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5호기 부실...한수원 '거짓' 들통, 주민들 "불안"
[뉴스 큐레이션] 2021년 5월 26일(수)
검찰이 한빛원전 5호기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의혹과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를 받고 있는 작업자 8명을 재판에 넘김으로써 우려됐던 한빛원전 부실 시공 문제와 안전 위험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광주지방검찰청 환경·보건범죄전담부(홍석기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두산중공업·하청업체·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8명과 두산중공업, 한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7월부터 8월 사이에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한빛원전에서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용접 작업을 잘못했음에도 이를 은폐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허위로 보고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한빛 5호 원자로 헤드 문제 발견 1년여 만에 ‘무자격 용접’ 확인
이들은 또 수동용접 자격자가 직접 관통관에 들어가 작업해야 하는 구간에 하청업체 용접사가 무자격 상태로 들어가 작업한 것을 묵인하고 용접기록서에도 기재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용접사들은 용접 촬영 영상 판독 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발견했음에도 정상 용접한 것으로 허위 보고하거나 다른 용접사의 자격인정 실기 시험을 대신 본 혐의를 받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용접과 관련한 전수 조사 당시에도 허위 보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해 5월 한빛원전 5호기의 정기검사 도중 원자로 헤드 관통관 용접부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원전 측은 용접부 전체를 부식에 더 강한 금속인 '인코넬 690'으로 교체하는 공사를 벌였지만 이 공사에 또 다시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건 정기검사가 끝난 지난해 10월이었다.
당초 계획인 '인코넬 690' 대신 스테인리스로 용접을 했고, 자격이 없는 용접사가 시공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전 규제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조사 결과 두 가지 의혹이 모두 사실로 확인됐다.
작업 CCTV 등을 확인해 본 결과 관통관 84개 가운데 2개에는 계획과 다르게 스테인리스가 사용됐고, 또 다른 관통관 2곳은 무자격자가 작업을 한 것으로 들통난 것이다.
부안군 등 전북지역 피해 조사에서 소외 '불만'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원전이지만 전북지역과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그동안 원전 대비책에서 전북이 소외돼 지역 주민들의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계속 이어져왔다.
특히 대형 원전 사고 발생시 전북지역 인근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지만 원전 소재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역자원시설세를 배분받지 못해 주민들의 불만이 높다.
고창군과 부안군 등 영광과 인접한 전북지역도 한빛원전 온배수 피해 권역이지만 그동안 온배수 피해 조사에서 일부 전북지역이 배제돼 주민들이 불만이 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로 제기됐었다.
더구나 지난해 10월 26일 오전 10시 4분쯤 한빛 5호기 원자로가 밸브 문제로 증기발생기 고수위 현상으로 원자로 가동이 정지되는 일이 발생했지만 그 후 한빛 5호기는 원자로 헤드 보수작업 과정에서 규격에 맞지 않는 재질로 용접을 했다는 의혹 등이 제기돼 가동을 멈추고 원자로를 냉각하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갔다.
전북 주요 언론들 한빛원전 5호기 부실 문제 왜 다루지 않나?
이러한 위험천만한 사실이 검찰 수사 결과 밝혀지면서 광주·전남지역 언론에 집중 보도됐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빛원전과 인접한 전북지역 일간지와 방송사들에선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민언련)은 25일 ‘한빛원전 5호기 원자로 헤드 부실 시공 의혹, 지역민 목소리 담는 언론 보도 필요해’란 제목의 '전북 주요뉴스 피클(모니터 보고서)'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전북민언련은 “지난해 7월 드러난 한빛원전 5호기의 원자로 헤드 부실 시공 의혹과 관련해 5월 18일 검찰이 직원 8명과 시공업체인 두산중공업, 한국수력원자력을 불구속 기소했다”며 “원전 대비책에서 전북이 소외되었다는 그동안의 문제제기를 고려할 때 한빛원전 수사 과정도 지역 언론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북민언련은 이어 “검찰이 관련자들을 기소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지역 언론들의 관련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포털 사이트에서 ‘한빛원전’, ‘영광원전’으로 검색을 해보면 중앙언론과 광주·전남지역 언론들의 보도만 확인되지만 지리적 이유인지 전북 지역 언론의 무관심으로 인한 결과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단, 전북지역에서는 풀뿌리 언론인 주간해피데이가 이 문제를 그동안 심층적으로 다루어 다른 주요 일간지 및 방송사들과 대별됐다. 신문은 지난해 한빛 5호기 부실 문제가 제기됐을 때부터 집중 취재해 보도해왔다.
신문은 24일에도 ‘한빛5호기 원자로헤드 엉터리 용접과 은폐, 수사로 드러나’란 제목의 기사에서 “영광 한빛원전 5호기의 핵심 설비인 원자로 헤드에서 부실공사가 이뤄졌다는 의혹 대부분이 검찰 수사 결과에서 사실로 드러났다”며 광주지방검찰청이 공사를 맡은 하청업체 직원을 비롯해 시공업체(두산중공업)·한수원 직원 등 8명과 한수원·두산중공업 법인을 불구속 기소한 사실을 자세히 보도했다.
“한수원, 부실 시공자에게 검증까지 맡겨” 비판
기사는 또 “핵반응로(원자로)는 핵연료 분열이 일어나는 핵발전소의 심장과도 같은 핵심장치이며 가장 위험한 장치”라며 “원자로 헤드는 핵반응로의 뚜껑역할을 하는데, 핵분열 속도를 조절해주는 제어봉 등이 있는 관통관 84개가 원자로 헤드에 설치되어 있다”고 밝혔다.
기사는 이어 “관통관이 완전 밀폐가 되지 않을 경우 핵반응로 안의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게 됨에 따라 관통관의 용접은 아주 중요하고 최고의 작업 품질을 요구하는 작업”이라면서 그런데 ‘원자로 헤드 오류 용접 및 범행 은폐’, ‘수동용접 무자격자가 일부 구간에서 무단용접’, ‘용접사 자격인정 시험과정에서의 대리시험’, ‘원안위의 사후점검 과정에서의 ㈜두산중공업과 ㈜한수원 측의 부실보고’ 등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결국 “한수원은 부실시공자에게 검증을 맡겼다”고 비판한 기사는 “한수원은 핵발전소의 안전을 위해 시공과정을 면밀히 관리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지만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엉터리 용접에 관한 문제가 발견되자 다시 시공사인 두산중공업에 검증을 맡겼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비난했다.
정부차원 신속한 안전 점검 및 후속 보완조치 절실
기사 말미에서 신문은 “한빛 5호기 재가동 승인 과정에 검증과 규제를 담당한 원자력안전기술원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두산중공업과 한수원의 부실 용접 및 은폐 사실을 확인하지 못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업무방해를 받은 기관이 스스로 눈을 감은 것”이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이처럼 중요한 원전의 안전성과 직결되는 부실 시공 문제가 지난해 5월부터 발견됐지만 지난해 11월 비로소 수사 의뢰로 이어져 6개월 만에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은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앞으로 논란은 또 다시 법정공방으로 이어져 지루한 시간이 허비될 공산이 크다.
누구보다 원전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사전 철저하게 검증하고 관리해야 할 한수원의 책임 크다. 직접 검증해야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안을 무단 용접과 부실 은폐를 눈감아 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근 주민들은 크게 놀라고 불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차제에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된 해당 기관들이 역할과 책임을 방기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부가 나서서 조속한 안전 점검과 부실 시공에 따른 문제 진단을 철저히 실시해야 한다는 주문이 비등하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