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두렵다", 왜?

진단

2021-07-06     박주현 기자

“이스타항공의 회생에 필수적인 조치들은 시작도 되지 않고 지체되고 있습니다."

"인수계약이 체결된 뒤 곧바로 운항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유 없이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 준비팀은 첫날부터 출근이 보류되었고, 사무실 계약도 보류된 듯하며, 서버조차 복구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원들이 새 회사 주인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불안과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성정이 최근 벼랑 끝에 내몰린 이스타항공의 우선 협상자로 인수합병(M&A)계약을 체결하며 회생의 기대를 갖게는 했지만, 정상화는 험하고 먼 길임을 예고한 것이어서 다시 시선을 모으고 있다. 

17개월 임금 받지 못한 노동자들, 극심한 불안 호소...내막은?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1년 5개월이나 임금을 받지 못하며 운항을 기다려온 상태다. 이 때문에 새로운 인수업체가 나타나 운항재개를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회생 및 운영과 관련하여 의지와 능력에 대한 우려감을 표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이스타항공이 우여곡절 끝에 ㈜성정이란 기업에 인수되기는 했지만 항공사의 회생에 필수적인 조치들이 지체되면서 불안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게다가 이스타항공 해고 노동자들의 복직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으면서 해고 노동자들은 불안과 실망을 동시에 호소하는 형국이다.

           뉴스웨이 6월 15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 박이삼)는 5일 입장문을 내고 “인수계약이 체결된 뒤 곧바로 운항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유 없이 항공운항증명(AOC)재발급 준비팀은 첫날부터 출근이 보류됐고, 사무실 계약도 보류된 듯하다”며 “서버조차 복구되지 않고 있다”고 의구심을 제기했다. 

박이삼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이스타항공을 개인적 금고로 사용하며 수많은 배임·횡령 등의 범죄 행위를 저지르고 회사를 매각해 매각 대금을 챙기기 위해 피땀 흘려 회사를 위해 일해 온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몬 이상직으로 인해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삶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고 먼저 밝혔다.

그는 이어 “이스타항공 회생과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주)성정이 우선협상자로 M&A 계약을 체결하며 몇 가지 우려 속에서도 회생의 기대를 갖게 했지만, 아직까지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절망의 삶은 바뀌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수계약이 체결된 뒤 곧바로 운항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스타항공의 회생에 필수적인 조치들은 시작도 되지 않고 지체되고 있다”며 “혹여 이스타항공 회생 및 운영과 관련하여 ㈜성정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의심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퇴직 충당금과 조세채권 해결 없이 향후 몇 년에 걸쳐 상환하려는 의도”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2020년 10월 23일 국회 앞 단식농성 모습)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의 이날 입장문을 종합하면, 애초 (주)성정은 차 순위 우선 협상자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1,100억여 원의 인수대금 전체가 공익채권과 회생채권 변제에 모두 쓰이는 것이 아니라 700억 가량의 대금만으로 체불임금, 미지급퇴직금, 회생채권 등을 해결하고 나머지 387억여원은 향후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인수주관 법무법인을 통해 밝혔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승계 채권인 퇴직 충당금과 조세채권은 해결 없이 향후 몇 년에 걸쳐 상환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광림 컨소시엄의 인수 제안서를 정확히 확인해야하겠지만, 코로나19 위기 속에 모든 부채를 해소하고 새 출발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림이 공개적으로 밝힌 인수대금 전체를 채권 변제를 위해 쓸 것이고 모든 부채를 없앤다는 조건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노조 측은 “이것이 어떻게 차 순위 협상자의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회생채권자든 공익채권자든 채권자 입장에서 성정(주)의 조건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노조 측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최종 허가를 내린 회생법원이 광림 컨소시엄의 제안서 내용과 성정(주)의 계약서 내용을 확인하고 불필요한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히 밝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회생관리인들이 스토킹호스 제도의 약점을 이용해 ㈜성정의 입장을 편파적으로 대변하고 기존 경영진 관리인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이날 박이삼 위원장은 "자금 조달의 의구심은 차처하고 17개월이나 임금을 받지 못했고,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인수기업이 체불임금을 모두 해결하고 다시 원래의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또 다시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등 기존 이상직의 부정부패에 동조한 경영진을 그대로 내세워 과거와 똑같이 기업을 사유화한다면 이스타항공의 회생과 정상화의 기회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당해고로 죽기 직전까지 버텨왔지만 다시 돌아갈 길 막혀 버릴까 두렵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두렵다. 또 다시 임금을 못 받을까봐 두렵고, 부당해고로 죽기 직전의 생활고를 버텨왔지만 다시 돌아갈 길이 막혀 버릴까 두렵다" 

