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미달에 총장 사퇴요구...지방대 '쇼크'
뉴스 분석
입학시즌이 끝나자마자 지방대들이 비상이다. 학령인구 급감에 수도권 대학 선호 현상이 계속되면서 지방대들이 학생 정원을 못 채워 충격에 휩싸여 있다. 4년제 지방대들의 미충원 신입생은 2019년 7,992명에서 지난해 8,539명으로 539명이나 늘어났으며 올해는 1만 명을 넘긴 상태다.
대학마다 미달 '쇼크'...존폐 위기 현실로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와 각 대학들이 내놓은 모집현황에 따르면 전국 223개 4년제 대학의 신입생 미충원 인원은 2020학년도에 모두 1만 1,00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정시 추가모집까지 진행하고도 뽑지 못한 신입생 수의 합계다.
교육부가 통계청의 인구 추계를 바탕으로 산출한 대입 가능 자원은 2020년 47만9,376명으로 대입 정원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42만 893명으로 전년 대비 5만8,483명(12.2%)이나 줄어들었다. 대입 정원과 비교해 7만명 이상이 모자라는 수치다.
교육부는 대입 가능 자원이 2022년에는 41만 2,034명, 2023년에는 40만 913명, 2024년에는 40만명을 밑도는 37만 3,470명까지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대학위기 극복을 위한 지방대 육성 방안'에 따르면 2018년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8.5%에 달했지만 올해 84.1%로 14.4%p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4년에는 78.0%, 2037년에는 63.9%까지 급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방대의 경우 전체 249곳 가운데 신입생 충원율이 95% 이상인 곳이 2018년에는 202곳에 달했지만 올해는 7곳으로 급감한데 이어 2024년부터는 신입생 충원율이 95% 이상인 지방대가 단 1곳도 없고 70%에 못 미치는 곳이 85곳(34.1%)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대학들마다 정원 채우기가 더 이상 말로만 비상이 아닌 존폐의 쇼크로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올해 신입생 충원율이 79.9%로 최악의 신입생 미달사태를 빚은 대학은 전북지역에서 나타났다. 바로 원광대학교가 그 최악의 불명예를 안았다. 이 때문에 교직원들이 총장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정원 미달 사태를 빚은 대학가에 다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원광대 최악의 미달 사태, 총장에게 책임 물어 퇴진 요구...대학들 '긴장'
특히 최악의 신입생 미달 사태를 맞은 원광대에서 총장 사퇴를 촉구하는 교직원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나와 다른 대학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전북지역 대학가에서 교직원들이 총장에게 사퇴의 방식으로 입시 부진의 책임을 묻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원광대 교수협의회와 직원 노동조합은 지난 8일 학교 내부망에 올린 공동성명을 통해 "2021학년도 원광대 신입생 유치는 총장과 대학본부의 무능한 대처로 처참하게 끝나고 말았다"며 "우리 학교는 영호남 4개 대학은 물론 전북권 종합대학 순위에서 맨 꼴찌를 면하지 못했고 앞으로 다가올 3주기 대학역량평가에서도 매우 불리한 상황에 봉착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원광대는 올 신입생 모집 결과 79.9%로 마감돼 전북지역에서 가장 낮은 모집률을 나타냈다. 총 3,543명을 모집하는 원광대는 2,833명이 등록하는 데 그쳐 무려 710명이 미달한 것이다.
4년제 전국 대학들 중에서 미충원률 상위를 기록한 원광대 교수협의회와 직원 노조는 현재의 상황을 '폭망 직전'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따라서 예고된 신입생 감소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을 현 박맹수 원광대 총장에게 물었다.
