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의학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이유

강병철의 '의학 에세이'

2021-03-10     강병철 객원기자

세상 모든 사람이 당신을 더럽다고 손가락질한다면 어찌하겠는가?

나에게 묻는다면 세 사람에게 기대라고 답할 것이다. 첫째는 가족이요, 둘째는 성직자이며, 셋째는 의사다. 구닥다리 사고방식이다. 가부장주의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여전히 의사와 성직자라는 직역이 유효하다고, 아니 유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는 자기 앞에 피 흘리고 누운 자가 누구인지 묻지 않는다. 그를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성소수자에 대해 세 편의 글을 쓴 것은 일부 의사들이 판관이 되려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특정 종교를 믿는 의사들이었다. 그들은 성소수자와 동성애자들을 비난하고, 적으로 돌리고, 심판하려 했다. 끔찍한 일을 저지르면서 주제넘게도 신과 과학과 의학을 사칭했다.

서양에서는 의사들이 나서서 소수자들을 보호하고, '주류' 사회와의 갈등을 조정하고, 지원을 주선한다. 종교재판관이 되려는 의사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주류 의학은 약자의 편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 태도가 의학의 권위를 지킨다.

우리 사회에서 종교와 의학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것은 성직자와 의사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보듬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 가장 냉혹한 잣대를 갖다 대기 때문이다.

사회의 편견과 무지와 잔인함이 무고한 영혼들을 죽음으로 내몬 날, 모교에서 의대생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강좌를 개설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언제나처럼 우리의 삶은 비극과 희망이 교차한다.

가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후배 의사들이 과학의 이름으로 무지와 편견을 걷어내고 올바른 의학의 모습을 다시 세워 주기를 축원한다.

Hyun-Bae Yoon. 선생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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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철(소아과 전문의·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