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4년 후 얼마나 살아남을 것인가?
[진단] 청년층이 전북을 떠난다
학령인구 감소 속 순유출 심각… 대책 마련 시급
3년 뒤 지방대 10곳 중 1곳 신입생 절반 못 채워
농어촌 초등학교부터 고사 위기… 9곳 신입생 없어
최근 많은 통계조사가 지역 소멸과 지방대 고사를 예고하고 있다. 인구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인구, 경제지표 등 각종 통계 수치에서 전북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암울한 전망에 갇혀 있다.
이는 최근 대학교육연구소와 호남지방통계청의 조사 및 연구결과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지방대 붕괴’, ‘지역의 소멸’. 전북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두 화두를 자세히 살펴보고 지금이라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지방대, 4년 후 살아남을 것인가?
3년 후인 2024년, 살아남을 전북지역 대학들은 얼마나 될까?
대학교육연구소가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연구과제로 수행해 지난해 발표한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4년 서울·인천·경기 외 지역의 지방대학 220곳 중 3분의 1이 넘는 85곳(34.1%)은 신입생 충원율 70%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지방대학 10곳 가운데 1곳은 신입생을 절반도 채우지 못할 것으로 예측됐다. 신입생 정원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은 26곳(11.8%)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으며, 신입생 충원율이 95% 이상인 대학은 한 곳도 없었다.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심해져 오는 2037년 신입생 정원의 70%를 채우지 못하는 지방대학이 209곳, 즉 전체 대학의 83.9%까지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신입생 충원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50% 미만인 지방대학들도 84곳, 전체의 33.7%에 이를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대학들 못지않게 수도권 대학들도 2024년에는 전체 대학 126곳 가운데 119곳(94.4%)이 신입생 정원의 70% 이상을 충원하지만 2037년에 가서는 그 수치가 절반 수준인 62곳(49.2%)으로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는 지방대학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을 학령인구 감소로 꼽았다. 올해 약 47만 명인 학령인구(만 18세 인구)는 2024년 43만 명으로 줄어든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청년층 유출이 많은 지역일수록 대학 신입생 충원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청년층 유출률이 가장 높은 광주·전북·전남지역이 2024년 지역 대학 입학생 예상 감소율도 22.4%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일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전북지역은 광주·전남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청년층 유출이 더욱 심한 지역이기 때문에 입학생 감소율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학교육연구소가 지방대학 직원 381명과 교수 202명 등 구성원 58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방대학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을 묻는 질문에 30.4%가 ‘학령인구 감소’라고 답했다. 이에 따른 정원 미충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36.1%), ‘부실대학 폐교’(24.5%) 등이 꼽혔다.
이들은 이번 설문조사를 근거로 수도권을 포함한 전체 대학의 정원을 10%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체 대학 정원 10%를 감축하면 지방대학 입학 정원이 3만 명 정도 줄어들어 미충원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폐교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며 “대학을 전수 조사해 부실 운영 우려가 있는 학교를 파악하고, 폐교 대상 학교 재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북 10~30대 순유출 급증
한편, 전북의 인구는 20년째 수도권으로 집중 순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 소멸’ 우려가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주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시군은 20년간 한 두 해를 제외하고는 계속 인구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대부분 청년층이 유출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청년들이 머무르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던 도내 지자체장들과 정치인들의 약속이 공염불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호남지방통계청 사회조사과가 지난해 7월 발표한 ‘2000년 이후 20년간(2000~2019) 전라북도 인구이동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전북의 총 이동자 수는 22만 9,000명으로 20년 전(35만 1,000 명)에 비해 34.8% 감소했다. 이동률 역시 지난해 16.5%로 20년 전에 22.7%였던 것에 비해 6.2%p 하락했다.
전입 및 전출을 살펴보면 20년 전과 지난해 모두 서울과 경기로 가장 많은 인구가 오고갔는데 지난해 기준 전북으로의 순유입 인구는 경남(108명), 부산(86명), 대구(32명) 등 백 명 대에 그쳤으나 순유출 인구는 서울(4,209명), 경기(3,626명), 대전(1,031명) 순으로 천 명 단위를 기록하고 있어 인구 순유출이 심각한 상황임을 방증했다.
