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보] "우리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행사에 왜 불참하는가?"

[주장] 동학농민혁명 유족회, 전국화 넘어 세계화 지향하려면...

2020-05-11     전북의소리

동학농민혁명 국가 기념일.

올해로 두 해째를 맞는 국가 기념식이 11일 정읍 황토현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 여파로 행사 대부분은 취소됐지만, 동학농민혁명의 성지에서 열려 의미가 크다는 게 주최 측 평가다.

지난해 1회 국가기념식을 서울 광화문에서 치렀지만 올해는 정읍에서 두 번째 국가기념일 행사를 한다는 게 눈에 보이는 성과라는 것이다.

유진섭 정읍시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노력도 성과를 내고 있다”며 “정읍에서는 전국 최대 규모의 기념 공원이 첫 삽을 떴고, 유족들에게 수당이 지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포고문과 행동강령을 만들어 혁명의 기틀을 마련한 고창 무장봉기는 모든 한국사 교과서에 실리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게 됐다”며 “동학농민혁명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작업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외국어 기록물 연구도 활기를 띠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일본인들이 동학농민혁명을 어떻게 봤는지, 어떤 역사적 사실이 있었는지 이런 것들을 번역해야 동학농민혁명 전체 상이 그려질 수 있어서 앞으로 일본어 자료 번역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추가적인 발굴 조사와 연구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충남 공주, 강원도, 황해도, 경상남북도 등에 유적지가 방치되고 있으며, 그 유적지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조사하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유족회 측의 입장은 또 다르다. 행사직전까지 올해 기념행사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밝혀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 세계화가 여전히 먼 길임을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도 유족회 측의 일부만 참여해 기념재단 등 주최 측과 앙금의 불씨가 상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동학농민혁명 유족회 측과 기념재단 측이 빚고 있는 갈등의 원인과 문제점, 실태 등을 하나 하나 짚어보기로 한다.

먼저 다음은 (사)동학농민혁명유족회(이사장 최효섭) 측의 입장(주장)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는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행사에 왜 불참하는가?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 행사는 목숨을[지 바치며] 바쳐 나라를 구하고자 했던 참여자의 애국애족 정신을 기르고, 그 정신을 계승하는데 있다. 더불어 일본제국주의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은 참여자 후손들을 위로하는 의미도 있다.

금년 제126주년 기념식은 당초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개최하기고 하였으나 코로나19라는 역병 때문에 장소와 시간을 변경하였다. 그 과정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동학농민혁명 기념재단(이하 기념재단)은 (사)동학농민혁명유족회(이하 유족회)에 공식 논의 참여는 물론 공식적으로 협조를 구하거나 행사 내용을 알리는 기본적인 예의조차 없이 그들끼리 일방적으로 기념식을 추진하였다. 이에 유족회를 들러리로 취급하는 문체부와 기념재단의 일방적인 기념식 추진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은 일본군의 신식무기에 의해 30여만 명이 살상을 당하며 좌절하였다. 그 때 살아남은 자와 그 후손들을 반역과 역적으로 몰아 삶의 부지조차 어려웠다. 참여자와 유족을 비롯한 후손들은 이러한 사실을 감추거나 족보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바꾸었는가 하면, 정든 고향을 떠나 만주와 하와이, 멕시코와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으로 이민을 떠나야만 하였다. 126년이 지난 현재도 가난하고 배움이 적은 후손들은 조상들이 목숨까지 바치며 애국애족을 실천하였다는 사실을 떳떳하고 당당하게 밝히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2019년 현재 명예회복이 회복된 참여자는 총 3,664명에 불과하고, 이중 유족이 등록된 참여자는 518명에 되지 않고, 유족이 없는 참여자가 3,146명에 이른다. 이로써 자기들의 조상이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하였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는 후손이 부지기수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애국애족을 위하여 목숨까지 바친 참여자의 후손들은 가난하고 배우지 못해 126년이란 세월을 보낸 지금, 겨우 유족회를 결성하고 조상들의 행적 찾기에 겨우 나섰으며, 그나마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04년 3월 5일 정부는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공포하고, 동학농민혁명 참여자와 그 유족의 명예회복과 기념사업을 법으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주무부서인 문체부와 이를 대행하기 위하여 설립한 기념재단은 명예회복과 기념사업을 현재까지 형식적으로 추진하고 있어서 유족회원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침내 2019년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이 5월 11일로 제정되었다. 처음으로 맞이한 제125주년 국가기념일 행사에는 그나마 유족회원을 동원하기 위하여 논의에 끼워주었다. 그때 유족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그렇지만 정작 기념식 행사에서는 완전 배제 되었고, 유족들은 소외당하였다.

