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산업 속전속결로 끝내야?"...성급한 주문
[전북지역 주요 신문 톺아보기] 2020년 5월 7일(목)
신문의 1면이 주로 언론의 환경감시 기능에 주력한다면 사설은 단순한 사실보도를 넘어 환경에 관한 정보의 의미를 해석하고 대응책을 처방해 주는 것이어서 뉴스 이용자들의 태도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환경감시가 주로 사건이나 사실의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에 의해 수행된다면, 상관조정 기능은 주관적 가치가 개입된 사설, 논평, 해설 등에 의해 발휘된다.
언론의 상관조정이 없다면 뉴스 이용자들은 사건의 심층적 배경과 의미는 물론 그 사건에 대해 어떠한 의견을 가지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몰라 어리둥절할 것이다.
보다 폭 넓은 맥락에서 사건의 의미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내려주고 보도된 사건을 어떠한 입장에서 볼 것인가를 시사해주는 중요한 기능이 바로 상관조정의 순기능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역기능도 존재한다. 사설이나 논평에 편견이 개입되거나 고의로 중요한 사회문제를 다루지 않은 경우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바로 상관조정의 역기능이다. 자사의 이념적 성향, 이익집단의 영향력, 광고주 또는 사주의 압력 등에 따라 뉴스를 프레이밍(framing)하는 바람에 역기능이 자주 발생한다.
해당 언론의 독자나 시청자들로 하여금 중요한 이슈와 사회적 현상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비판적·분석적 사고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5월 7일(목) 전북지역 주요 신문들의 사설을 들여다보자. 다양한 의견과 주장들로 상관조정 기능을 수행했다.
전북일보는 최근 1면에서 계속 다루었던 탄소관련 의제를 사설로 다루었다. 사설 제목을 ‘탄소산업 3대 현안, 속전속결로 끝내야’로 달았다. 제목에서부터 조급하고 불안한 느낌을 던져준다. 과거 새만금 의제를 다룰 때 자주 썼던 프레임을 연상시킨다.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됐을 뿐인데 ‘속전속결’이라니, 무엇을 어떻게 끝내라는 것일까?
사설은 “황무지에 탄소산업의 씨앗을 뿌려 10년 넘게 가꾼 노력의 결과”라고 관련 법 통과 의미를 해석하고, “이제 전북은 100년 먹을거리 마련을 위해 속전속결로 탄소산업의 연구와 개발, 시장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과 같이 절호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세 가지 과제를 짚었다. “전북이 탄소산업 수도’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국탄소산업진흥원 지정과 탄소산업 육성 종합계획, 규제자유특구 지정 등 3가지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이 강조하고 있는 탄소산업의 컨트롤 타워, 국제자유특구 지정 등 현안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갈 길이 아직 멀다. 연구개발 자금과 시제품 고도화, 특허, 판로, 해외진출, 그리고 기업유치와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외에 치밀한 마스터플랜과 후속 정책의 뒷받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분야다.
충분한 준비와 노력으로 결실을 거둘 수 있는 사업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안들을 속전속결로 끝나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행정과 정치권을 향해 서두를 것을 주문한 의도로 해석되지만, 성급하게 추진하려다 되레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역풍을 맞아 수십 년 동안 지지부진을 반복해 왔던 새만금의 악몽을 떠오르게 한다.
가뜩이나 전북도정의 장밋빛 청사진에 지역 언론들이 과도하게 흥분하며 조급성을 드러내는 기현상이 자주 목격되는 요즘이다. 환경감시와 상관조정의 역기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한편, 이날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새전북신문, 전민일보는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른 사회적 현상들을 사설에서 다루었다.
전북도민일보와 전라일보는 각 학교들의 순차적 등교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면밀한 대책을 당국에 주문했다. 특히 전북지역의 학교 10곳 가운데 4곳에 보건 교사가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한 대목이 눈에 띈다. 두 신문은 사설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과 감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교육 당국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는 주문을 빠뜨리지 않았다.
전민일보는 사설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세계인의 대축전인 하계올림픽도 연기한 마당에 지역행사인 도민체전을 강행하려는 한다"며 행정을 비판했다.
사설은 “전북도민체전이 5월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남원시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6월 19일부터 21일까지로 연기된 상태”라며 “섣부른 대규모 행사개최로 확진자 발생시 그 책임은 누가 질것인가, 책임질 자신이 없다면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할 필요 없이 올해 도민체전은 취소하고, 내년에 질과 양을 더 확충해서 개최하면 될 일”이라고 질타했다.
다음은 7일자 전북지역 주요 신문들의 사설 제목이다.
전북일보 :
[사설] 탄소산업 3대 현안, 속전속결로 끝내야
[사설] 지방의원들 도덕적 해이 중앙당이 제재하라
전북도민일보 :
[사설] 학교 순차적 등교 치밀한 방역준비를
[사설] 코로나로 온정 식은 보육원 등에 관심을
전라일보 :
[사설] 학부모 불안 여전한 ‘순차적 등교’
[사설] 소화전 부근 주정차 단속 강화해야
새전북신문 :
[사설] 공사현장 화재, 안전관리 일원화 시급
[사설] 생활 속 거리두기도 안심은 금물
전북중앙신문 :
[사설] 사전 투표제 개선, 정치권 숙의 필요
[사설] 건설가설업 고질적 체불, 속히 개선돼야
전민일보 :
[사설] 코로나19 위기 속 도민체전 개최 반드시 필요한가
/전북의 소리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