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야네들이...” 전주시 청소지원과장 생방송 발언 '파장'

분석

2021-05-15     박주현 기자

KBS 전주총국 '패트롤 전북-함앵커가 간다' 5월 14일(금) 방송(유튜브 동영상) 

KBS 전주총국 아침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인 ‘패트롤 전북’의 금요일 고정 프로그램인 ‘함앵커가 간다’가 지난 14일 방송에서 전북도와 전주시의 천막 속 노동자들 그리고 행정의 입장을 직접 현장의 목소리로 전해주었다. 

특히 이날 방송은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전북도청과 전주시청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해 줌으로써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날 방송에서 “전주시청 민간위탁 청소노동자들이 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답변 과정에서 전주시 청소업무 담당 과장의 노동자 비하 발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주무 과장은 특히 "민주노총 야네들"이라고 노동조합원들을 싸잡아 비하함으로써 논란이 불거졌다. 노동자들과 담당 공무원들에게 똑같이 질문을 던지며 문제점과 대안을 찾고자 노력한 방송이었지만 이 발언으로 본말이 전도된 모양새다.

KBS전주총국 <패트롤 전북>출연  전주시 담당 과장 노동자 비하 발언 '논란' 

그동안 천막농성을 펼치며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과 타당성 조사와 용역을 하기로 하면서 시간을 끌고 있는 전주시 간에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다 청소노동자들의 주장과는 무관하게 청소용역 위탁업체들에 대한 행정의 관리 감독 부실 문제가 잇따라 불거져 고발과 수사로 이어진 양상이다.

이 같은 문제점과 살상을 전하기 위해 이날 방송이 찾아간 현장의 목소리에서 노동자들의 주장에 대해 담당 주무 부서인 전주시 정원도시자원순환본부 청소지원과 이기섭 과장의 노동조합원 비하 발언이 생방송으로 전달돼 노동조합은 물론 청취자와 시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생방송으로 진행된 ‘패트롤 전북-함앵커가 간다’ 진행자인 함윤호 아나운서의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이 과장은 “민주노총 야네들”이라고 표현해 "그동안 노동조합원들에 대한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 발언"이라는 비난이 거세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아나운서의 시정 요구에 정정을 했지만 공분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양새다.

전주시 이기섭 청소지원과장 “민주노총 야네들이...” 생방송 중계, '공분' 

특히 ‘보이는 라디오’로 이 프로그램이 유튜브 동영상으로 중계되고 있고, 아침 출근 시간에 방송되는 점 때문에 많은 청취자들이 듣고 있어 파급력이 크다. 더구나 전주시청 광장에서는 수년 간 청소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관심 또한 큰 사안이다.

전주시청 광장에서 천막농성을 진행 중인 청소노동자들

12개 전주시 청소업무 민간위탁업체에 소속돼 있는 청소노동자들은 전주시가 청소업무 위탁을 관리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차별 대우와 횡령, 직원 갑질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방송에서 일부 노동자들은 “현재 전주시는 청소 노동자들 중 200여명만 직접 고용하고 나머지 400여명은 위탁 고용하고 있다”며 “나머지 노동자들도 직접 고용을 해 줄 것을 요구하며 협상과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노동자들은 “2019년 이후 범시민 연석회의를 정기적으로 하기로 해놓고 전주시가 코로나를 이유로 제대로 하지 않아 계속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며 “전주시는 민간위탁에만 맡긴 채 예산 낭비를 하지 말고 직접 고용제를 실시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담당 주무과인 청소지원과 이기섭 과장은 “노동조합의 주장이 일부는 맞으나 일부는 맞지 않다”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현상은 안타깝고 당혹스럽다”고 이날 방송에 출연해 말했다.

사회자 질문에 엉뚱한 답변으로 노동자들 자극..."전주시장 사과하라" 성명

또 이 과장은 노동조합들의 직접 고용과 연석회의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8번 실시하기로 한 연석회의를 현재까지 6번 실시했다”면서 “민주노총 전북본부와 협상 과정에서 타당성 조사를 하자고 요구했으나 제대로 협상이 안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청소업무와 관련된 민간위탁업체 비리 등 문제점에 대한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비리에 대해 검찰에 고발해서 현재 수사 중”이라고 답했다. 또한 예산을 주는 시청의 입장에서 민간위탁의 관리 감독의 문제점을 지적한 질문에 대해 그는 “비리에 대한 수사가 나와 봐야 한다”며 “전국에 많은 민간위탁이 있는데 직접 고용을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진행자가 민간위탁 관리 감독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재차 요구하자 “민주노총 야네들이 직접 고용을 주장하고 있는데, 문제는 청소의 질이다”고 답변했다.