이날 노조가 밝힌 주된 우려와 불안 요인은 이 외에도 많았다. 박 위원장은 노조원들을 대신해 "노동자들이 인수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체불임금 문제와 채권 상환을 한 번에 해결하고 빠르게 정상화 할 수 있는 기업을 바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MBC 6월 16일 보도(화면 캡쳐)

더욱이 ㈜성정이 전문경영인 대신 기존 경영인인 김유상 대표 체제로 이스타항공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동자들의 우려와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 측은 큰 문제 없이 인수진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을  언론에 흘렸다. 회사 측 관계자는 “현재 큰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고, 새 둥지도 7월 말, 늦어도 8월 초에는 입주할 예정”이라며 “운항도 이르면 10월, 늦어도 연내 이뤄질 것”이라고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주)성정, 항공사 소유 의지 강하지만 자금력 여전히 '의문'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충청권 기반의 골프장·부동산 관리 업체인 ㈜성정을 지난 6월 22일 이스타항공의 최종 인수 예정자로 확정하고 투자계약 체결을 허가했다.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금액은 1,100억원이다.

이스타항공 여객기.

그러나 이스타항공 인수 대금은 ㈜성정의 지난해 매출 약 59억원의 18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성정의 관계사인 골프장 백제컨트리클럽(약 178억원)과 토목공사 업체 대국건설산업(약 146억원)의 매출을 모두 합해도 연 매출이 400억원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역 중소 건설업체가 부채만 2,500억원에 달하는 이스타항공을 1,100억원이나 들여 인수하는 배경에 대해 의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형동훈 ㈜성정 대표의 부친인 형남순(64) 백제컨트리클럽(백제CC) 대표 겸 대국건설산업 회장이 주목 받고 있다. 그는 항공업 진출 의지가 워낙 강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10년 전부터 여러 차례 항공사 인수를 시도한 형 회장은 이스타항공 설립 초기인 2006년에도 150억원을 들여 인수를 추진한 바 있고, 2010년에는 티웨이항공의 전신인 한성한공 인수에 도전했다가 막판에 좌절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는 매우 강한 항공사 소유 의지를 지닌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지역에서 자수성가한 사업가로 알려진 형 회장은 전북 출신으로 남원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1977년 대신토건 굴착기(포클레인) 기사로 건설업계에 입문한 이후 토목공사 외에도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골프장 사업을 시작했다. 형 회장이 항공업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것도 골프장 사업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형 회장이 이스타항공 인수에는 성공했지만 넘어야 할 산들이 험난해 보인다. 당장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오랜 체불임금과 퇴직금에 미납한 공항사용료, 항공유류비, 운항증명서(AOC) 재취득비, 항공기 리스 채무 등을 포함하면 모두 2,000억원 가량의 자금 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측이 우려를 나타낸 것은 이러한 불안과 우려, 의구심이 복합된 것이서 이스타항공 회생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다음은 ㈜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의 입장문(전문)이다.


㈜성정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입장문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입니다. 이스타항공을 개인적 금고로 사용하며 수많은 배임.횡령 등의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회사를 매각해 매각대금을 챙기기 위해 피땀흘려 회사를 위해 일해 온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몬 이상직으로 인해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삶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으며 지금도 그렇습니다.

