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백승종의 '역사칼럼'
지금 유대인은 '인종 청소' 중입니다!
1.
팔레스타인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일차적으로는 오랫동안 그곳에 살아온 사람들, 즉 팔레스타인 사람(아랍인)들의 것입니다. 그러나 유대인들도 그들의 옛 역사를 근거로 팔레스타인 땅의 주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땅은 하나인데 주인이 둘이니 문제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2차 세계전쟁이 끝나자 미국은 국제연합(UN)을 움직여 그 땅을 둘로 나누어 두 민족이 살도록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2천 년 전 조상의 고국으로 되돌아간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평화롭게 사는 데 실패하였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싸우고 또 싸웁니다. 그들의 분쟁이 과연 언제 끝날 수 있을까요? 평화는 요원한 문제로 남아 있습니다.
2.
요즘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에서 날마다 벌어지고 있는 살육의 참상이 정말 끔찍합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이달에 들어와서(2021년 5월) 더욱 확대되고 있지요. 처음에는 예루살렘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나더니 곧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전체가 전쟁터로 바뀌었습니다. “웨스트 뱅크”도 요란합니다.
예루살렘에서 양측이 충돌한 직후 팔레스타인을 이끄는 하마스 측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에게 최후 통첩을 보냈지요. 이스라엘은 템플 마운트와 동 예루살렘의 셰이크 자라 지역에서 모두 철수하라는 것이었는데요.
이후 양측은 예루살렘에서 무력 충돌을 벌였어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경찰이 구 시가지와 모스크 입구를 봉쇄하고 집회까지 근원적으로 막은데 분통을 터뜨리며 시위를 벌였지요.
게다가 셰이크 자라(Sheikh Jarrah) 지역에 사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 당국으로부터 퇴거 명령을 받고 분노하였습니다. 유대인 정착민들이 그곳에 살며 소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인데요. 양측은 수년 만에 최악의 충돌 사태를 일으켜 최소 300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 사이에 긴장은 더욱 고조되어 하마스는 최후 통첩이 만료되자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을 발사했습니다.
지난 2-3년 동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비교적 조용히 지낸 편이었습니다. 이번 사태는 수년 만에 재발한 최악의 수준입니다. 정확히 말해, 2021년 5월 10일에 일어난 양측의 마찰이 불과 수 시간 만에 전쟁 상황으로 악화했습니다. 급진적 이슬람주의 단체인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수백 발의 로켓을 쏘아댔고,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공격 목표로 삼아 엄청난 화력을 집중적으로 쏟아부었습니다.
이스라엘 측은 자국의 생산 시설을 포함해 500개 이상의 시설물이 표적이 되고 말았다고 한탄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가자 지구에 쏟아부은 로켓 발사를 정당화하고 있지요. 아랍 측이 이스라엘에 쏜 로켓은 대략 1,800발이라고 합니다. 그 대부분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Iron Dome)이 요격하였다고 전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피해는 막심합니다. 가자 지구에서만 하여도 100명 이상 사망했고, 부상자 수는 500명이 넘었습니다. 이스라엘 측의 피해는 경미합니다. 사망자는 7명이고, 수십 명이 부상했다고 하는데요. 전세는 이스라엘이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그들은 14,000명의 예비군까지 동원하여 가자 지구를 완전히 포위한 상태입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하여 이집트, 카타르 등이 휴전을 종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뚜렷한 효과가 없어 보입니다. 이스라엘의 네타나휴 총리는 정치적인 위기에 빠져 있는데요. 이번 무력충돌을 계기로 정치적 위상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평화는 그다음 일이 아닐까 합니다
3.
중동의 평화는 멀기만 합니다. 지난 2005년의 일이었지요. 중동에 평화가 찾아왔었지요. 그 당시 이스라엘 총리였던 아리엘 샤론과 팔레스타인의 무하마드 압바스 대통령이 평화에 동의하였습니다. 2005년 2월 8일, 그들은 샤름 엘 셰이크에서 휴전에 조인했어요.
그때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서 철수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무력으로 점령한 지 38년이 지난 2005년 9월 12일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한 점령을 포기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평화의 약속은 오래 지켜지지 않았어요. 2006년 이른바 레바논 전쟁이 일어났고요, 그 해에 팔레스타인 내부에서 갈등이 일어나 급진파인 하마스가 가자 지구를 통치했지요(2007년부터). 온건파는 “웨스트 뱅크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고요.
2년이 지나자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전쟁을 시작했습니다(2008년). 그때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로켓포를 발사했고 이스라엘은 군사적 응징으로 나왔습니다. 8일 동안 서로 치열하게 싸우고는 휴전에 합의했습니다.