마찬가지로 이번 제126주년 기념식마저 철저하게 외면당한 사실을 인지한 유족회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행사에 불참을 할 것 통보한바 있다.

첫째, 문체부와 기념재단에 기념재단의 운영․인사․사업․예산 편성과 집행에 관하여 개선 보완 사항을 수차례 요청하며 건의하였고, 5월 6일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요구하였으나 회신이 없다.

둘째, 제126주년 기념식에 분향과 헌화, 그리고 유족회의 인사말과 추모사 등을 식순에 반영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국가기념일 행사는 정부의 기준에 의거하여 분향과 헌화를 할 수 없다며 거부하였다. 그러나 현충일, 4․3항쟁,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유족회장의 역할과 분향과 헌화가 분명이 있다.

셋째, 동학농민혁명의 주인이었던 유족과 어떠한 협의도 없었고, 공식적인 행사 참석요청도 없이 일방적으로 인원을 배정하여 참석을 지시하며 무례하게 행사를 추진한 관계자를 문책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연좌 집회와 진정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문체부와 기념재단을 규탄하겠다는 점을 통보한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에 대한 아무런 답이 없다.

이처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후손들이 가난하고 못 배워 자기의 본분을 다 찾지 못할 지라도 법률이 정한 명예회복과 기념사업을 수행하는 문체부와 기념재단은 후손들이 유족 등록을 하면, 등록증 한 장 주는 것으로 자신들의 임무를 다 하였다고 생색을 내며 행동하고 있다.

이에 우리 유족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처럼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 역시 일본군의 침략에 맞서 싸웠고, 1895년 2월 28일까지 대둔산에서 일본군과 최후의 전투를 하였으므로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거, 독립유공자로 예우할 수 있도록 문체부와 기념재단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만약 상기 언급한 세 가지 내용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는 행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다. 또한 오늘 이후로 우리 유족들은 뜻을 모아서 올바른 동학농민혁명 정신선양사업 추진 및 애국애족을 실천하며 희생한 선조들의 서훈 등 명예회복 추진, 희생된 분들의 자손에 대한 국가유공자 후손 예우 등을 청와대와 국회 등에 청원하는 등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유족회 측은 다음과 같은 사항을 문체부와 기념재단 등에 요구하고 있다. 

-문체부와 기념재단은 시늉만 내지 말고 유가족이 원하는 명예회복사업을 적극 추진하라!

-유족회가 생존 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라!

-예산이 적어 동학농민혁명정신 선양사업 재대로 못하는 기념재단 유지할 필요가 있는가?

-전국에 산재해 있는 동학농민혁명유적지 보존 사업 하루속히 추진하라.

-동학농민혁명을 폄훼하고 유족회 활동을 시기하는 행동을 즉시 중단하라!

-동학농민혁명은 봉건제도 개혁, 일본의 조선침략 항거, 자주.평등을 위해서 30여만 명이 목숨을 바친 세계 3대혁명이다. 동학농민혁명정신의 확산과 세계화를 위하여 서울에 분소를 설치하라.

-문체부는 기념재단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라!

-기념재단은 외연 확장보다 명예회복과 기념사업을 적극 추진하라!

-명예회복이 유족 등록증 1장이 다 된 것이냐? 독립유공자 예우를 받도록 하라.

-유족회 무시하고 기념사업회 우선하는 직원 퇴출시키고, 명예회복 기념사업 소홀히 하는 기념재단 해체하라!

자유, 평등, 자주의 기치를 내걸고 부패와 외세에 항거했던 동학농민혁명이 이제는 전국화를 넘어 세계화를 지향해 나가는 시점에서 선열들이 목숨 바쳐 일군 혁명 정신을 오늘에 되살리기 위한 노력에 부족함은 없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전북의 소리>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