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정치도, 상식도 아니다
강병철의 '의학 에세이'
침으로 검사하면 1시간 이내에 코로나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는 신속PCR이 큰 기대를 모으는 모양이다.
"여권 잠룡 중 한명으로 거론되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 226개 기초지자체장과 코로나19 장기화 상황에서 각광받는 신속 PCR(유전자증폭)검사 도입을 논의한다. 차기 당권주자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물론 친문 핵심인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까지 지원사격에 나선다.... 타액을 통해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빠른 시간 내에 판단할 수 있는 신속 PCR 검사를 아웃렛, 공항, 공연장 등에서 실시하면 감염 걱정 없이 일상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항진 여주시장은 정상등교 해법으로 신속PCR을 내세우며 전국 최초로 도입한 신속 PCR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나이팅게일의 예를 들며 "그녀가 전쟁터에 있는 병원을 현장으로 배치를 건의해 사망자를 엄청나게 줄였다"며 "신속PCR도 그와 유사하다고 보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은 정상개학을 위한 해법으로 "철저한 마스크착용과 손 씻기를 통해 대부분의 코로나 전파차단이 가능하다"며 "여기에 신속PCR을 통한 숨겨진 감염자 등을 찾아내면 (안전한 정상등교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지만, 의학적 사실은 좀 다르다. <코로나 시대에 아이 키우기>에는 학교를 빨리 열어야 하는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 후, 감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조치들이 나름의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여기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학교에 오기 전에 활동성 감염을 검사하는 것은 어떨까? 좋은 방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우수한 검사도 비용이 들고 단점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유병률이 1퍼센트로 낮은 편인 지역사회에서 학생 수 1,000명인 학교를 연다고 가정해 보자. 민감도와 특이도가 각각 95퍼센트인 검사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 민감도가 95퍼센트라는 말은 실제로 감염된 사람의 95퍼센트를 찾아낸다는 뜻이고, 특이도가 95퍼센트라는 말은 감염되지 않은 사람의 95퍼센트를 정확히 판별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우수한 검사를 이용해도 코로나바이러스 양성으로 판정된 학생 중 16퍼센트만이 실제 감염자다. 80퍼센트를 넘는 나머지 학생은 다시 의사를 찾아가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학교를 빠지게 된다. 게다가 감염되었지만 아직 검사에서 양성이 나올 정도로 바이러스가 충분히 증식하지 않은 어린이는 찾아낼 수 없다. 모든 학생의 콧속에 면봉을 넣어 검사하기도 만만치 않으며, 그 과정에서 노출될 위험을 줄이기 위해 검사 비용 외에도 방호복이나 기타 비용이 들어간다."
신속PCR은 민감도 95% 이상, 특이도 97% 이상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양성으로 판정된 학생 중 24퍼센트만이 실제 감염자다(양성예측도). 4명 중 3명이 감염자가 아니란 뜻이다. (황승식선생님, 계산 맞지요?)
콧속에 면봉을 넣어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침만 한 번 뱉으면 된다고 해도 검사로 생활을 정상화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몇 번 강조하지만 의학은 상식이 아니다. 정치인들이 난국을 타개하느라 노력하는 건 좋지만, 그 전에 전문가에게 전화 한 통만 해보면 불필요한 수고와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꿈꿀자유에서 출간한 <코로나 시대에 아이 키우기>를 사보면 더욱 좋고....
/강병철(소아과 전문의·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