그러고는 2012년에 다시 무력충돌이 재발생했습니다. 다시 휴전하였으나 2014년 7월 초순에 다시 격돌하였습니다. 2014년 8월 26일, 양측은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도 상황은 불안하였고요. 2019년이 되자 다시 전쟁이 찾아왔어요. 이스라엘이 급진적인 지하드(성전) 주의자들을 살해하였기 때문에 팔레스타인 측이 200발 이상의 로켓을 쏘았습니다. 그러자 이스라엘은 다시 가자 지구를 에워싸고 “지하드”의 말살 작전을 펼쳤습니다.
금년 5월에 발생한 양측의 분쟁은 이 지루한 전쟁의 맥락에서 보아야 합니다. 얼마쯤 더 싸우다가 휴전하겠지요. 그리고 잉크가 마르기 전에 그들은 다시 또 전쟁을 시작할 것이고요. 정말 밑도 끝도 없는 일입니다!
4.
문제의 핵심은 예루살렘이라고들 말합니다. 누가 이 거룩한 도시의 주인입니까? 예루살렘의 법적 지위는 논란의 여지가 많지요. 이 도시가 누구의 소유인지를 명확히 확정한 문서는 존재하지 않아요. 예루살렘은 장차 이스라엘의 수도가 될 수도 있고 팔레스타인의 수도일 수도 있다고 봅디다. 4천 년의 역사를 가진 이곳은 기독교인의 성지이자 유대인과 이슬람의 종교적 성지입니다.
구 시가지의 이른바 “템플 마운트”을 보면 분명히 그러합니다. 이곳은 유대인과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이슬람교도 모두에게 신성한 장소입니다. 이슬람의 전통에 의하면 예언자 모하메드가 그곳에서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이를 기념하는 모스크(Al-Aqsa)가 아직도 있고요. 이슬람에서는 예루살렘이 가장 중요한 성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같은 공간에 유대인의 성전도 둘씩이나 있습니다. 유대인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곳이 바로 예루살렘입니다. 이른바 “통곡의 벽”이란 장소를 아실 것으로 짐작합니다. 70년 로마인이 송두리째 파괴한 유대의 제2성전을 감싸고 있던 옹벽이라고 하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의 중심인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히신 채 세상을 작별한 이래로 기독교의 거룩한 성지입니다. 초기 기독교 신자들은 다름 아닌 겟세마네 동산에 모였습니다. 또, 예수가 부활하신 직후 이곳에 교회가 건립되었습니다.
역사상 예루살렘처럼 여러 차례 파괴되었다가 재건되고, 다시 똑같은 과정을 되풀이한 곳은 없는 줄 압니다. 오늘날 예루살렘 구 시가지는 4개의 구역으로 나뉜 상태죠. 유대인이 있고, 아르메니아 인, 아랍인 그리고 기독교인이 한 구역씩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각 지역의 비중은 다릅니다. 1875년부터 유대인이 이 도시 인구의 다수를 차지합니다.
1949년, 이스라엘-아랍 전쟁이 끝난 뒤 예루살렘은 두 쪽으로 분할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구 시가지와 “통곡의 벽”은 이슬람 측인 요르단이 통치하였고, 유대인들은 그들의 성지를 자유롭게 방문하지 못하였지요.
그러다가 1967년에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켰지요. “6일 전쟁”이었는데요, 이스라엘이 그곳을 점령하고는 합병해 버렸습니다.
양측은 예루살렘을 상대에게 나눠 줄 수 없다고 고집하고 있어요. 팔레스타인 사람은 동 예루살렘이야말로 장차 팔레스타인이란 국가의 수도가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의회에서는 1980년 7월 30일에 예루살렘에 관한 법을 제정하고는, “통합된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못 박았습니다. 또, 예루살렘이 입법, 사법, 행정의 중심이라고 했습니다. 동 예루살렘까지도 이스라엘의 영토라고 규정한 것입니다.
1980년 8월 20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결의 478호를 통하여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관련법이 무효라고 선언했지요. 그에 따라서 예루살렘에 있던 각국의 대사관은 텔아비브로 이전하였습니다.
그러나 2017년 4월 7일,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였고요.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하였어요. 세계 최초의 일이었습니다. 러시아 외무부의 성명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유엔의 결정, 즉 팔레스타인의 미래 수도는 동 예루살렘이라는 내용을 포함한 과거의 결정을 변함없이 지지합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서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방침을 더욱 강력하게 지지하였습니다. 이것이 결국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갈등에 기름을 쏟아부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앞으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다양한 이유로 상대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 수십 년 동안의 추세로 보면, 팔레스타인은 수십 년 내에 아마도 멸종 상태에 이르지 않을까 합니다. 과거 히틀러의 나치 정권이 유대인을 “인종청소”하였듯이,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청소”하는 듯합니다. 그 형식은 조금 달라도(수용소가 아니라 전쟁) 내용 면에서는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인간은 역사로부터 그 무엇도 배울 수 없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씁쓸한 아침입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