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전주시 ‘코로나 갈등’...누가 부추기나?
[전북지역 주요 신문 톺아보기] 2020년 5월 8일(금)
대중매체가 발전하면서 실제 사건보다 대중매체에 보도되어야 하는 사건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미국의 역사학자 다니엘 부어스틴(Daniel Boorstin)은 이러한 현상을 의사사건( pseudo-event, '조작사건' 또는 '사이비사건')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의사사건의 개념은 ‘새로운 기사를 실어야하는 언론이 주로 만들어 내는 사건’으로 진화되었다. 그래서 의사사건은 진짜사건보다 더 잘 정리되어 있고 진짜사건보다 더 잘 전달될 수 있다. 선거철에 자주 목격되는 이러한 현상은 선거철 외에도 나타난다. 선출직 정치인 또는 행정 관료들이 자신의 좋은 이미지를 언론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많은 인력과 예산을 사용하면서 적지 않은 부작용이 드러난다.
이른바 다음 선거를 위해 끊임없이 이미지 관리를 하는 ‘미디어 이미지 정치’의 범람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긴다. 그러나 의사사건과 미디어 이미지 정치가 권력이나 상업적 논리와 결합하게 될 때 큰 파괴력을 가진다. 그럼에도 속보경쟁을 이유로 언론들은 의사사건에 다가가기 일쑤다. 그러면 그럴수록 균형과 진실은 멀어지는데도 말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각 자치단체들은 행정력을 동원해 발 빠른 지원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행정’을 통해 튀는 행보를 보이는 자치단체장들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전북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강한 이미지로 언론에 부각된 대표적인 케이스다. 지역은 물론 서울의 언론들도 그를 칭찬할 정도다.
<한겨레>는 지난 4월 29일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중앙정부 발상 뛰어넘는 지자체들 나와“란 제목의 '직격 인터뷰' 기사에서 ”착한 임대료, 재난기본소득, 해고 없는 도시 선언에 앞장서는 지자체장“이라고 김 시장을 부추겼다.
지역 언론들 역시 코로나19 사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김 시장의 행보에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가해 왔다. 내부 불만의 목소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전주시의 발 빠른 ‘코로나 행정’이 전북도와의 '경쟁'으로 옮겨 붙은 양상이다.
8일자 지역 신문들의 지면에 묻어났다. 이날 신문들 1면에는 송하진 도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을 나란히 지면에 반영해 시선을 끌었다. 신문들은 전날 전북도가 내놓은 ‘포스트 코로나19 대책’을 1면과 2면 등에서 비중 있게 다뤘다.
경제 활력 정책 5개와 일상성회복 대책 3개로 압축된 대책은 전날 송하진 도지사의 입에서 비롯됐다. 송 지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 활력 제고와 도민일상회복을 최우선 목표로 내걸고, 모든 도정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히자 언론들이 또 다시 일제히 따옴표를 달아 그의 말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특히 전북도민일보는 이날 2면에 실은 "착한 임대료 등 실효성 동반돼야"라는 기사에서 김 시장을 겨냥한 송 지사의 발언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기사는 “송 지사가 전주시의 ‘착한 임대료’ ‘해고없는 도시’ 등 정책에 대해 ‘새로운 것이 다 옳은 것은 아니다. 실효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일침했다”며 전날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송 지사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다.
“착한임대, 해고 없는 도시 정책은 새롭다. 그러나 성과가 어떻게 나느냐는 다른 문제다. 임대료가 이미 올라버린 상태에서 깎아봐야 옛날보다 높다”
그러면서 기사는 “송 지사는 평소 간부회의 등에서도 임대인에게 집중된 착한 임대료 정책의 개선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힌 뒤 “전주시의 ‘해고 없는 도시’ 정책에 대해선 ‘해고 안해도 되는 기업이 해고 안하겠다고 참여하는 것은 의미 없다’라는 입장을 내비쳤다”며 송 지사의 입장을 옹호했다.
그런가 하면 전주시가 국가균형발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앞장선 지방자치단체로 선정됐다는 내용의 기사들도 눈에 띈다. 7일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주관한 ‘국가균형발전 선언 16주년 기념식’에서 전주시가 국가균형발전대상을 수상했다는 내용을 신문들은 지면에 부각시켰다.
한발 더 나아가 전주시가 코로나19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앞장서 추진한 ‘착한 임대운동’과 ‘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해고 없는 도시 만들기’등 전주발 상생실험이 전국에서 주목했다는 내용도 부각시켰다.
전북중앙신문의 경우 7면 톱기사로 다뤘다. 신문은 ‘전주發 착한 상생실험 전국 주목’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은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코로나19 극복 자치분권 토크콘서트’에서 패널로 참여해 코로나19로 인한 매출감소로 어려움에 처한 영세 소상공인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착한 임대운동’, 경제위기로 일상이 무너진 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한‘전주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고용충격 속에서 시민들의 안정된 삶을 지켜내기 위한‘해고 없는 도시’등 코로나19 위기 극복정책을 소개했다”며 사진과 함께 큼지막하게 보도했다.
이처럼 전북도와 전주시의 미묘한 신경전은 신문의 지면에 연일 반영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치단체들 간 기싸움 행태와 그 사이에서 갈등을 경쟁적으로 부추기는 언론의 뉴스를 접하고 있는 도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다음은 8일자 전북지역 주요 신문들의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김승수 전주시장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전북일보 :
경제 활력·일상 회복 추진 -1면(송하진 지사)
전주시, 국가균형발전 대상 수상 -2면(김승수 시장)
소비 촉진 유도하고 기업 고용유지 지원 -3면(송하진 지사)
전북도민일보 :
경제 활성화·일상성 회복 ‘집중’ -1면(송하진 지사)
"착한 임대료 등 실효성 동반돼야" -2면(송하진 지사)
전주시 ‘균형발전 우수 지자체’ 부각 -17면(김승수 시장)
전라일보 :
“지역 경제 활력-전북도민 일상 회복 최선" -1면(송하진 지사)
소비·생산·고용 경제 정상궤도 전 행정력 총동원 -3면(송하진 지사)
코로나 극복 ‘전주발 상생실험’ 전국 이목집중 -5면(김승수 시장)
전주시, 국가균형발전 대상 수상 -5면(김승수 시장)
새전북신문 :
“경제 활력과 일상 회복에 집중하겠다” -1면(송하진 지사)
전주시 국가균형발전대상 수상 -1면(김승수 시장)
전북중앙신문 :
일상-경제 되살려 희망키움 잰걸음 -4면(송하진 지사)
전주發 착한 상생실험 전국 주목 -7면(김승수 시장)
전민일보 :
“코로나19로 무너진 경제 살리고, 도민 일상 회복 집중” -1면(송하진 지사)
전주시, ‘국가균형발전대상’ 수상 -7면(김승수 시장)
/전북의 소리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