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갑질‧복당 논란...전북 국회의원들 '뭇매' 온도차, 왜?
뉴스 분석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이 연이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세례를 받고 있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상황이어서 정치권은 물론 도민들의 관심이 높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들이 엇갈린다.
특히 언론사들 간 뉴스 전달에서 온도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로 인해 독자와 시청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무소속 이상직 국회의원(무소속‧전주을)이 구속된데 이어 김수흥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갑)이 갑질 논란에 휩싸여 곤혹을 치르고 있다. 또 이용호 국회의원(무소속‧남원·임실·순창)은 더불어민주당 복당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뒤숭숭한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의제 설정 방향과 온도 차이가 극명하게 묻어나는 뉴스들로 인해 뉴스 이용자들이 헷갈려 하고 있다.
서울언론들, 추가 비리 및 수사에 초점...지역언론들, 보궐선거에 관심
국회의원 당선 직후부터 파란만장한 이상직 의원. 이 의원은 지난 28일 새벽 1시 20분 구속영장이 발부돼 영어의 몸인 상태다.
이에 대해 전북지역 언론들은 이스타항공 창업주로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및 횡령), 업무상 횡령, 정당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두 번째, 전북지역 현역 국회의원들 중 네 번째 구속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면서 “불명예를 안았다”, "창피하다" 등의 시민들 반응과 함께 벌써 이 의원 지역구인 전주을의 재보궐선거에 관심을 두는 양태다.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의원직이 유지되지만 지역의 유권자들이 느끼는 체감 분위기는 실망과 분노, 자괴감, 창피함 등으로 얼룩졌다는 의제들이 연일 영상과 지면에 투영되고 있다.
전북일보는 29일 이상직 의원 구속 관련 기사에서 “지역 성장을 위해 많은 기대를 걸었는데 지역 유권자로서 무척 씁쓸하다”는 한 시민의 발언을 전달했다. 전북도민일보는 30일 “전북 정치권이 최악의 상황을 맞으면서 도민의 분노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정치권의 반응을 전했다.
KBS전주총국은 29일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패트롤 전북'에서 이상직 의원의 향후 법정 공방과 의원직 상실형 확정시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초점을 두고 진단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의원 구속 이후 서울언론들은 일제히 이 의원의 추가 고발 및 수사에 관한 이슈들로 방향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서울발 뉴스를 지역언론들은 거의 다루지 않고 있다. 충격과 실망이 너무 컸던 탓일까?
서울언론들은 29일부터 이스타항공 부정 채용으로 서울 남부지검에서 수사를 맡아 진행하게 됐다는 속보 기사와 이스타항공 회삿돈 수백억 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 의원에 대해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추가로 횡령과 탈세 의혹을 제기한 내용을 비중 있게 다루어 시선을 모았다.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는 28일 국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제출된 체포동의안과 회계법인 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조세포탈, 횡령 등의 혐의를 확인해 국세청에 제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 의원이 이스타항공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던 회사를 차명 보유했고, 자녀에게 이스타항공 주식을 저가 양도하는 방식으로 편법 증여해 세금을 탈루했다"며 “단돈 100만원에 118억원 상당의 채권을 인수한 뒤, 채권을 되파는 명목으로 65억원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상직 의원의 비리 의혹 제기와 추가 수사 진행은 구속된 와중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러자 일부 지역언론인들 사이에는 “까도까도 끝이 없는 비리 의혹을 따라가기(취재하기)조차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수흥 의원 갑질 논란 ‘시끌’...서울언론들, 한쪽 입장만 전달
익산지역에서는 김수흥 의원이 최근 구설에 올라 따가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김 의원이 막말과 갑질을 일삼았다고 폭로한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국식클)노동조합이 28일과 29일 연이틀 성명을 통해 “갑질을 애정어린 쓴 소리라 포장해 자신의 잘못된 권력 행사를 정당화하려는 김수흥 의원은 각성하라”고 촉구한 때문이다.