원광대 교수협의회와 직원 노조는 "이미 20년 전 출산율 저하로 학령인구 감소는 예견된 것이었고 입학경쟁력이 악화하는 상황은 모든 대학이 철저하게 대비해오고 있었다"며 "다른 영호남 3개 대학은 총장을 바꿔가면서까지 학교를 홍보하는 사이 우리 대학은 총체적인 부실 원인을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신입생 유치는 총장과 대학본부의 무능한 대처로 처참하게 끝났다”며 “총장은 원광대 구성원 앞에서 석고대죄하고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어서 "신입생 모집률이 저조해지면 등록률은 물론 중도 탈락률과 재학생 충원율이 동반 하락한다"며 "이번 미달사태가 의미하는 것은 교비회계로 지탱해온 부실한 재정 상황이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부실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다면 원광대는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북지역 4년제 대학들 동반 미충원 매년 증가, 존폐 위기 '심각'
원광대 구성원들은 또 "'꼬리 자르기'식으로 입학관리처장을 해임한 건 총장이 회피할 수 있는 책임의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며 "최근 총장 사퇴를 표명한 대구대 신입생 등록률(80.8%)보다 낮은 등록률을 보이는 상황에서 총장은 책임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해 다른 대학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신입생 모집 미달사태로 지방대 전체가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북지역 2021학년도 4년제 대학들의 신입생 충원율은 평균 90% 이하로 하락, 학령인구 절벽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실감케 했다.
대학알리미 및 도내 4년제 대학교 모집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학년도 신입생 충원율은 99.5%, 2020학년도는 99.6%였으나 2021학년도는 88.5%로 전년 대비 11.1%p로 크게 하락했다. 숫자로 보면 지난해 평균 약 46명 미충원에서 올해는 약 1,400명가량 감소한 것이다.
천편일률적 지방대 입학 전략 '문제'
원광대는 지난해 충원율 99.5%에서 올해 79.9%로 가장 높게(19.6%p) 하락했으며 우석대는 99.1%에서 84.2%로 14.9%p, 군산대는 99.8%에서 86.5%로 13.3%p, 전주대는 100%에서 92.5%로 7.5%p, 전북대는 99.7%에서 99.6%로 0.1%p 하락했다.
이처럼 심각한 상황임에도 학령인구 감소에다 수도권 유출이 지방대의 미충원율 증가, 공동 미달이라는 직격탄을 가져왔다고 애써 회피하려는 지방대학들. 그러내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따로 있다.
천편일률적인 지방대학들의 입학 전략이 더 이상 급변하는 교육 수요자와 교육 환경에 먹히지 않는다는 따가운 지적에 귀 기울일 때다.
전북 농어촌 초등학교 9곳 신입생 없어
인구절벽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은 농촌학교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전북지역 농어촌 초등학교 9곳이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또 전체 초등학교의 절반가량은 전교생이 60명 이하로 나타났다.
JTV는 10일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취재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임실군 삼계면의 유일한 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해마다 3~4명의 신입생이 꾸준히 입학해왔는데 올해는 뚝 끊겼다는 것이다.
기사는 “젊은 학부모가 거의 없다보니 앞으로도 신입생 모집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도내에서 신입생이 한 명도 없는 초등학교는 군산 개야도를 비롯해 무주, 진안, 장수, 임실 등 9개 학교로 농어촌지역 학교들“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에도 11개 초등학교에서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는 기사는 “전교생이 다섯 명 이하인 초등학교는 5곳, 중학교는 4곳으로 집계됐다”며 “정부의 통폐합 권고 기준인 전교생 60명 이하 학교를 보면 초등학교는 425개 학교 가운데 200개 학교가, 중학교는 210개 학교 중 84개 학교가 해당된다”고 밝혔다.
학교 공동화 대처·활용방안 지혜 모아야
기사는 이어 “특히 전북지역은 농어촌 학교가 전체 학교의 60%를 차지하면서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다른 시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난 2016년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 선이 붕괴된 도내 초등학생 수는 올해 9만 2,000여 명으로 줄었고 4년 뒤인 2025년에는 무려 7만 5,000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농어촌 오지에 있는 학교 순으로 문을 닫으면서 대학들도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 는 지적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그러나 학교의 붕괴와 공동화 현상에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각 지자체와 대학, 교육당국은 앞으로 이를 어떻게 대처하고 활용해 나가야할지 지혜를 모을 때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