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교수의 동판화(銅版畵)와 박형준의 딸

김상수의 '세평'

2021-03-15     김상수 작가

올 2월 말에 정년 퇴임한 홍익대 미술대 김승연  교수는 오랜 시간 알고 지내는 분이다. 종로구 평창동에 살 때 이웃으로 있으면서 평소 그의 일관된 정직한 말과 행동에 신뢰를 지닌다.

미술 대학 입시 비리를 나서서 고발하면서 같은 대학 교수들로부터 고초를 당했지만 꿋꿋이 자기 입장을 지켰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서 말과 행실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지식인들을 보는 구역질나는 현실이지만 김 교수는 다르다.

이번 부산시장 출마 이명박 비서출신 박형준 딸의 입학 비리 의혹도 폭로했다. 민간인 사찰 의혹도 있는 박형준 측에서는 허위 사실이라고 주장하지만 김승연 교수의 꼼꼼하고 치밀하며 일관된 정직함을 잘 아는 나는 박형준이 ‘임자를 만났다’라고 본다.

김승연 Kim Seung Yeon. Night Landscape-9212. 40X60cm. mezzotint. 1992 동판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비리나 불의를 지나치지 않고 고발하는 김 교수는 수사 경찰이나 수사 검사 이상의 날카로운 ‘수사 실력’으로 사실을 파악하고 오직 사실에 근거해 비리를 고발한다.

이는 그의 예술 표현에서 특징인 동판화(銅版畵) 제판 기법에서 동판의 전면(全面)에 미리 가늘게 교차하는 선을 새겨 넣고, 그 선을 메우거나 깎거나 하여 ‘빛’을 새겨 나타내는 방법인 ‘메조틴트’ mezzotint 동판 기법을 체득한 것에 있다.

김승연 Kim Seung Yeon. Night Landscape-30X60cm. mezzotint. 2005 동판화

날카로운 칼로 동판에 어둠을 깎고 밝기를 새겨넣는 작업이란 여간 ‘섬세한 긴장’이 아니면 작업이 어렵다. 이렇듯 수십 년 동안의 예술 표현과 삶이 일치하는 드문 경우다.

그가 동판에 도시의 어둠을 밀어내고 빛을 깎는 예술 표현처럼 그의 일상이나 대학 교수 생활에서도 비리나 사회 부패를 그냥 넘어가지 않고 고발하고 응징하는 모습은 귀감이 된다. 싸구려 명성이나 돈에 함부로 팔리지 않는 예술가란 요즘 세태에 너무 드문 경우다. 

/김상수(작가·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