연령별 순이동을 보면 최근 20년간 10대~30대 연령층에서의 전출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전북에서는 50대와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순유출을 기록했다. 특히 10대(-1,290명), 20대(-9,689명), 30대(-2,130명)의 순유출은 심각한 상황이다. 전북의 청년들이 학업과 직장을 위해 타 도시로 계속 빠져나가는 현상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청년층의 순유출 속도를 늦출 순 없다는 분석과 지적이다.
지역별로는 전주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군, 특히 익산시와 남원시, 정읍시의 경우 2000년 이래 지속적인 인구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농촌과 지방의 소멸이 현실화되고 있음이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최근 20년간 10대~30대 연령층에서 전출이 많았다는 점, 그리고 전북에서 수도권으로 순유출은 10대, 20대 연령층에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주로 20대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전북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한다. 각 지자체와 대학들의 보다 적극적이고 과학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지역과 대학의 소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최악의 미달에 총장 사퇴요구까지… 지방대 '쇼크’
2021년 3월. 입학시즌이 끝나자마자 지방대들이 비상이다. 학령인구 급감에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계속되면서 지방대들이 학생 정원을 못 채워 충격에 휩싸여 있다. 4년제 지방대들의 미충원 신입생은 2019년 7,992명에서 지난해 8,539명으로 539명이나 늘어났으며 올해부터는 1만 명을 넘긴 상태다.
앞서 지난해 7월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대학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 육성 방안’에 따르면 2018년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8.5%에 달했지만 올해 84.1%로 14.4%p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4년에는 78.0%, 2037년에는 63.9%까지 급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방대의 경우 전체 249곳 가운데 신입생 충원율이 95% 이상인 곳이 2018년에는 202곳에 달했지만 올해는 7곳으로 급감한 데 이어 2024년부터는 신입생 충원율이 95% 이상인 지방대가 단 1곳도 없고 70%에 못 미치는 곳이 85곳(34.1%)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79.9%로 최악의 신입생 미달사태를 빚은 원광대학교의 경우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정원 미달 사태를 빚은 대학가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악의 신입생 미달 사태를 맞은 다른 대학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전북지역 대학가에서 교직원들이 총장에게 사퇴의 방식으로 입시 부진의 책임을 묻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학알리미 및 도내 4년제 대학교 모집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학년도 신입생 충원율은 99.5%, 2020학년도는 99.6%였으나 2021학년도는 88.5%로 전년 대비 11.1%p로 크게 하락했다. 숫자로 보면 지난해 평균 약 46명 미충원에서 올해는 약 1,400명가량 감소한 것이다.
원광대는 지난해 충원율 99.5%에서 올해 79.9%로 가장 높게(19.6%p) 하락했으며 우석대는 99.1%에서 84.2%로 14.9%p, 군산대는 99.8%에서 86.5%로 13.3%p, 전주대는 100%에서 92.5%로 7.5%p, 전북대는 99.7%에서 99.6%로 0.1%p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나 수도권 유출에 대해서만 논할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교육 수요자의 요구 및 교육 환경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처함으로써 우수한 지역 인재의 유출을 막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학교 공동화, 지혜 모아야
인구절벽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는 오랫동안 지속돼 왔지만 그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현상은 농촌학교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전북지역 농어촌 초등학교 9곳이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또 전체 초등학교의 절반가량은 전교생이 60명 이하로 나타났다. 특히 전북지역은 농어촌 학교가 전체 학교의 60%를 차지하면서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다른 시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젊은 학부모가 거의 없다보니 앞으로도 신입생 모집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도내에서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는 군산 개야도를 비롯해 무주, 진안, 장수, 임실 등에 있는 농어촌지역 학교들로 나타났으며, 전교생이 다섯 명 이하인 초등학교는 5곳, 중학교는 4곳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통폐합 권고 기준인 전교생 60명 이하 학교를 보면 초등학교는 425개 학교 가운데 200개 학교가, 중학교는 210개 학교 중 84개 학교가 해당된다. 사실상 언제 폐교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처럼 농어촌 오지에 있는 학교부터 순차적으로 문을 닫게 되면, 대학들도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는 지적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학교의 붕괴와 공동화 현상에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각 지자체와 대학, 교육당국은 앞으로 이를 어떻게 대처하고 활용해 나가야 할지 지혜를 모을 때다.
/박주현 기자 ※전북대신문 3월 31일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