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계절...불나방·폴리페서들 '눈총'

진단

2021-05-17     박주현 기자

다시 정치의 계절이 왔다. 그러나 대선과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선거에 직접 나서려는 예비 주자들과 이들을 따르는 세력들이 무리를 지어 마치 불나방 떼처럼 움직이는 모습이 볼썽사납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강의를 주로 실시하는 대학마다 일부 교수들이 강의실이 아닌 외부에서 잦은 정치인 지지 모임과 선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심지어는 한 사람이 두 세 후보의 지지 모임에 가입한 교수들도 눈에 띈다. 이른바 폴리페서들의 이중 삼중의 보험성 정치 활동에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정세균 전 총리 나흘간 전북 순회...뒷말 '풍성'

세계일보 5월 16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최근 정세균 전 총리가 나흘간의 전북 순회 일정을 마무리하고 떠난 지역 정가는 말들이 풍성하다.

누가 지지를 선언하고 누가 지지 선언 명단에서 빠졌느냐가 큰 관심사다. 그런가하면 이낙연·이재명 지지 세력들의 움직임도 지역에서 다시 빨라지고 있다. 

앞서 정 전 총리는 “고향”, "제2의 김대중“ 등의 시그널을 언론에 강조하며 전북지역을 휩쓸고 갔다.

지역언론들은 “고향에서 대권을 향한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며 호의적으로 정 전 총리를 띄웠다. 정 전 총리가 16일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가진 기자회견 중 ‘저평가 우량주’라는 자신에 대한 평가에 대해 "고평가 우량주로 전환되고 있다"며 "빨리 출발한다고 먼저 골인하는 것이 아닌 만큼 골인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 내용을 지역언론들은 대서특필했다. 

그런데 이날 기자회견에 누가 참석했느냐가 또 다른 주된 관심사였다. 언론들은 “더불어민주당 전북 출신 김성주(전주을), 김수흥(익산갑), 안호영(완주· 무주· 진안· 장수), 이원택(김제·부안), 윤준병(정읍·고창) 의원 등 5명이 함께 했으며 한병도(익산갑)·신영대(군산) 의원도 정 전 총리 지지에 한 배를 탔다”고 전했다.

JTV 5월 16일 보도(화면 캡쳐)

전북지역 민주당 현역의원 중 김윤덕 의원(전주갑)을 제외하고 모두 정 전 총리를 지지한 것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정 전 총리 측은 경쟁 상대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기로 한 김윤덕 의원을 특정, ‘전북지역 민주당 현역의원 중 김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정 전 총리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는 내용을 부각시켰다.

이처럼 김윤덕 의원은 정 전 총리 지지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그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대선 예비주자들 우석대와 특별한 인연, 왜?

전북일보 5월 17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한편 전북일보는 16일 ‘이낙연, “한국사회 양극화 해소 패러다임, 신복지·신경제로 바꿀 것”’이란 제목의 기사(인터넷)에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주목했다. 이 전 대표가 15일 우석대 문화관에서 열린 지지모임인 '연두레 전북지회'출범식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과 함께 그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조명했다.

기사는 “이 전 대표가 전북을 찾아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를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으로 건 의미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며 “전북엔 ‘속도혁명’이 필요하다. 부창대교(노을대교)건설 같은 사업은 반드시 정부가 승인해야 한다. 과거에 10시간 걸리던 길을 1시간 안에 가는 시대에서 속도에 뒤떨어져선 (발전이)안 된다”고 강조한 내용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전북일보 사주와 관련이 있는 우석대에서 열린 자신의 지지 모임 ‘연두레 전북지회’ 출범식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했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앞서 우석대는 이재명 경기자사의 전북지역 교수 지지 모임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전북지역 교수 40여명으로 구성된 '(가칭)전북정책포럼'이 지난달 22일 전북일보사 15층 우석대 평생교육원 강당에서 출범식을 가졌다.

연합뉴스 4월 22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모임인 전북정책포럼 출범식에는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이한주 경기연구원장이 참석하고, 전북정책포럼 상임대표에 콜롬비아 대사를 지낸 송기도 전 전북대 교수가, 공동대표에는 서승(우석대), 송기춘(전북대), 강남호(원광대) 교수가 맡아 시선을 끌었다.

또한 "전북정책포럼 구성은 이재명 지사와 각별한 사이로 알려진 김윤태 우석대 교수가 산파 역할을 한 것"으로 언론들은 보도해 우석대와 대선 주자들 간 유독 인연이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여야 대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보험성 줄서기가 언론은 물론 정치인들 사이에도 잇따르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정치불나방·폴리페서들 '왔다갔다'...따가운 시선

지방선거에 나설 예비 후보들의 대선 주자에 대한 줄서기는 어느 한 인물에 치우치지 않고 이리 저리 흔들리는 양태를 보이는가 하면 대놓고 특정 주자를 지지하는 모습까지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주MBC 5월 16일 보도(화면 캡쳐)

이런 가운데 지역의 대학가 폴리페서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000 지지  모임’이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등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일부 교수들은 이중 삼중으로 지지모임에 가입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한 국립대 교수는 “학교에서 대면 강의가 별로 없는 코로나 시대여서 그런지 정치권의 콜에 응하는 교수들이 많아졌다"며 "소일거리로 지지 모임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고 정치권의 입김으로 보직이나 겸직이라도 하나 맡으면 강의도 덜하고 정치도 하고 일석이조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웃픈 대학의 현실과 폴리페서들의 민낯이 자주 목격되는 요즘이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