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바르게 흘러야

이화구의 '생각 줍기'

2021-02-23     이화구 객원기자

주역에서 배우는 지혜

인간 세상에도 자연과 같이 세상의 변화하는 이치를 가르쳐주는 ‘주역(周易)’이라는 경전이 있다.

우주의 경전인 주역은 선악을 말하는 게 아니고 오직 세상의 변화하는 이치와 인간들에게 역지사지(易地思之)만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특히 정치하시는 분들이 읽어야할 경전이 아닌가 싶다.

주역의 55번째에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풍(豊)괘가 있다. 풍요로움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그 어떤 것을 이루어서 풍요로움을 누린다고 해서 영원할 수는 없다.

세상만사가 가득 차면 더 이상 담을 수 없게 되는 것, 그게 풍요로움의 본질인 것이다. 동쪽 하늘에 떠오른 태양은 중천에 이르면 기울고, 밤하늘에 뜨는 달도 차면 기운다.

이처럼 천지 대자연에도 차오름이 있고 기욺이 있어 시시각각 생성되고 또 소멸되는데 하물며 인간사야 어떠하겠는가! 소설 삼국지에도 첫머리에서 “천하대사는 나뉜 지 오래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되면 반드시 나뉜다.”라고 말하고 있다.

주역의 풍(豊)괘는 성대하면 형통할 수 있음을 적극적으로 밝히면서도 한편으로 쇠퇴하지 않고 강성함을 유지하기 얼마나 어렵고 또한 중요한 일인지를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풍豊괘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자못 크다. 우리는 성대하고 강성할 때 쇠퇴할 수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하며, 가득 차 있을 때 이그러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하며, 성대함을 이루기는 쉽지 않으나 그것을 유지하기는 더욱 어럽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왜 그걸 모르나

얼마전에 어느 의원나리 한 양반이 시민들이 보수 언론에 빠져 나라 걱정만 하고 있어 한심하다는 발언을 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여당도 지금 잘 나가간다고 영원히 잘 나가는 게 아니라는 걸 그동안 정권이 교체되는 걸 봤으면 알만할 텐데 왜 그걸 모르나 싶다.

보수 언론이고 진보 언론이고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은 우리가 사물을 볼 때 한쪽으로만 보다가 눈이 사시(斜視)가 되어 양쪽을 균형있게 볼 수 없는 것과 같이, 사람의 생각도 진보건 보수건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생각도 사심(斜心)이 생겨 편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양쪽을 균형있게 볼 필요가 있다.

음과 양이 서로 교차하면서 균형을 이루듯이 정치도 여야가 함께 해야 정치가 바르게 간다. 그래서 공자나 부처 같은 옛 성현들도 중도를 강조한 것이다.

중도란 우유부단한 기회주의가 아니다.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무던한 인내심으로 좌우의 견해를 모두 경청하고 사유하면서 끊없는 대화와 타협을 모색해 가는 것, 그것이 중도다.

그래서 중도가 없으면 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 좌파 아니면 우파 일색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중도를 지켜나가거나 중도에 서지 않더라도 중도를 존중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민주주의적 정치력이다.

주역이나 불경에서도 원만한 중용이 최선이며 양극단에 치우침은 불선(不善)이라 했다. 또한 그저 기회주의적으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중간 자리를 찾는 것은 역시 불선(不善)이라 했다.

임금과 아버지가 임금됨과 아버지됨(義)을 지키면 바로 이게 선(善)인 것이며, 신하와 자식이 신하와 자식된 도리를 지키지 않아 의롭지 못하면 곧 불선(不善)이 된다.

선(善)이 불선(不善)을 이기면 불선이 선의 신하가 되어 순종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불선이 선을 막아서게 되면 나라나 가정이나 혼란에 빠져 망하는 길로 들어서는 것이다. 성선설이나 성악설의 어느 한 끝을 붙잡고 고집을 세워 주장하는 것은 흑백논리에 불과하다.

정치가 바르게 흘러야

계절이 바뀌어 돌고 돌듯이 과거에 아무리 악인이었더라도 누구에게나 착한 본성이 끊기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이냐 악이냐를 가지고 싸우는 것은 선이라 주장하던 악이라 주장하던 불가에서는 모두 번뇌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나라는 어떻게 된 게 정치인들이 자신들은 나라 걱정을 안 하고 국민들이 나라 걱정만 한다고 불평하고 있으니 뭐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 같다.  맹자에 보면 “나라가 망할 때는 반드시 스스로 망할 짓을 한 연후에 다른 나라가 망하게 한다” 고 나온다.

지금 우리의 정치인들은 과연 어떠한가! 잘못된 것을 보고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정치인은 없고 오직 당리당략만 있다. 지금 이 나라 정치판은 무언가 단단히 깊이 꼬여 있으며, 방향을 제대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정치 지도자들의 리더십은 실종되고 외교적으로도 좌절과 고립이 가속화되는 느낌이고, 국민들 사이에는 체념과 분노와 반목만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임진왜란과 두 번의 호란 그리고 구한말의 격동기를 겪으면서 나라를 통째로 빼앗긴 쓰라린 경험을 했으면 이제는 정치가 바르게 흘러야 될 것 같은데 말이다. 

/사진·글=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