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세 가족', '사병화' 논란...'자치경찰 시대' 불안한 개막

[뉴스 큐레이션] 2021년 7월 1일

2021-07-01     박주현 기자
전주MBC 6월 30일 보도(화면 캡쳐)

“법과 시행령, 조례 등 큰 틀의 운영 규정만 있을 뿐, 세부 규정은 없는 게 더 많습니다.” 

“당장, 자치경찰에 대한 인사와 감사 예규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경찰에 예산을 줄 근거도 없습니다.” 

“총기 관리 등 일부 업무는 국가경찰의 업무지만, 자치경찰이 담당해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민생 최 일선에 있는 국가경찰인 지구대나 파출소 직원과 자치경찰과의 사무 분장도 경계가 불분명합니다.” 

자치경찰 1일부터 본격 시행...인사·예산권, 정치적 중립 등 문제점 '수두룩' 

지방자치제 부활 30년 만에 자치경찰 시대가 7월 1일부터 전국에서 개막됐지만 일선 경찰과 지방지치단체들 사이에는 혼선과 불안이 교차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경찰 시대가 열렸다'며 지역마다 자치경찰 출범식이 화려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세례와 함께 개막이 이뤄졌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무늬만 자치경찰제임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독립된 인사권과 예산 배분 문제, 정치적 중립성 확보 등이 산적한 난제로 제기되고 있다. 출발부터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원의 다양성과 중립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7월 시작부터 첫 출범한 자치경찰제, 초기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무엇이고, 불안한 이유가 무엇인지 짚어보았다. 

화려한 출범식...구호만 요란한 채 캠페인성 이벤트 넘쳐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전라북도 자치경찰위원회가 30일 전북도청에서 송하진 도지사, 송지용 도의장, 김승환 교육감, 김순은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장, 최관호 경찰청 기획조정관, 진교훈 전북경찰청장 등 주로 기관장들 위주로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고 자치경찰 시대 개막을 알렸다. 

이날 전북도청 공연장에서 열린 전북자치경찰 공식 출범식에는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거의 눈에 보이질 않았다. 코로나19 여파가 컸겠지만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부족한 상태에서 ‘전라북도 자치경찰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행사에 유독 송하진 도지사가 무대의 중심에서 많은 조명을 받았다. 

전북일보 7월 1일 홈페이지 초기화면(캡쳐)

이날 초대 전북자치경찰은 출범과 함께 '아동 학대와 학교폭력 예방 등 아동 청소년의 안전 강화'를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고 밝혔다. 다른 지역들도 비슷한 형식을 취하긴 마찬가지였다. 

인근 광주시에서도 이날 '광주형 자치경찰 시대 출범식'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첫 번째 시책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어린이 인구 비율이 높은 광주시의 특성과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처럼 각 지역마다 출범 구호와 캠페인 등을 내걸며 자치경찰 시행을 알렸지만 소리만 요란한 채 캠페인성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러자 일부 언론들은 자치경찰의 중립성과 조직의 이원화로 인한 업무의 혼선 등을 우려하며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자치경찰위원회에 단체장 입김 작용할 수 있어...독립성 훼손 우려" 

JTV전주방송은 30일 ‘자치경찰 출범..."아동 안전 강화"’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북의 자치경찰 시대가 문을 열었다”고 전하면서 “행정에 이어 교육, 치안까지 지방분권의 마지막 퍼즐이 끼워진 셈”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JTV전주방송 6월 30일 보도(화면 캡쳐)

기사는 “조직은 그대로 둔 채 사무와 지휘권만 넘긴 상황에서 경찰과 자치단체의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질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지역의 재정 형편에 따라 인력과 장비 확충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고 지휘권을 가진 자치경찰위원회에 단체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첫발을 뗀 자치경찰이 중립성과 인사 및 재정 논란을 잠재우고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 우려를 나타낸 언론 보도들이 눈에 띄었다.

“한 지붕 세 가족, 무늬만 자치경찰” 

새전북신문은 1일 ‘지방자치 부활 30년, 자치경찰시대 개막’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자치경찰 출범식 현장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면서 “자치경찰이 출범은 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인사를 비롯해 재정 분담과 업무 분장 등이 명확히 정리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새전북신문 7월 1일 1면 기사.

“이렇다보니 ‘한 지붕 세가족’이란 지적도 적지 않은 실정”이라고 밝힌 기사는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의 말을 인용해 “자치경찰제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중앙과 지방이 협력하는 일원화 모형이라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고 양질의 치안서비스도 제공해야만 할 것”이라고 전했지만 우려를 해소시켜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북도민일보도 이날 ‘첫발 내딛은 전북자치경찰위원회, 인사권 행사 어떻게 되나?’의 기사에서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7월 1일부로 전북도 자치경찰위원회가 본격 활동에 돌입했지만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치지 않은 자치경찰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인사권 행사와 관련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는 기사는 인사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기사는 “일선 1급 경찰서 과장급인 경정급 이하의 전보·파견·휴직·직위해제·복직과 경사급 이하의 승진에 대한 임용권까지 확보하는 막강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여전히 독자적인 인사권을 행사하기에는 그 한계점이 분명하다”고 지적하면서 “전북도 자치경찰위원회는 경정 이하 전보·파견·휴직·직위해제·복직, 경사 이하 승진에 대한 임용권을 갖기로 의결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인사 파일 하나 없는 자치경찰위가 경찰 인사하는 것 자체부터가 어불성설" 

