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이상직' 수당 챙기며 시간 끌기?..."황당"
진단
자신이 창업한 이스타항공의 회삿돈 500억 원대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무소속 이상직 국회의원(전주을)이 재판 과정에서 무리한 변호인단 교체로 또 구설에 올랐다.
2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강동원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 1회 공판에 이 의원 변호인은 당초 선임했던 변호인단이 아닌 국선 변호인이 참석해 시선을 끌었다.
전날 이 의원측 사선 변호인이 사임하면서 불거진 일이다. 하지만 구속 당시 유명 변호인단 선임을 자랑했던 것과는 달리 재판부가 국선 변호인을 지정한 것이어서 법정은 잠시 술렁거렸다.
이상직, 변호인 사임·선임 반복…언성 높인 재판부?
이날 부장판사는 "앞서 정식 재판을 위한 공판준비기일 직전에도 이상직 변호인이 사임했다"며 "그런데 이번에 또 다시 변호인이 사임서를 내 매우 당혹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사선 변호인의 사임 이유에 대해 “만류를 했는데도 여의치 않았다"며 "변론권과 방어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니 변호인을 재선임해 재판에 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부장판사는 "계속해서 새로운 변호사가 선임되면 한 달, 두 달, 6개월(피고인 구속 가능 기간) 더 갈 것 아니냐"며 이 의원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날 재판은 검찰의 재무팀장 증인 신문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9일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이날 이 의원의 잦은 변호인 교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두 가지 측면의 해석이 나왔다.
하나는 '재판 끌기 전략', 또 다른 하나는 '변호인과의 불협화음'을 의심했다. 이 중에서 전자인 '재판 끌기'가 단연 우세하다는 분석이다.
'재판 끌기 전략' 분석
강 부장판사는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올 11월까지 모두 16차례 재판 기일을 미리 정하는 등 인사이동 전에 재판을 끝낼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대법원 법관 인사가 내년 2월로 예정돼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는 이 의원 측은 변호인 사임과 선임을 반복하며 시간을 끌려는 움직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사건의 규모나 수사 기록이 방대하다는 점에서 이 같은 해석을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
이 의원은 2015년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약 520만주(시가 544억원 상당)를 그룹 내 특정 계열사에 100억여원에 저가 매도함으로써 계열사들에 439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이스타항공 그룹 계열사 채권 가치를 임의로 상향하거나 하향 평가하고 채무를 조기에 상환하는 방법으로 계열사에 56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 의원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이스타항공과 그 계열사의 돈 59억여원을 빼돌려 개인 변호사 비용과 생활비, 딸이 몰던 포르쉐 임차와 관련한 계약금 및 보증금, 딸 오피스텔 임대료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은 개인 변호사 비용과 정치자금 등의 용도로 38억여원을 사용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또 21대 총선 전 국회의원 신분이 아님에도 당원 협의회 등의 지역 사무실을 운영한 혐의도 구속영장에 포함했다.
"이상직, 구속 중에도 세비 꼬박 꼬박...반납시켜 달라” 국민청원
이처럼 이스타항공의 창업주로 구속 수감돼 있는 이상직 의원에 대한 법조계 안팎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구속 중에도 재판 지연을 위한 꼼수 전략으로 재판부와 신경전을 펼치는 행태가 여전히 반성과 책임은 멀게 느껴지는 사람”이란 따가운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오죽했으면 이 의원과 이 의원의 보좌진들에 대한 세비 반납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할 정도다. 지난 5월 11일부터 청원이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스타항공의 실소유자이며 국회의원인 이상직과 그 보좌진들에 대한 세비를 반납시켜 달라"는 요지의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게시 글에서 “교도소에 있는 이상직에게 국회의원 세비가 꼬박꼬박 지급되고 있다"며 "교도소에 있어 등원하지도 않는 국회의원의 보좌진들에게도 급여가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소중한 혈세를 범죄집단에 기부하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청원인은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삶을 파탄으로 몰고 간 범죄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혈세인 세비를 계속 지급받는 것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며 "이상직과 그 보좌진들에 대한 세비 지급을 당장 중단해야하고, 이스타항공 기업회생과정에서 범법자 집단을 제거해 추가적인 범죄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청와대와 정부가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청원인은 또한 "이스타항공의 자금을 빼돌리고 직원들이 땀 흘려 일해 얻은 회사돈을 이상직의 가족과 보좌진들이 마음대로 쓴 결과, 직원들은 죽음의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상직이 실소유하며 운영했던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무려 1년 3개월 동안 단 한푼의 임금도 받지 못했고, 직원들의 4대 보험료 마저 횡령해 대출조차 막혀있는 상태다"고 하소연했다.
의정 공백에 혈세 낭비까지...관련법 조속히 개정해야
구속된 이상직 의원은 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더라도 법적 근거 미비로 인해 매월 기본 수당과 입법 활동비를 국민의 혈세로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사건'으로 구속된 이후에도 국회의원 혈세를 지급 받고 있는 것은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구속 피고인에게 수천만원의 혈세가 지급된 것이어서 관련법을 조속히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사무처 등에 따르면 매달 받는 이 의원의 수당은 기본 수당(약 756만원)과 입법활동비(약 313만원) 등 1,700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이 외에도 상임위·본회의 참석 때 지급하는 특별활동비 등을 감안하면 이 보다 금액은 더 많을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언론과 인터뷰에서 "현직 의원에게 고정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는 현행법에 없다"며 "관련 법률에 따라 이 의원에게 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법이 바뀌지 않는 한 구속 중에도 국회의원 신분을 유지하는 한 매월 1,000만원이 넘는 수당을 꼬박꼬박 받게 되는 현실이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는 국회의원이 구속 등 사유로 직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형 확정시까지 수당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회에서는 모른 체 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밝힌 이 의원과 그 일가의 횡령·배임 금액은 자그마치 555억원에 달한다. 게다가 이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1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지역을 위한 의정활동은 이미 손 놓은 상태에서 지역구 주민들은 정치 공백의 피해를 감내해야만 하는 상황임에도 국민 혈세로 매월 꼬박꼬박 세비를 지급하고 있는 현실이 참으로 황당하고 안타깝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