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과사상' 계간 복간...강준만, 왜 다시 날선 비판의 칼날을?
진단
"지난 20여년 동안 격변의 한국 사회에 정의와 개혁을 위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고, 독자분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월간 '인물과사상'의 실용적 가치 등을 고려해보았을 때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음을 인정하면서 무기한 휴간을 결정했다."
월간 인물과사상이 2019년 9월호를 끝으로 무기한 휴간에 들어가면서 강준우 발행인이 밝힌 휴간사 중 일부 내용이다.
1997년 1월 계간지 형식의 1인 저널리즘 매체로 시작해 1년 만에 월간지로 거듭난 인물과사상은 '성역 없는 실명 비판지'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창간 초기부터 보수언론에 대한 비평과 실명 비판은 크게 주목을 받았다.
강준만 사회 비평서 '더 인물과사상' 1년 9개월 만에 복간…의미와 배경
그러나 월간지로 전환한 인물과사상은 1998년 4월 창간 준비호를 시작으로 21년여간 발행해오다 통권 257호로 휴간을 했다.
돌이켜보면,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우리 사회의 성역과 금기에 도전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계간지로 시작한 인물과사상은 이듬해 시의성을 살리고 독자 참여를 더해 월간지로 거듭났다.
올해 정년퇴임한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초년 교수시절부터 현실 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비판의 무대로 삼았던 인물과사상의 휴간은 많은 독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강 교수의 동생, 강준우 발행인은 휴간 배경에 대해 “그동안 유가 광고 없이 자력으로 발행했지만, 독자 수가 점점 줄어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으며, 급변하는 미디어 사회에서 월간지 지면에 제공하는 콘텐츠가 과연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 발행인은 "종간이나 폐간이 아니라 휴간이라고 한 것은 언제든지 한국 사회에 월간 인물과사상이 필요하거나 여러 고려할 만한 상황이 찾아온다면 다시 발행하겠다는 의지"라고 덧붙였다.
그런데 1년 9개월 만에 월간 인물과사상은 계간으로 다시 복간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예견된 수순으로 보여진다. 전북의소리와 사람과언론이 지난 3월 1일 강 교수와 인터뷰에서도 암묵적으로 드러났다.
'퇴임 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계획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강 교수는 "독서와 글쓰기 외에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독서와 글쓰기에 중독된 탓"이라고 밝혔다.
"'편 가르기’의 광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선 정치의 목적은 ‘반대편 타도’로 전락"
그러면서 강 교수는 "‘편 가르기’의 광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선 정치의 목적은 ‘반대편 타도’로 전락하고 만다"며 "잘못된 모든 것은 ‘반대편 탓’으로 돌리고, 우리편에 대한 내부 비판은 무조건 ‘배신’과 ‘변절’로 매도하는 광란의 수렁에선 나라의 장래가 암담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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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후 3개월 만인 지난 10일 "'인물과사상'이 '더 인물과사상'이라는 제호로 이달부터 시즌2를 시작한다"며 "강 교수의 1인 단행본으로 3개월에 한 권씩 출간될 예정"이라고 출판사는 밝혔다.
14일 출간된 '더 인물과사상 01'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 김어준 방송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설훈·고민정 국회의원,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굵직한 인물들을 비평한 글이 가득 실렸다.
출판사 측은 "객관적인 자료와 팩트를 토대로 냉철하고 건강한 비평 문화를 지향한다"며 "대상 인물의 평가를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분석하고, 사회 구조를 탓하기보다는 각자의 '책임 윤리'를 따져볼 것"이라고 출간에 앞서 밝혔다.
"문재인 정권의 치명적 실수는 '윤석열 악마화'?"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강 교수의 날선 비판이 계속 이어지는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끈다. 특히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 "문재인 정권의 치명적 실수는 '윤석열 악마화'"라고 한 점, "윤석열의 내공보다는 이해찬을 비롯한 문 정권 사람들의 '자멸'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할 정도로 강한 비판을 날렸다.
강 교수는 '추미애와 윤석열은 서로 이용했나?'라는 제목의 글에서 "문재인 정권의 치명적 실수는 '윤석열 악마화'였다. 명분을 보강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검찰 악마화'가 시도됐다"며 "'악마화'를 해도 좋을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검찰에게 있었다 해도 검찰 일부 모습일 뿐 전체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정치 참여에 대해선 "책임은 추미애와 문재인에게 물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또한 현 정부를 겨냥해 "자신의 정권 안보를 위해 이전 정권이 해온 악습을 유지하는 내로남불의 극치"라고 비판하며 "힘으로 밀어붙여 처리한 제도 개혁도 앞으로 큰 부작용을 낳으면서 두고두고 욕먹을 게 분명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 고집을 소신이라 착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일갈
강 교수는 이어 문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를 "고집을 소신이라 착각하는 것"이라며 "인사만 그런 게 아니라 각종 법안 통과에서부터 모든 주요 정책에 이르기까지 매사가 그런 식"이라고 꼬집었다.
강 교수는 아울러 "윤석열에게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진보 언론은 윤석열 때리기보다는 문 정권이 스스로 문제를 교정해 나가게끔 하는 역할에 충실하는 게 윤석열을 주저앉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겠느냐는 말을 하려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강 교수의 특징적인 비판의 칼날이 살아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강 교수는 책 머리말에서 "대학에서 정년퇴직했으니 전업 작가로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더 인물과사상' 제1권을 내놓게 됐다"며 "건강히 허락하는 한 계속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우리 사회의 '소통 불능' 상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문재인 정권에게 있다고 본다"며 "문 정권이 크게 바뀌기 전까지는 주로 문 정권 인사들을 탐구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또 '왜 김종인은 늘 '배신'을 당하는가?'란 글에선 "김 전 위원장은 세상을 보는 시각에선 상식에 투철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치판에서 번번이 배신을 당하는 이유는 단독자 기질 때문"이라고 비평했다.
이어 '왜 문재인은 바뀌지 않을까?'란 글에선 더욱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장관 인사, 코로나19 백신 논란, 소통의 문제 등을 지적하면서 "지지자들에겐 아름다운 소신의 주인공이겠지만 비판자들에겐 강한 아집의 소유자로 여겨질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또한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혁 등에 대해서도 "'악마화'를 해도 좋을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검찰에게 있었다 해도 그건 검찰의 일부 모습일 뿐 전체의 모습은 아니었다"고 지적하면서 "게다가 그 문제는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해 온 역대 정권들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강 교수의 날선 비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칼럼과 저서 등에서 이어져 왔다. 그런데 '인물과사상'의 복간호 '더 인물과사상'에선 그 종합편을 실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의 날선 비판이 증오에 가깝게 다가온다는 반응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현실 비판의 공정성 논란, 해소할 수 있을지 궁금
이를 바라보는 '문재인 지지자들'이 어떤 반응과 반론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최근 강 교수가 겨냥하는 비판의 칼끝이 혹시 잘못된 방향으로, 혹은 날선 비판의 칼끝이 무뎌진 게 아니냐는 반응이 일부 진보진영에서 제기돼 왔다.
'나의 정의는 당신의 불의이고, 당신의 정의는 나의 불의일 수 있다. 그럴 경우 불가피하게 나의 '편견'이 작동할 수밖에 없다.'
지식인들의 현실 사회 참여와 비판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늘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과연 강 교수의 새로운 비판 저널 '더 인물과사상'이 앞으로 이러한 대립과 논란을 어떻게 극복하며, 어떤 반응과 반향을 이끌어낼지 자못 궁금하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