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길잡이 목련화
이화구의 '생각 줍기'
오늘 바깥 세상은 비록 미세먼지로 가득하지만 봄기운이 완연하여 서울 도심에 드디어 하얀 목련이 붉은 콘크리트 건물을 배경으로 두꺼운 솜털 갑옷을 뚫고 나오며 봄소식을 전하고 있다.
갑옷 가장자리에 붙은 미세한 솜털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개울가에서 봄을 알리는 버들강아지 같아 보인다. 원래 목련은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라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지만 금년에 찾아온 목련은 지난 한해 고난의 연속이던 코로나의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희망의 새 생명을 싹틔워서 더욱 반가운지도 모르겠다.
곧이어 목련이 하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면 많은 분들이 그의 순결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반하여 온갖 찬사를 쏟아낼 것이다. 나에게 목련이 반가운 또 다른 이유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목련화란 가곡을 처음 배웠기 때문이다.
당시 초등학교에서 교감선생님을 하시다가 음악이 좋아 교감자리를 박차고 고등학교 음악선생님으로 오신 은사님 덕분에 아름다운 선율의 가곡을 배울 수 있어서 해마다 이맘때면 나도 그 시절 추억 속으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어 목련이 더욱 좋다.
꽃이 필 때면 목련처럼 도도하고 순결한 인상을 주는 멋진 꽃도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길어야 1주일 정도 피었다가 지고 만다. 그것도 봄날에 비바람을 잘못 만나면 금세 떨어진다.
목련은 꽃이 질 때 동백처럼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로 지질 못하고 세상에서 가장 추한 모습으로 애처롭게 떨어진다.
이렇게 꽃을 잠시 피었다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때가 되면 살며시 자리를 비켜주는 목련을 바라보면서 우리는 목련 애상(哀想)과 인생 무상(無常)을 느끼며 세상의 도(道)를 배울 것이다.
비록 봄에 잠시 피었나가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목련에서 우리는 삶의 소중한 가치를 배우며 목련화 노래 가사처럼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값있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또한 자연 속에서 피는 꽃은 잠시 피었다가 지고 말지만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피는 꽃들은 맘만 먹으면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의 삶이 고달프고 힘들지라도 우리 마음속에 사랑의 꽃을 가꾸어 보면 어떨까 싶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길 바라며...
/사진·글=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