신문은 기사에서 “전북경찰청 소속 경찰관들의 승진과 전보 인사 등에 분별력을 발휘해야 하지만, 기본 인사기록카드 하나 없는 자치경찰위가 어떤 식으로 경찰관들의 인사를 검토할 지 궁금하다”며 “그렇다고, 정부 소속 경찰청에서 경찰관들의 인사기록 카드를 넘겨 받을 수는 없다는게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전북도민일보 7월 1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이밖에 다른 문제점으로 기사는 “지역경찰 인사에 모호한 입김이 작용하거나 유착관계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인사권 세분화로 인해 승진·전보 인사가 차일피일 지연될 우려감이 높다는 점, 인사권에 대한 권한이 경찰청과 도지사, 자치위로 나뉘어지면서 치안의 공백이 우려된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또 기사는 말미에서 “전북경찰청 소속 한 경찰관은 ‘경찰관 인사에서 부터 관리재산, 총기류 까지 모든 부문에 정리된 것이 없다’며 ‘당분간은 국가경찰 위주로 갈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인사 파일 하나 없는 자치경찰위가 경찰들의 승진 및 전보 인사를 담당한다고 하는 것 자체부터가 어불성설 아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인사가 조화를 이룰지 지켜봐야 할 중요 대목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성위원 수 적어 규정 위반", "위원 자격 검증 부실" 논란 

한편 서울언론들도 지방자치 출범에 앞서 우려를 잇따라 제기했다. 언론들이 우려하는 문제점은 역시 중립성과 다양성 보장에 관한 지적이 많이 나왔다. 경향신문은 앞서 6월 23일 ‘경찰·교수 출신 남성’에 편중된 자치경찰위‘란 제목의 기사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향신문 6월 2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기사는 “1일 공식 출범하는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위원 평균연령이 60세에 가깝고, 경찰과 교수, 법조인 출신이 4분의 3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경북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이 특정 성이 6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한 법률상 성비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기사는 특히 “자치경찰위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해 만들어진 만큼 특정 분야, 성별, 연령대 인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자치경찰위 일부 위원들은 사기업을 운영하거나 지자체장 후원회장을 맡아 자격 논란도 있다”고 제기했다. 

기사는 또 자치경찰위원회 일부 위원의 자격 문제와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다. 따라서 자치경찰위원회 구성 단계부터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특히 도지사나 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의 입김이 작용할 소지가 높기 때문에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이미 초대 자치경찰위원회가 구성돼 출범식을 모두 마친 상태다. 

“지자체장 사병화될 수도...” 우려 

중앙일보는 이와 관련해 1일 ‘자치경찰 오늘 스타트…경찰 내서도 "지자체장 사병화될 수도"’란 제목의 기사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정치적 중립성 확보 여부인데 시·도지사가 임명하는 위원장은 벌써부터 중립성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한 경찰 고위 관계자 말을 인용해 “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는데 선거 등을 앞두고 자치단체장 입맛에 맞게 흘러갈 우려가 있다. 자치단체장 사병화( 私兵化)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치경찰제를 일찌감치 도입한 영국에선 주민 직선으로 지역치안위원장을 선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신문은 지난 30일 ‘영, 완전 자치경찰제… 자치경찰위원장 신설해 주민이 선출’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신문은 기사에서 “자치경찰을 가장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영국은 2000년 이후 모든 경찰을 자치경찰로 전환했다”며 “자치경찰은 수사, 생활안전, 교통, 경비 등 경찰의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국가경찰은 국제범죄, 지능범죄 등만 다루고 있어서 업무분장이 확실하다 보니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떠넘기기 등 혼선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2011년부터는 기존에 없던 지역별 자치경찰위원장 자리를 신설해 주민들이 직선으로 선출한다”며 “중앙정부에 보고하는 일 때문에 현장보다 책상에 앉아 있는 경찰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며, 자치경찰위원장은 예산·재정 업무를 총괄하고 지방경찰청장 임면권도 행사한다”고 소개했다. 

주민들 직접 참여, 자치경찰위원·위원장 선출·검증 등 제도 보완 필요 

이처럼 지방자치경찰제가 시행 취지를 살리고 제대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중앙 및 지방정부와 국가경찰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지역 치안을 주민들 감시 속에 지역이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전민일보 7월 1일 기사.

그러나 초기부터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 한다는 우려가 높다. 따라서 명실상부한 지방자치경찰제가 올바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치경찰은 국가경찰이 소홀할 수밖에 없던 주민 맞춤형 서비스를 하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며 “경찰과는 다른 얘기를 할 사람이 자치경찰위에 필요한데 전직 경찰관 등이 많이 포함된 것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찰과 연동돼 있는 검찰과 법원도 함께 자치로 가는 게 무조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며 “국민적 공감대와 참여, 관심 등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많은 우려과 지적을 광역단체장들과 자치경찰위원회 구성원들은 귀담아 듣고 뼛속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