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돈 있는 자들을 위한 '오색 연등'
이화구의 '생각 줍기'
점심을 먹고 산책 삼아 강남의 돈 많은 사찰인 봉은사에 잠시 들렸는데 석탄절이 아직은 멀리 있는 거 같은데 벌써부터 대웅전 앞에 오색 연등이 걸려 있다. 그런데 연등의 주인공 이름이 정치인이나 공직자, 아니면 돈 많은 부자 분들로 대부분 낯익은 이름들이다.
대웅전 앞에 걸린 연등을 어간등이라고 하는데 등 값은 한 개에 100원이라고 한다. 대웅전에는 정면으로 세 개의 출입문이 이어져 있는데 이를 어건문이라고 하며 대웅전 앞에 달린 연등을 어간등이라고 한다.
비록 봉은사 정식 신도는 아니나 일주일에 서너 번은 잠시 들리는 거 같다. 그곳에 서점도 있어 신간으로 나온 불서들을 구경하고 책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봉은사는 근무하는 사무실 인근이라 들리는데 금년으로 5년째인 거 같다. 2016년 4월에 처음 봉은사에 들렸을 때 당시 대웅전 앞에 어간등을 달았던 대통령 한 분(2016년 어간등 사진 참조)은 구속되어 아직도 감방에 계신다.
그리고 작년에 어간등을 달았던 분들 중에 박원순(작년 어간등 사진 참조) 전 서울시장의 등도 걸려있었다. 그런데 작년에 불미스러운 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오늘도 가운데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어간등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어간등이었다. 대통령의 어간등은 작년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의 어간등과 함께 걸려 있었다.
물론 대한민국 대통령은 천주교 신자신데 청와대에서 요청해서 어간등을 걸었을 리는 없다. 추측건데 봉은사 자체에서 대한민국의 국태민안을 기원하면서 대통령이나 서울시장의 어간등을 달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간등 중에는 현 총무원장 스님과 전 총무원장 스님의 어간등도 걸려있었다. 아무리 이판승(理判僧)이 아니라 사판승(事判僧)이라고는 하지만 하루 속히 성불해서 중생들을 구제하셔야 할 분들이 대웅전 앞 제일 좋은 곳에 어간등을 걸어서야 어찌 위로는 깨달음을 찾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구제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상구보리(上求菩提)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실천한다 할 수 있으리요!
봉은사를 자주 찾는 저 같은 사람의 눈에도 보기 좋지 않은데 일반인들의 눈에는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습니까! 앞으로는 돈이 없어 등 하나 달리 어려운 진짜 힘든 분들을 찾아 그분들의 등을 밝혀주셔야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는 거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곳에 등을 달았던 분들의 말로가 좋지 않은 점도 상기하시기 바란다. 초는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힌다. 촛불을 밝히는 이유는 혼자만이 아닌 주위도 되돌아보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몇 해 전 새로운 세상을 바라며 전국의 광장을 가득 메운 많은 국민들은 촛불을 들어 혼탁한 세상을 밝혔다. 그러나 세상은 사람만 바뀌었지 여전히 권력이나 명예나 돈을 가진 者들의 세상인 거 같다.
매서운 비바람에도 마지막까지 꺼지지 않은 연등은 비록 가난하였으나 정성스런 마음으로 밝힌 빈자의 일등(貧者一燈)이었지 겉만 화려한 오색 연등이 아니었다.
/사진·글=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