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가 쏘아올린 ‘성공신화’ 보도경쟁, 누구를 위한 언론인가?

[전북지역 주요 신문 톺아보기] 2020년 5월 6일(수)

2020-05-06     전북의소리

5월 6일(수) 전북지역 주요 신문들의 1면 의제는 ‘탄소 메카’, ‘탄소 수도’ 등 탄소산업 관련 기사가 주를 이루었다. 연휴기간을 포함하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탄소소재법 관련 뉴스가 1주일 째 1면과 해설, 사설 지면에 반영되고 있다. 초기 의제는 ‘일등공신이 누구인가’에 관심과 초점을 모았다면, 이날은 한 발 앞서 대책과 과제에 일제히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제시는 지난 4일 실시한 송하진 전북도지사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져 <탄소산업=송하진 도지사>를 각인시키는 듯한 뉘앙스가 짙게 풍기고 있다. 

6일자 관련 기사들의 행간을 톺아본다.

▲전북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전북일보는 1면과 2면, 15면 사설 등에서 관련 기사를 다루었다. 신문은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탄소소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 발맞춰 전북도가 명실공히 ‘탄소 산업 수도’로 발돋움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전제하면서 송하진 도지사의 말을 인용했다.

신문은 “송 지사가 지난 4일 전주시 한국탄소융합기술원에서 탄소소재법 개정안 국회통과에 따른 탄소산업 수도 건설 후속대책 발표 기자 간담회를 실시했다”는 사진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의 송지사 발언을 부각시켰다.

“지난 10여 년간 대한민국 탄소 산업 육성을 위해 가시밭길을 마다하지 않은 전북은 대한민국의 100년 먹거리 탄소산업의 꽃길을 완성하기 위한 막중한 책무를 기꺼이 짊어지려 한다”

“탄소 산업의 태동부터 성장까지 전북이 써온 드라마는 이제 세계적 수준의 대한민국 탄소 산업 수도 전북으로 현실이 될 것이다. 탄소산업의 발전이 국민 총생산과 전북지역소득과 연계 될 수 있어야한다”

“앞으로 10년은 앞선 10년보다 적어도 3~4배 빠른 속도로 탄소산업 인프라가 구축될 전망이다. 퀀텀점프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하려면 수소, 항공우주 등 관련 산업의 발전과 함께 가야한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도 “지난 2017년 법안 발의 이후 3년 만에 법안이 제정된 만큼 이제 대한민국 탄소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며 1면 의제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전북도민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는 이날 1면, 2면, 13면 사설에 이어 16면 전면을 할애해 탄소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신문 역시 송하진 도지사의 발언이 의제의 중심을 이룬다. 신문은 “탄소소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북도는 미래 100년 먹거리인 탄소융복합산업을 위한 추진계획을 밝혔다”며 송 지사의 4일 기자간담회 내용을 많은 지면에서 부각시켰다. 다음은 신문이 기사와 인터뷰에서 인용한 송 지사의 주요 발언 내용이다.

3년여의 오랜 기다림 끝에 이뤄진 탄소소재법 개정은 지역에서 씨를 뿌린 탄소산업이 국가전략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전라북도는 앞으로도 끊임없는 혁신성장을 통해 대한민국의 탄소산업의 메카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성장 사업을 육성해 나가겠다.”

“10년 넘는 세월을 오롯이 쏟았다. 전북의 백년을 책임질 먹거리를 마련했다고 생각하면 전혀 아깝지 않다. 제대로 된 제조업 기반 하나 없던 전북이 지역의 힘으로 국가전략산업을 만들어 냈다.”

“탄소산업은 우리가 함께 이뤄낸 아주 소중한 성공의 경험이고, 이미 그런 경험들이 많이 축적되고 있다. 반세기 만에 새만금 국제공항 건립을 확정했고, GM이 떠난 자리를 전기차 집적화 단지라는 새로운 미래로 대체했다.”

“꿈을 꾸면, 간절히 꿈을 꾸면 이뤄진다. 몇 사람의 꿈에 불과했던 탄소산업도 이제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사설에서도 신문은 ‘탄소소재법 국회통과는 협치의 결정(結晶)’이라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전북중앙신문 5월 6일자 1면

다른 신문들도 지면 구성과 내용이 유사하다. “전북도 최대 현안 사업으로 꼽히는 탄소소재법 개정안이 3년 만에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탄소융복합산업의 생태계 구축과 체잘강화를 위한 구체적 로드맵 마련에 나선다”며 역시 송하진 도지사의 4일 발언을 비중 있게 다뤘다.

신문들은 특히 ‘미래 100년 먹거리’와 결부시켜 탄소융복합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흡사하게 부각시키며 큰 기대에 부풀었다. 한 신문의 ‘송하진 전북도지사에게 듣다’란 기사에선 다음과 같은 질문도 등장했다.

“여담이지만 탄소소재산업하면 ‘송하진’이 떠오를 정도로 그 육성에 공들여왔는데 기억에 남는 일들을 소회한다면?”

▲전민일보 5월 6일자 1면

이처럼 전북지역 신문들은 마치 탄소소재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기다렸듯이, 일등공신 쏘아 올리기를 준비해 온 듯, 출발점에서부터 도정의 수장을 경쟁적으로 띄우며 마치 탄소산업을 그의 성공 신화처럼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다.

자칫 도민들의 눈과 귀가 어지럽게 현혹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도를 넘어서는 모양새다. 언론의 본연의 기능인 비판적 대안제시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음은 6일자 주요 신문들의 1면 톱 및 중톱기사 제목이다.

전북일보 :

탄소 메카 ‘종합계획·규제자유특구’에 달렸다

오늘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개인 방역 철저하게

전북도민일보 :

전북도 탄소융복합산업 발전 이끈다

전북 82만 가구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전라일보 :

전북 '완성형 탄소산업 시스템' 구축

낙후 전북 회생 우선 재원 마련 대책 과제

새전북신문 :

재난지원금 실수령액 시군별로 2배 격차

"전북을 탄소융복합산업 수도로"

전북중앙신문 :

탄소융복합산업 5개년 밑그림 그린다

도내 82만가구 재난지원금 지급

전민일보 :

전북도, 탄소산업 수도 꿈 야심차게...5개년 계획 추진

생활속 거리두기 전환...시민의견 분분

/전북의 소리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