큼지막하게 반영했다. 금세 5천억원대 투자가 이뤄질 것처럼 1면과 2면 등에 가득 담았다. 

지난해 11월 24일 SK컨소시엄이 새만금개발청, 농어촌공사, 전북도, 군산시와 투자협약을 맺고 오는 2029년까지 새만금에 총 1조 9,7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이후 7개월여 만이다. 

그런데 흥분한 일부 신문들은 이번에도 "새만금개발청 개청 이래 처음", "제조업 사상 최대"란 표현 등을 사용하며 ‘최초’. ‘최대’를 애써 강조했다. 

"(주)천보비엘에스, 새만금 산단에 5,125억원 투자협약" 

전민일보 7월 8일 1면 기사.

전날(7일) 전북도와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은 군산 라마다호텔에서 ㈜천보비엘에스와 전기차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 전해질 제조공장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한 것이 기사의 주된 팩트다. 

이날 협약식에는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강임준 군산시장, 양충모 새만금개발청장, 이상율 ㈜천보비엘에스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기사 내용을 종합해 보면, 이번 협약을 통해 ㈜천보비엘에스는 2026년까지 새만금산단 1공구 17만1000㎡(5.1만평)에 총 5,125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또 전기차 핵심부품인 중·대형 리튬전지 고성능화에 필수 소재인 F전해질(LiFSI) 생산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470명의 인력이 고용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아울러 오는 11월 입주 계약을 체결하고 1단계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2,185억원을 투자해 200명의 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2단계로 2024년부터 2026년까지 2,940억원을 투자해 270명을 고용한다는 내용도 부각됐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처럼 언론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주)천보-(주)천보비엘에스, 어떤 기업? 

새전북신문 7월 8일 2면 기사.

그러나 정작 해당 기업에 관한 상세한 정보는 별로 없다. "㈜천보비엘에스는 충북 충주에 소재한 코스닥 상장기업 ㈜천보가 새만금 투자를 위해 설립한 신규 법인"이란 점이 주로 부각됐다. 이 외에도 장점만 보도됐다. 

(주)천보비엘에스의 모기업이나 다름 없는 ㈜천보는 '이차전지 전해질' 시장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주식시장에선 (주)천보의 지난 1분기 자산 총계가 전기 대비 7.6% 증가한 2,806억원으로 당기 순이익은 133억원으로 공개됐다.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유지하는 기업지이만 새로 만든 신규 법인을 통해 자산 총계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를 새만금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어서 주목을 끌만하다. 그래서 그런지 해당 기업의 주가가 주식시장에서 출렁이고 있다. 

전주MBC 7월 7일 보도(화면 캡쳐)

㈜천보비엘에스 이상율 대표이사가 이날 협약식에서 “전북도·군산시·새만금청의 전폭적인 지원과 새만금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며 “새만금 공장을 발판으로 이차전지 소재 분야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거듭나 새만금의 대표기업이 되겠다”고 밝힌 내용이 주식시장에서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 전해질 제조업체인 (주)천보비엘에스는 (주)천보의 자회사나 다름없는 신생 설립 법인이다. 게다가 단지 투자협약에 불과했다.

일정한 법적 효력을 가진 각서나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한 앞으로 어떤 상황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 협약만으로는 신뢰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은 그동안 많은 사례에서 보아왔다. 

협약, 신뢰성 확보 어려워...구체적 이행각서 체결 후 세부 내용 공개해야 

전북일보 2월 24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지난 2월, 삼성의 대규모 새만금 투자 실패의 악몽을 딛고 국내 대기업인 SK그룹의 새만금 투자 소식이 전북지역 언론에 의해 화려한 조명을 받은 지 불과 3개월 만에 파열음이 발생했다.

SK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24일 새만금개발청, 농어촌공사, 전북도, 군산시와 투자협약을 맺고 오는 2029년까지 새만금에 총 1조 9,7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향후 20년간 관련 기업체 약 300개사를 유치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2029년까지 아시아 허브급 데이터센터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때도 투자협약이었다. 이 때문에 일정한 법률적 효력을 지닌 각서 또는 양해각서가 체결되고 도민들에게 세부 내용이 공개돼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줄곧 제기돼 왔다. 

그런데 SK컨소시엄이 투자협약 이후 3개월이 지난 2월 군산지역 전력계통망으로는 데이터센터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파열음이 나왔다. 사전에 기반시설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때문이다.

당장 ‘변전소 송전용량 증설’을 두고 군산시와 한국전력공사가 엇박자를 보인 것이다. 투자협약 이후 송전용량 신설 및 증설 문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군색’과 ‘난색’의 모습들이 연출된 것이다. 

SK컨소시엄 2조원 새만금 투자협약, 3개월 만에 파열음 왜? 

전북일보 2020년 9월 17일 홈페이지(캡쳐)

SK컨소시엄은 “원활한 계통연계(전기수송 설비)가 안 될 경우 데이터센터 투자가 곤란하며, 투자 철회까지도 고려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밝힐 정도로 매우 심각했다. 

장및빛 청사진을 공개한 전북도와 군산시, 새만금개발청은 그 이후 뚜렷한 투자 관련 세부 추진 내역은 밝히지 않으면서 다시 ‘최대’와 ‘최초’를 내세워 새로운 투자를 자랑하고 있는 형국이다. 

일부 언론들은 7일 협약식 내용을 전달하면서 “새만금청 개청 이래 제조기업으로는 최대인 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가 새만금에 이루어 진다”며 “지난해 SK컨소시엄과 GS글로벌 등 대기업 투자에 이은 대규모 투자 유치로 새만금이 매력적인 투자처로서 주목받고 있다”고 띄웠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SK컨소시엄이 2조 1,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새만금에 추진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금세 전력계통망이 부족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토로한 상황은 기사에서 잘 보이지 않았다. 

삼성, '새만금 20조 투자 무산' 잊어선 안 돼 

전북CBS 노컷뉴스 2016년 5월 30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1년 4월 삼성은 새만금에 2021년부터 20년 동안 최대 20조원을 투자해 ‘그린 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해 전북도민들을 설레게 했다. 그런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5년 만에 태도가 돌변하고 말았다.

‘투자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2016년 투자 약속을 철회함으로써 좌절과 실망을 안겨준 뼈아픈 사례가 떠오른다.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다. 다시 선거철이 다가왔다. 또 어떤 장밋빛 청사진들이 도민들을 기만하며 좌절과 실망을 안겨줄지 모른다. 

송하진 도지사는 7일 투자협약식에서 “이번 대규모 투자 결정은 경제적 기대효과와 함께 새만금이 전기차 등 신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기업이 가진 세계적인 경쟁력과 새만금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연관 산업의 투자 유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만큼은 꼭 투자협약대로 이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