이에 진행자가 “야네들이라고 한 부분은 정정해야 되겠다”고 저적하자 머뭇거리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이 때 진행자가 재차 정정을 요구하자 그제 서야 ”그 부분은 죄송하다“고 말했다.

생방송인 이날 방송에서 이러한 뜬금 없는 발언에 놀란 진행자는 “과장이 감정을 갖고 업무를 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해당 과장은 “지금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데,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데 대해 용역을 하고 있다”는 엉뚱한 답변으로 일관해 청취자들의 분노를 샀다.

“전주시 공무원들의 노동자들에 대한 천박한 인식 대변해 준 것” 비판

이날 방송 이후 이 과장의 답변 발언이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 왔다. 페이스북 등 SNS(소셜 네트워크 사이트)에서 노골적인 불만과 비판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전주시청 공무원의 노동자들에 대한 입장을 그대로 대변해 준 것”이라며 불편한 감정을 공유했다.

시민 이 모씨는 “이는 공무원의 어쭙잖은 선민의식을 여과 없이 보여준 천박한 사례라 할 수 있다”며 “110만 민주노총 조합원과 65만 전주시민께 무릎 끓고 사죄하라”고 페이스북에서 요구했다. 

그는 또 "청소노동자는 그 누구도 하기 싫고 힘든 일을 가장 낮은데서 묵묵히 수행하는 우리의 이웃“이라며 ”그분들의 노동 가치는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 받을 충분한 이유가 있는 데도 그렇게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전주시는 청소노동자의 직접 고용을 전제로 성실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시민 윤 모씨는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시정을 요구한 뒤에야 시정을 하는 걸보니 문제가 있는 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들도 “인터뷰를 저렇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을 보니 전주시의 본심이 드러난 것 같다”, “참 서글프지만 방송에서 그런 표현을 한 것은 단지 그 공무원 한 사람의 생각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야네들?, 정규 라디오 생방송에서 막말한 전주시청 청소지원과장" 민노총 비난 성명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이 5월 14일 발표한 성명

이에 민주노총민주일반연맹은 ‘민주노총 야네들?, 정규 라디오 생방송에서 막말한 전주시청 청소지원과장! 전주시장은 110만 민주노총 조합원에게 사과하라“란 제목의 성명에서 전주시를 규탄했다. 

성명에서 민노총은 “현재 전주시청 앞에서는 비리백화점, 부패온상, 시민혈세 낭비 민간위탁을 중단하고 지자체 직영으로 전환하라는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며 “전주시 청소업무를 12개 민간업자에게 위탁으로 운영하는 전주시는 기간 계속된 위탁업체 비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고 전제했다.

이어 성명은 “보다 못한 위탁 환경미화원들이 지자체 직영으로 전환하라고 농성에 돌입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전주시의 입장을 묻기 위해 언론 인터뷰가 진행된 것인데 청소지원과장은 민주노총 얘(야)네들이 지금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거 아닙니까?“라는 막말을 시작으로 전주시 입장을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얘(야)네들의 사전적 의미는 ‘어른이 아닌 제3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얕잡아 이르는 말’로 되어 있다”며 “심각성을 인지한 아나운서가 제지를 하고 문제 있는 발언이라고 지적까지 하였다”고 비난한 뒤 “청소지원과장의 막말과 관련하여 전주시장은 민주노총 110만 조합원에게 사죄하라”며 전주시장의 공식적 입장과 사과를 요구했다.

전북도 청소노동자들 목소리 외면 “불통, 독재” 비난

한편 이날 방송은 전북도청 앞 청소노동자들의 천막농성 현장 목소리도 전달했다. 일부 정규직 전환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하락한데 따른 보존 대책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청소노동자들이다. 

이날 방송에서 노동자들은 노동계 입장을 전혀 들어주지 않는 전북도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전북도는 청소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주장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오히려 노동자들의 찬막농성을 문제 삼으며 불법을 이유로 고발하는 등 갈등을 외부로 확산시켜 논란을 키웠다는 게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갈등과 논란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청소노동자들은 이날 방송에서 이러한 전북도정에 대해 “지방정부의 독재이며 불통 행정”이라고 거세게 비판해 주목을 끌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