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민일보 편집국장 10년 만에 다시 '리턴?'

진단

2021-04-26     박주현 기자

최근 공직사회에서 퇴직 공무원들이 다시 해당 근무지 또는 전혀 다른 직종에 복귀하는 소위 '리턴 현상'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김제시가 최근 9명의 퇴직 공무원들을 기간제로 다시 채용 결정을 내려 비난을 자초했다. 

특히 "공고 절차를 생략하고 채용 대상자들을 미리 정해놓는 등 시민들의 응시기회를 차단한 채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 시의회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제기돼 지역사회에 공분이 거셌다.

"청년 일자리도 부족한데 퇴직한 공무원들을 우대?"

4월 12일 김제시의회 김주택 의원이 무공고 퇴직공무원 채용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박준배 김제시장이 입버릇 처럼 부르짖던 청년 일자리도 부족한데, 퇴직 후 수백만 원의 연금을 받는 퇴직공무원들을 기간제로 재취업시켜 또다시 월급을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 하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 공무원은 “민선시대 이후 도지사, 시장, 군수의 호주머니 속 인사로 웃지 못 할 촌극들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의욕상실에다 청년들의 새 일자리 제공과는 동떨어지는 또 다른 인사 사례도 수두룩하다”고 불만을 털어 놓았다.

비단 김제시뿐만 아니라 전북지역 자치단체와 관공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전라북도의 경우만 해도 산하기관 임원에 퇴임한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임명되거나 채용되는 경우가 잦다. 

이 때문에 전북도의회에 인사청문 시스템이 도입돼 인사철마다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그 때 뿐, 관행처럼 고착화되는 양태다. 그러나 "'청년 일자리'는 물론 취업 준비생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라는 비판이 계속 일고 있다.

지역언론사에 부는 '리턴 바람'

             전북일보 사옥 전경.

그런데 이러한 '리턴 현상'이 지역 언론사들에서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우선 방송사들 중 KBS 전주총국과 전주 MBC 등 주요 지역 방송사들은 기자를 거쳐 국장을 역임한 보도국 간부들이 임기를 채우고 나서 다시 일선 취재현장을 뛰는 경우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58세였던 정년 기준이 60세로 연장되면서 보도국에서 층층 단계를 두루 거쳐 마지막 단계까지 오른 간부들이 예전 같으면 논설실 또는 심의실 등에서 정년 퇴임을 맞이했다.

하지만 간부들이 다시 명함을 바꾸어 일선 취재 현장으로 리턴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퇴직 이후 다시 해당 언론사에 경력직으로 채용되어 예전 그 자리로 리턴하는 현상도 지역의 주요 일간지들에서 최근 잦은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북도민일보 전직 편집국장, 10년 만에 다시 편집국장으로 

전북도민일보 26일 기사(홈페이지 캡쳐)

전북도민일보는 최근 경력기자 채용 공고를 통해 2명의 전직 편집국 간부들을 경력직으로 다시 최종 채용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번에 채용한 경력직 중 이미 10년 전 편집국장을 하고 퇴임했던 이병주 씨를 다시 편집국장에 임명 동의를 마쳤다는 내용을 26일 자사 지면을 통해 밝혔다.

경력직으로 채용과 동시에 새 편집국장에 내정된 이 국장에 대해 신문은 "지난 23일 실시된 신문사 편집국 기자들의 임명 동의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얻어 임명 동의를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전북도일보 최근 경력기자 채용 결과(홈페이지 캡쳐).

그러나 이 국장은 10년 전인 2011년 4월 18일자로 이 신문사 편집국장에 임명된 바 있다. 그 후 오랜 경력 후 신문사를 퇴직한 상태였다. 이 외에도 이 신문사는 이번 경력직 채용 공고를 통해 또 다른 전직 편집국 간부를 경력기자로 채용했다.

이러한 지역언론사의 리턴 현상은 다른 언론사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전북일보의 경우 그동안 경력기자 채용을 통해 지역의 다른 일간지에서 경력을 쌓은 기자들을 수시로 채용해 빈자리를 메움으로써 따가운 눈총을 받아 왔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퇴직한 간부들이 다시 복귀하거나 시민기자로 참여해 지면을 통해 이름을 다시 알리는 경우가 있어 이를 보는 독자와 시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신문은 퇴직한 편집국 간부들 중 일부를 경력직으로 다시 채용해 근무하게 하거나 심지어 시민기자로 기획 취재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전직 간부들의 리턴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수습기자 채용보다 경력기자 선호...신문기자들 잦은 이동 원인

신문사 수습기자로 채용할 경우 3개월 이상의 수습과정과 적응기간 등을 거쳐야 하는데다 제대로 현장에서 취재하고 언론사 안팎의 시스템에 적응하려면 1년 정도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경력기자로 채용하게 되면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일할 수 있다. 바로 이 점을 영세한 지역일간지들이 선호하지 얺을 리 없다. 이 바람에 경력직 기자들의 이동이 무쩍 잦다. 

전북일보 '시민기자가 뛴다' 기획기사(홈페이지 캡쳐)

그래서 그런지 지역의 일간지들은 경력기자 채용 공고를 통해 타 언론사 경력기자들을 끌어오는 것으로도 모자라 퇴직한 자사 기자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형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과 내부 반응들이 나온다. 퇴직한 한 중견 언론인은 "오랜 기간 동안 선배 언론인들이 일구어 놓았던 언론사 내부 문화와 전통이 하루 아침에 무너진 느낌"이라며 "언론인의 꿈을 품고 언론학을 공부하는 많은 언론사 취업 준비생들이 이를 보면 어떻게 생각할지 아뜩하다"고 말했다.

"전북언론의 슬픈 자화상...극심한 자괴감 든다"

이에 대해 한 현역 언론인은 "대부분 지역 일간지들의 경영이 영세하다보니 당장 취재도 하고 광고도 할 줄 아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다보니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신문사 경영진의 얄팍한 태도"를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현역 언론인은 "노동조합이 없는 전북 일간지들의 꽉 막힌 구조에서 비롯된 현실"이라며 "신문사에도 노조가 있더라면 이러한 일들은 최소한 일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러한 지역언론의 현상에 대해 "퇴직한 경력 언론인들을 재활용하려는 지역 언론사들의 얄팍한 행태가 얄밉지만, 오래 전 퇴직한 사람이 다시 복귀해 후배의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에서 더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고 개탄했다.

“지역언론의 슬픈 자화상”, “극심한 자괴감마저 든다”는 일부 기자들의 반응에서 전북언론의 현실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