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행정에 작년 수해 복구 ‘제자리’...장마철 '임박'
[뉴스 큐레이션] 2021년 6월 8일
올 여름 기후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오면서 강수 일수가 역대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홍수 피해의 악몽을 떠오르게 한다.
기상청은 지난 5월 우리나라 대기 상층의 차고 건조한 공기가 자주 남하하면서 이틀에 한 번꼴로 비가 내려 강수량은 142.4㎜, 강수일수는 14.4일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1973년 이후 강수량은 7번째, 강수일수는 가장 많은 것으로 기록됐다.
지난해 전북을 휩쓸었던 집중호우 피해가 아직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상태에서 올여름에도 집중호우가 예상돼 농가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5월 비온 날 역대 1위, 심상치 않은 올 여름 호우 예보
지난해 여름 집중호우로 전북지역에선 남원과 진안 등 동남부 지역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나 복구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면서 장마철 재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우리나라에서 비가 잦은 현상은 더욱 불길한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지난달 나타난 강수 현상은 우리나라 대기 상층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위치한 가운데 주기적으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저기압이 발달하고 대기가 불안정해진 데 따른 것이어서 올 여름도 어떤 기상이변이 몰아닥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꾸준한 감시와 분석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최근 집중호우 현상은 심상치 않은 전보를 보인 것에 불과하다는 분석과 함께 올 여름은 평년보다 대체로 더 덥고 국지적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이란 관측이 불안감을 부추긴다.
떠올리기 싫지만 지난해 여름 전북지역에서는 52.9일 동안 1,263.5mm의 폭우가 내렸다. 이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많은 강수량으로 섬진강 제방이 무너지는 등 곳곳에서 호우 피해가 잇따랐다.
그런데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올 여름 강수량은 평년 수준이거나 평년보다 더 많은 비가 내릴 확률이 40~50% 수준으로 전망했다. 불안정한 대기의 영향으로 한 번 비가 오면 좁은 지역에 많은 양이 쏟아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어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수마가 할퀴고 간 전북 농촌지역, 절반가량 복구 안 돼
그런데 지난해 전북지역에 수마가 할퀴고 지나간 자리엔 아직도 피해 복구가 이뤄지지 않은 곳이 많다. 피해 지역들의 복구가 더디게 진척되면서 대규모 시설은 복구 초기 단계인 발주·설계조차 손대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들이 전해지고 있다.
특히 하천 댐 방류에 대한 인재 논란으로 지원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현장 복구도 지연되고 있다. 이런 진행 상황대로라면 올해 말이 돼도 완료가 불가능할 전망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집중호우 기간인 7월 28일부터 8월 11일 사이에 전북지역에서 1,341억원(사유시설 123억원, 공공시설 1,218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유형별로는 산사태 570건, 소하천을 포함한 하천 420건, 도로 250건 등이었고 지역별로는 남원시 474개소, 순창군 308곳, 무주군 290곳, 장수군 205곳, 진안군 175곳, 완주군 166곳 순으로 나타났다.
전북도민일보는 7일 이와 관련해 현장 르포기사를 내보냈다. 신문은 기사에서 “작년 수해 복구율이 55%에 불과하며 대형공사는 아직 손도 목대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하면서 남원시 송동면 동양마을을 찾아 “아직도 수해복구 걱정이 태산”이라는 지난해 집중호우 피해 농가 주민들의 한숨 소리를 전했다.
전북 산사태 취약 지역 1900여 곳...장마 곧 시작되는데...
“지난해 물난리로 농장의 소들이 인근 주택의 지붕으로 올라가 전국적인 뉴스의 촛점이 되기도 했던 곳”이라고 밝힌 기사는 “오는 23일부터 장마가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수해지역의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빠른 복구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 다른 기사에서 “전북지역 2,054건의 피해 복구사업 가운데 현재까지 복구가 완료된 곳은 1,0131건에 불과해 준공률이 절반가량에 머무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일보도 8일 ‘‘태풍, 장마 앞두고 있는데’ 전북 산사태 취약 지역 1900여곳‘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태풍과 장마철을 앞두고 전북지역 산사태 위험지역이 19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7일 산림청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전북은 ‘산사태 위험 1등급’ 면적은 5만 152㏊(비율 13%)로 강원(15%)에 이어 두 번째로 산사태 위험면적이 넓었다”고 보도했다.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기 전 산사태 위험 지역에 대한 정비 및 대책마련의 목소리가 나온다”는 기사는 “지난해 전북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해 산사태가 422건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행정, 피해 지원·지도·대비 제대로 하고 있나?...찾아가는 행정 필요
이처럼 지난해 집중호우로 인해 전북지역은 자연재해에 매우 취약한 곳이 많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행정의 피해복구 지원과 근본대책은 미흡한 실정이다. 피해 복구가 제자리 걸음에 머물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에도 '탁상행정'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최근 10년 동안 여름철 평균 기온이 꾸준히 오르고 강수량 변동 폭이 큰데다 호우량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상청은 수시로 알리고 있다. 올 여름 역시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아직도 지난해 홍수피해 현장의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늑장행정에 탁상행정이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농가와 농민들에게만 맡기며 주의를 당부할 것이 아니라 지난해와 같은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 공무원들은 직접 현장에 나가 팔을 걷어붙이고 철저한 지도와 지원,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