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 출신, 이스타항공 새 주인?”...아직 '확정' 일러

[뉴스 큐레이션] 2021년 6월 17일

2021-06-17     박주현 기자
이스타항공 여객기(자료사진)

이스타항공 새주인 사실상 (주)성정 확정 -전북도민일보 

이스타항공, 충청권 업체인 '성정'이 인수 -전주MBC 

이스타항공 새 주인에 ‘성정’…우선권 행사 예정 -전북일보 

이스타항공, 건설업체 ㈜성정이 인수할 듯 -KBS전주총국 

16일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인수관련 소식이 속보로 전해졌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성정이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도민들은 이스타항공이 다시 회생할 수 있을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창업주 이상직, 당선 무효형 선고 받은 날 이스타항공 매각 소식...운명 갈려 

전북도민일보 6월 17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그런데 하필 이날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국회의원(무소속·전주을)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1심 재판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기구하게 운명이 갈린 날이었다. 

더구나 이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받은 첫 번째 사례를 기록했다. 

그가 창업했던 이스타항공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제주항공에 매각하려다 불발에 그친 데다 숨겨져 왔던 내부 비리들까지 속속 밝혀지면서 매각에 암운이 짙게 드리웠었다. 

지난해 3월 제주항공은 곧 인수할 것처럼 매각 협상을 추진했으나 불과 4개월 만인 지난해 7월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올해 1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스타항공은 3월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인수·합병(M&A) 추진을 허가받아 겨우 다시 진행된 매각 과정에서 (주)성정이 우선 매수권을 부여 받은 상황에 이르렀다. 

JTV 6월 16일 보도(화면 캡쳐)

'우선 매수권을 부여 받은 뒤 별도로 공개경쟁입찰을 진행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공개 경쟁입찰에는 쌍방울그룹이 단독 입찰하면서 우선 매수권을 가진 (주)성정과 함께 인수 후보자가 됐다.

앞서 14일 마감된 이스타항공 본입찰 결과 쌍방울-광림 컨소시엄만이 이스타항공 입찰에 참여, 쌍방울 측은 약 1,100억원의 입찰가격을 제시했고 (주)성정은 1,000억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성정은 우선매수권 지위를 획득했기 때문에 한 번 더 입찰 가격을 제시할 기회가 있다. 이에 (주)성정은 추가 금액을 더해 쌍방울 측이 낸 입찰 가격만큼을 제시하기로 하면서 인수에 가장 유리한 입장을 차지한 셈이 됐다.

최종 계약 체결까지 아직 남은 절차 많아...'확정'은 일러 

전주MBC 6월 16일 보도(화면 캡쳐)

하지만 계약이 체결되기까지는 남은 절차가 복잡하다. 그런데 일부 언론들은 “성정은 1,000억원 가량의 투자 계약을 체결해 쌍방울 그룹이 제시한 인수금액보다 100억원 가량 적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면서도 "매각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앞서가고 있다.

최종적으로 인수가 확정되려면 많은 단계가 남아 있어 '인수 확정'을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 부여에 본사가 있는 (주)성정은 골프장 관리업, 부동산 임대업, 부동산 개발업 등을 주로 하는 회사로 관계사로는 백제컨트리클럽, 토목공사업체인 대국건설산업 등이 있다. (주)성정의 지난해 매출은 59억원, 백제컨트리클럽 178억원, 대국건설산업 146억원으로 기업 규모가 큰 편은 아니지만 오너 일가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번 인수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매출액 5,000억원대에 달하던 항공사가 매출액 50억원대의 지방 부동산 임대업체에 매각될 수 있을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는 조심스러운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자금 동원력이 가장 큰 관건으로 제기된다. 

업계에선 1,000억원이 넘는 매각 대금을 (주)성정이 과연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다. (주)성정 자체의 지난해 매출액이 59억원, 영업이익은 5억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성정이 인수 금액을 높여 쌍방울과 동일한 금액에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지역언론들은 확정된 것처럼 보도 경쟁에 나선 형국이다. 

"남원 출신인 형 회장, 대전에서 사업 기반 다져 충청 대표 경제인 입지 굳혀" 칭찬 

뉴스웨이 6월 15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북지역 언론들이 특히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이스타항공 새 주인이 사실상 (주)성정으로 확정됐다”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전북과 인연을 강조하는 기사도 눈에 띈다.

전북도민일보는 관련 기사에서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의 대표는 형남순(64) 회장이며, 성정은 형 회장의 아들인 형동훈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며 “전북 남원 출신인 형 회장은 대전에서 사업 기반을 다져 현재 충청 지역 대표 경제인으로서 입지를 굳혀왔다”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아직 남은 과제들이 산적하다. 우선 매각을 위한 자금 동원력이 충분히 갖춰질 경우 인수가 확정되고, 그 다음에는 이스타항공에 대한 1-2주간의 정밀 실사를 거쳐야 한다. 그런 뒤 본격적인 투자 계약을 체결하는 수순이 남아 있다. 

더 큰 변수는 이 과정에서 정지된 항공운항 재개를 위한 절차와 고용 승계 문제 등이 의외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스타항공이 지난해 600명 이상의 직원들을 대량 해고하는 과정에서 부당 해고 등의 문제가 제기돼 소송이 진행 중인 사례들이 많다. 지난 5월 서울지노위 심판위원회는 이스타항공 근로자 44명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과 관련해 41명의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인수 후 먹튀하려는 자본은 절대로 이스타항공 인수해서는 안 돼" 

이스타항공이 보유한 2,000억원대 채무도 변수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여객 업무가 잠정 중단된 상태로 부채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우선 변제 대상인 임직원 임금 및 세금 등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9월 9일 이스타항공 노조원들이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하던 모습.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는 매각을 위한 본입찰 하루 전인 지난 13일 입장문을 내고 “이스타항공 인수 후 먹튀하려는 자본은 절대로 이스타항공을 인수해서는 안 된다”며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장 빠르게 회사를 정상화시키고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는 인수 기업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한 “이스타항공 인수 후 부당해고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에 대한 즉각적인 원직 복직을 해야 한다”며 “지난해 대량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에 대한 복귀 계획을 수립해 조속한 시일 내 복직시킬 수 있는 기업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스타항공의 새 주인이 확정되기까지는 여러 난관을 해결해야만 한다. 아직 ‘새 주인 확정’이라고 쐐기를 박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매각 과정을 좀 더 자세히 지켜보며 문제점은 없는지부터 확인하고 감시하는 일이 더 중요해 보인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