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2.0', 21세기 독일 가톨릭교회의 개혁 운동
백승종의 '역사칼럼'
1.
지난 21일 독일 가톨릭교회에 새 바람이 불었어요. 봄바람일지 태풍일지는 판단하기 아직 이릅니다. “마리아 2.0”이라는 개혁 운동단체가 일제히 독일의 주요 지역에서 가톨릭교회의 출입문에 게시물을 붙였어요. 뮌헨, 뷔르츠부르크, 아우크스부르크, 쾰른, 마인츠, 프라이부르크에서 말입니다.
개혁자들은 모두 7가지 변화를 촉구합니다. 그 핵심은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하나는 여성도 사제가 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지요. 바꾸어 말하면, 성적으로 평등한 교회를 만들자는 주장이지요.
다른 하나는, 가톨릭교회 안에서 저지른 성폭력과 성적 학대에 관한 문제를 선명하게 처리하자고 말합니다.
또 다른 요구로는, 교회가 사제들에게 독신 생활을 강제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고요. 또, 가톨릭교회의 성윤리도 바꾸자고 주장합니다. 성은 누구나 자기 스스로 결정하는 행위이며, 가족 구성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
알다시피 가톨릭교회에서 성직은 오직 남성에게만 허용됩니다. 사제는 독신 생활의 의무가 있고요. 성과 성욕에 관하여도 매우 엄격한 잣대가 적용됩니다. 임신과 가족의 존재 방식에 관해서도 고전적인 관념을 굳게 수호하고 있지요. 그 결과, 교회 안에서 일어난 성적인 문제는 은폐되는 경향을 보였어요. 또, 낙태도 엄격히 규제하고, 동성애 등은 엄격히 비판해 왔습니다.
3.
“마리아”는 예수그리스도의 어머니로 언제 어디서나 조용히 봉사하는 여성의 표상입니다. “마리아 2.0” 운동의 대표자는 바르바라 슈트라트만(Barbara Stratmann)인데, 그는 교회의 새로운 시작을 촉구합니다.
이 운동단체는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들의 요구를 명확히 표현하였습니다.
1. 타인에게 해를 끼친 사람, 그리고 그런 잘못을 눈감아주고 은폐한 사람은 교회 안에서 어떠한 지위도 주지 마십시오.
1. 모든 범죄자는 일반 법원에 고발하고, 그들의 범죄가 밝혀지도록 교회는 협력하기를 촉구합니다.
1. 여성이 어떠한 차별도 받지 않고 교회의 모든 기능을 수행하게 허락해주십시오.
1. 의무로 강제한 독신제도를 폐지하여 주십시오.
1. 교회의 성도덕을 삶의 현실과 일치하게 고쳐주십시오.
어제 독일 가톨릭교회 대문에 붙인 게시문도 대개는 위에 적은 공개서한과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전적으로 새로운 요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4.
“마리아 2.0”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9년 5월부터였습니다. 독일 내에서 50개 지역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아직은 독일 가톨릭교회의 신자들로부터 그다지 큰 반향을 얻지 못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교회 내부의 영향력 있는 단체들이 후원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령 “독일가톨릭여성회(Kfd)”, “가톨릭독일여성연합(KDFB)”이 이 운동을 지지하고 있으며, 가톨릭 사제들도 상당수가 동의한다고 하였고, 오스나브뤼크의 주교로서 독일 주교회의 사목위원회에서 여성 소위원장을 맡은 프란츠-요셉 보데(Franz-Josef Bode) 신부가 “마리아 2.0”을 응원한다고 밝혔어요.
스위스와 미국에서도 “마리아 2.0”운동에 동참하는 물결이 일어났습니다. 아직 소수에 지나지 않으나, 교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5.
그러나 비판도 없지 않습니다. 특히 보수적인 흐름이 강한 바이에른주의 아우크스부르크 교구에서는 교회의 가르침에 충실히 따르는 여성도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마리아 1.0”을 조직하였습니다.
“마리아 2.0” 운동이 어떠한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단기간에 가톨릭교회가 크게 변할 리는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성에게 사제직을 허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성폭력에 대처하는 교회의 태도도 더욱 겸손해야 하고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제들에게 결혼을 허용할지, 또는 낙태와 동성 부부의 인정 같은 주제는 아마 앞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6.
한국의 가톨릭교회는 “마리아 2.0”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그리고 우리 시민사회는 그들의 요구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여러분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