또 노조는 김 의원실에 성명서를 보내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국식클을 발전시키기 위한 자신만의 계획을 제대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노조 측은 “김 의원이 지난 23일 입주기업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방문했는데, 이 자리에서 김 의원은 이사장이 부재중인 상황에 대해 '국회의원이 왔는데 부재중이냐, 두고 보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김영재 진흥원 이사장이 사전 업무 일정으로 방문시간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였음에도 김 의원이 마음대로 방문해 막말을 했다"며 “이는 국식클에 입주한 기업은 물론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을 모욕하는 묵과할 수 없는 오만방자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언론들은 일제히 노조 측의 성명서 내용과 입장을 전하면서 정작 김 의원의 입장을 전한 기사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일방적으로 한쪽 입장만을 전달하는 뉘앙스를 짙게 풍긴 기사들이 주로 서울언론들에서 묻어났다.
흥분한 일부 언론들은 노조 측이 주장한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전달하면서 상대인 김 의원 측 주장이나 발언은 단 한 줄도 쓰지 않은 경우가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그나마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입장을 밝힐 수 없다’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말미에 첨부한 신문이 있었지만, 많은 언론들이 기사에서 이러한 내용조차 생략했다. 제목들도 매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들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국회의원이 왔는데 이사장 왜 없나" 與 김수흥 막말 논란 -조선일보
"국회의원 왔는데 부재중?" 갑질 논란에…與 김수흥 "녹취 공개해 달라“ -TV조선
"국회의원 왔는데 부재중? 두고보겠다" 與김수흥 갑질 논란- 중앙일보
"국회의원이 왔는데 부재중?"·"낙하산이냐" 김수흥 '갑질·막말' -서울경제
"국회의원 왔는데 이사장 왜 없나"..與 김수흥 의원 '갑질' 논란 -머니투데이
"국회의원 왔는데 이사장이 부재중이냐" 與 의원 막말 논란 -헤럴드경제
한편, 전북일보는 30일 이와 관련한 기사에서 “김수흥 의원은 ‘진흥원 측에서 당일 간담회의 토론을 녹음한 내용 전문을 언론과 시민들에게 공개하라’면서 ‘부덕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드리겠다’고 맞섰다”며 “김 의원은 ‘식품클러스터의 활성화를 위한 열정이 컸기 때문에 열띤 토론과정서 벌어진 일’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혀 시선을 끌었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 민주당 복당 논란, 누가 부추기나?
이용호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복당 문제가 지역 정가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됐다. 이 의원의 복당 신청에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이 의원의 복당 문제를 차기 지도부에 맡기기로 하면서 언론의 추측과 해석이 분분하다.
‘복당 보류’, ‘복당 난항’, ‘복당 초읽기’ 등 제각각 제목과 기사를 내놓아 독자와 시청자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서울언론들 중 일부는 이 의원 지역구인 민주당 전북 남원·임실·순창지역위원회의 반발에 무게중심을 실어 보도해 주목을 끌었다.
그 중 “지역위원회는 이 의원의 복당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에 제출하고 중앙당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기사들이 눈에 띈다.
전북CBS는 그러나 29일 ‘무소속 이용호 의원 민주당 복당 초읽기…해당 지역위원회 반발 움직임도’란 제목의 기사에서 “무소속 이용호 국회의원의 더불어민주당 복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라며 “더불어민주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가 29일 무소속 이용호 의원이 복당 신청에 대해 심사를 벌여 전원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민주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이날 심사의견서를 다음달 구성되는 새지도부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러나 “남원·임실·순창지역위원회 시·군·도의원들과 당직자 30여 명은 29일 오전 당원자격심사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이 의원에 대한 복당 불가를 주장했다”고 덧붙여 전후 사정을 비교적 상세히 전달해주었다.
이 의원의 복당에 반대한 주민들 중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의원이 입당하게 된다면 그간 민주당에 몸담고 당원들과 함께 한 입후보 예정자들이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선거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게 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