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배우는 '생명 철학'
이화구의 '생각 줍기'
2021-04-20 이화구 객원기자
鳶飛魚躍 (연비어약)
'솔개는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물고기는 물속에서 뛰며 노니다.'
율곡 선생께서 19세에 금강산 마하사에 들어갔을 때 노승이 물었답니다. "유교에도 비공비색(非空非色)이라는 말과 같은 법어(法語)가 있느냐?"고요. 이에 율곡 선생이 즉석에서 대답했답니다.
"연비어약(鳶飛魚躍)이 곧 비공비색(非空非色)의 의사(意思)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한시를 지어 재확인하였답니다.
鳶飛魚躍上下同(연비어약상하동)
솔개는 하늘을 날고
물고기는 물에서 뛰는 이치,
위나 아래나 똑같아.
這般非色亦非空(저반비색역비공)
이는 색(色)도 아니오
또한 공(空)도 아니라네.
等閑一笑看身世(등한일소간신세)
실없이 한번 웃고 내 신세 살피니.
獨立斜陽萬木中(독립사양만목중)
석양에 나무 빽빽한 수풀 속에
나 홀로 서 있었네.
이 시는 위로는 공중에서 솔개가 날개치고 아래로는 연못 속에서 물고기가 뛰노는 것이 모두 생명이 약동하는 세계임을 찬탄한 시랍니다.
유가(儒家)의 이 시와 불가(佛家)의 비공(非空) 비색(非色)이 생명의 세계임을 갈파한 법어(法語)로 이것이 곧 생명 철학이라고 합니다.
/사진·글=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