이스타항공 회생과정에서 우여곡절 끝에 (주)성정이 우선협상자로 M&A 계약을 체결하며 몇 가지 우려 속에서도 회생의 기대를 갖게 했지만, 아직까지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절망의 삶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이스타항공의 회생에 필수적인 조치들은 시작도 되지 않고 지체되고 있습니다.

인수계약이 체결된 뒤 곧바로 운항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유없이 항공운항증명(AOC) 재발급 준비팀은 첫날부터 출근이 보류되었고, 사무실 계약도 보류된 듯하며, 서버조차 복구되지 않고 있습니다. 1년 5개월이나 임금을 받지 못하며 운항을 기다려온 노동자들로서는 운항재개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지만, 혹여 이스타항공 회생 및 운영과 관련하여 ㈜성정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의심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애초 (주)성정은 차순위 우선협상자가 제시한 조건을 모두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1,100억여 원의 인수대금 전체가 공익채권과 회생채권 변제에 모두 쓰이는 것이 아니라 700억 가량의 대금 만으로 체불임금, 미지급퇴직금, 회생채권 등을 해결하고 나머지 387억여원은 향후 운영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인수주관 법무법인을 통해 밝혔습니다. 승계채권인 퇴직충당금과 조세채권은 해결없이 향후 몇년에 걸쳐 상환하려는 의도인 듯 합니다.

광림 컨소시엄의 인수제안서를 정확히 확인해야하겠지만, 코로나19위기 속에 모든 부채를 해소하고 새출발 하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림이 공개적으로 밝힌 인수대금 전체를 채권 변제를 위해 쓸것이고 모든 부채를 없앤다는 조건과는 분명히 다른 것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차순위협상자의 조건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회생채권자든 공익채권자든 채권자 입장에서 성정(주)의 조건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무엇보다 최종 허가를 내린 회생법원이 광림 컨소시엄의 제안서 내용과 성정(주)의 계약서 내용을 확인하고 불필요한 의혹이 발생하지 않도록 명확히 밝혀야 할 것입니다. 만일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회생관리인들이 스토킹호스 제도의 약점을 이용해 ㈜성정의 입장을 편파적으로 대변하고 기존 경영진 관리인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자금조달의 의구심은 차처하고 17개월이나 임금을 받지 못했고, 부당하게 해고된노동자들의 입장에서 인수기업이 체불임금을 모두 해결하고 다시 원래의 일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회생과 원직복직을 위한 노동자들과의 대화는커녕, 서울지노위의 부당해고 판정을 거부하고 재심을 신청하였으며 또다시 노조탈퇴를 종용하는 등 기존 이상직의 부정부패에 동조한 경영진을 그대로 내세워 과거와 똑같이 기업을 사유화한다면 이스타항공의 회생과 정상화의 기회는 완전히 사라질 수 있습니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은 두렵습니다. 또 다시 임금을 못 받을까봐 두렵고, 부당해고로 죽기 직전의 생활고를 버텨왔지만 다시 돌아갈 길이 막혀 버릴까 두렵습니다. 만약 노동자들이 인수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연히 체불임금 문제와 채권 상환을 한 번에 해결하고 빠르게 정상화 할 수 있는 기업을 바랄 것입니다.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바라는 관리인이라면 마땅히 그런 기업이 인수하기를 희망해야 할 것입니다.

회생관리인들이 그동안 수차례 언론에 밝혔듯이, 스스로 직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한다면 더 낮은 인수조건을 제시한 기업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끊임없이 노조를 배제하고, 익명뒤에 숨어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는 행동은 멈추어야 합니다.

모두가 힘 모아 진정 함께 같이 살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합니다. 경영진부터 당장 자신의 입지만을 생각하며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일하는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미래를 희망하시길 기대합니다. 

(2021년 7월 5일.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 박이삼)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