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예방 카드?

강병철의 '의학 에세이'

2021-02-12     강병철 객원기자

평생 종교와 인연이 없다. 마음속에 교만이 들어찬 탓이다. 초등 2학년 때, 과자를 준다기에 옆집 누나의 손을 붙잡고 교회에 갔다. 과자는 얻어먹었으나,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 천국에 가지 못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런던의 앵벌이 조직에 끌려온 올리버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 나이가 들어서는 순한 마음으로 상식과 도리에 따라 살아도 특정 신과 교리를 믿지 않아 구원받지 못한다면 까짓것, 안 받고 말지!라며 호기를 부렸다.

대학 다니면서 불교 학생회에 몸담았지만, 경전과 서적을 읽고 독경은 했어도 예불은 드리지 않았다. 특정 신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치기를 웃으며 인정하고, 몇 년간 두고보아준 선배들은 모두 생불이었으리라. 이슬람에 대해서는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 특히 하루 다섯 번 메카를 향해 절을 하면서 기도와 묵상을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하루 다섯 번 신을 마음 속에 맞아들인다니!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입교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요가도 매일 못하는데 그게 될 리 없지 않은가? 기독교는 특히 정서에 맞지 않았다. 주변에서 이끄는 분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좋게 볼 수 없는 점이 너무 많았다. 우리 사회에 산적한 모순의 큰 뿌리가 기독교에 있다고 의심했다.

아이 때문에 힘들 때는 정말 종교를 믿을 수 있다면, 신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대학 때 서클 선배가 안타까운 눈빛으로 일러준 말이 자꾸 떠올랐다. "네가 하루빨리 무신론의 저주에서 벗어나길 기도하마!" 그러나 종내 신이란 내게 아름답고 성스러운 농담일 뿐이었다.

믿으면 저절로 입증된다지만, 나는 속된 사람인지라 입증할 수 없는 것을 믿지 못한다. 그러나 어제 평생 처음 신의 위대함을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꼈다. 개인사적으로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보라!

CBS 뉴스 2월 5일(화면 캡쳐)

“종이 한 장에 무슨 역사가 나타나겠나 의심하지 말라! 갖고만 있으면 여기서 스스로 파장이 나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하고, 또 있는 바이러스도 죽인다.”

"'뉴 패러다임 과학’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와 한약재 등 여러 물질을 디지털 3D 파동으로 카드에 담았다. 이 카드를 지닌 사람은 코로나19로부터 예방될 수 있고, 확진자와 환자도 쉽게 회복될 수 있다."

저것이 어찌 눈과 귀가 달린, 피와 육으로 이루어진, 무엇보다 신경과 시냅스와 뇌로써 생각이란 것을 하는 인간의 입에서 나올 말이겠는가! 인간이 저런 말을 할 수 없다면 저 분들이 인간이 아니란 말인가? 그럴 리 없다.

저토록 큰 교회에서 수많은 사람의 추앙을 받는 담임 목사님과 우리나라에서도 유수의 의대에서 총명한 학동들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인간이 아니라니 그렇게 불경한 말이 어디 있는가? 그렇다면 저리 고귀한 분들이 차마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말씀을 하신다는 것은 곧 신의 임재하심을 입증하는 증거가 아닐 것인가! 오오, 신이시여, 이 길 잃은 어린 양의 영혼을 구하소서! 

/강병철(소아과 전문의·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