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와 타협 없이 '지역균형발전' 어렵다

[지방부활시대(15)] 실효 없는 국가균형발전 정책

2021-06-29     장호순

정책상으로는 진보 정부가 보수 정부에 비해 더 지역균형발전에 적극적이었다. 노무현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을 통해 수도권 기능 분산을 유도하고, 지역혁신체계 구축을 통해 지방경제의 자립화를 시도했다.

이명박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지역발전위원회’로 개칭하고, 광역경제권 구축 등의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제로는 4대강 사업 등에 치중하면서 국가균형발전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진보 정부가 보수 정부에 비해 더 지역균형발전에 적극적,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중시한 자율과 경쟁 논리에서 정부 지원 위주의 지방 육성은 국정과제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박근혜 정부도 수도권 규제 완화, 정부 개입 최소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욱 강화하면서 지역균형발전은 구호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7년 4월 27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진행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정책시리즈 21-'전국이 골고루 잘 사는 대한민국' 자치분권정책 발표 및 지방분권 개헌 국민협약식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출처: '국민일보', 2017년 4월 28일 자)

문재인 정부는 대선 당시 ‘연방제 수준의 강력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지방 살리기’를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기존 ‘지역발전위원회’를 다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변경해 국가균형발전 개념을 복원하고 위상을 강화했다.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획기적인 자치분권 추진과 주민참여의 실질화’를 국정과제의 하나로 들어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2월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전략 선포식에서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지방분권 정책, 실효 거두지 못하는 이유

한편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국토 불균형 문제는 노무현 정부 시절보다 더욱 심화되었다. 2000년과 2011년 사이 전국인구는 300만명 증가했는데, 이중 수도권이 290만명을 차지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한국 총 인구 5185만명 중 50%인 2593만명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다. 국토면적 11.8%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인구가 몰려있다 보니 경제생산력도 집중되어 수도권의 지역내총생산은 국가 전체 총생산의 51.8%를 차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이후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했지만 전국 339개 공공기관 중 149개가 여전히 서울에 몰려있다. 반면 혐오 시설은 비수도권에 몰려있다. 전국의 220개 폐기물 처리시설 중 오직 14개만이 수도권에 위치한다.

서울에는 단 하나의 폐기물 처리시설도 없다. 또 다른 대표적 기피시설인 화장시설의 경우, 전국 60개 중 수도권에는 6개밖에 없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정부는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제시한 공약이긴 했지만,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청사진이라기보다는 부동산 가격안정을 위한 정략적 궁여지책이라는 인상을 주었다.

그래서인지 행정수도 이전의 국민여론조사 결과는 찬반이 엇비슷하게 나왔다. 문재인 정부와 대척점에 있는 보수 일간지들은 다양한 논리로 수도 이전을 반대했는데, 행정수도로 인해 다른 지방 도시가 힘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지역균형발전 정책 효과 거두려면 양보와 타협이 필수적 

수도 서울의 이권을 지키기 위한 전형적인 지방분열 이간질 책동이었다. "수도 세종시가 되는 순간 서열은 요동친다. 인천-수원의 옛 수도권 가치는 하락한다. 강원도 춘천-원주, 대구의 타격은 심대하다."

수도권에 집중된 특혜와 이권을 분산시키는 지역균형발전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양보와 타협이 필수적이다. 비수도권과 수도권이 공동으로 협의하고 주도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으로 이익을 축적해온 기득권 세력이 쉽게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할 리는 없다. 지금까지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대부분 기득권을 쥔 중앙에서 독단적으로 만들어 시행해왔다. 반면 균형발전정책의 실제 적용 대상이 되는 지방의 관련 주체인 지자체, 지역주민 등의 참여와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이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은 수도권 사람들과 지방사람들이 동등하게 참여하고 주도할 때만이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계속) 

 

※이 글은 장호순 교수의 저서 <지방부활시대>에서 필자의 동의를 얻어 발췌해 연재한 글입니다.  

/장호순(순천향대 신방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