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 사태와 31년 군사독재 경험한 한국 사회

김상수의 '세평'

2021-02-10     김상수 작가

이번 버마 군사반란 사태를 보면서 한국 사회 민주주의 헌정 체제를 보다 확실하게 다져야 한다는 절대 당위를 새삼 확인한다. 

더구나 박정희 18년, 전두환 8년, 노태우 5년(직접 선거에 의해 대통령 직위에 올랐지만 전두환에 이은 반란군 2인자로 실력자임을 간과할 수 없다) 31년 간의 군사반란 수괴들에 의한 군사독재 경험을 당한 한국 사회는 이번 버마의 군사반란 사태를 2021년 국가 교훈으로 반드시 새겨야 한다.

“지금 시대에 누가 ‘쿠데타’? ‘군’이 움직이겠나?”

40년 전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대권을 향해 움직이던 김대중 김영삼 양김씨와 주위도 그랬고 지식인 사회에서도 "설마 군이?"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박정희 시대 혹독한 군사 독재 경험은 박정희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즉결 처형을 당한 1979년 10.26 사건을 보면서 다시는 군에서 반란을 획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착각을 한국 사회는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전해인 1979년 12월 12일 육군참모총장을 체포하고 군사 법정에 넘긴 보안사령관 전두환이 군대와 정보부를 장악하고 있었고,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전두환 영웅만들기 기사를 전면에 내고 있었고, 1980년 초에 조선일보는 신군부 2인자인 노태우 수도경비사령관까지 칭송하는 기사를 냈다.

'서울의 봄'은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에 의한 광주학살과 동시에 전국 계엄령이 내려졌고 김대중은 체포되고 김영삼은 연금된다. 이후 반란군 수괴 1,2인자인 전두환 노태우가 13년 동안 대통령 직위까지 꿰찬다.

학생들과 민주주의 시민들의 가열찬 저항이 전두환 시대를 끝내고 군사정부 2인자 노태우가 대통령 직위에 있었지만 민주주의 시민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불안하던 노태우는 당시 집권당인 민주정의당 대표로 야당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김영삼과 신민주공화당 김종필(박정희 군사반란 2인자)이 야합해 합당을 하고 민주자유당을 출범시킨다. 우여곡절 김영삼이 대통령이 된다.

3당 합당에 야합 집권이었지만 김영삼 대통령에 의한 문민통치가 이때 비로소 열린다. 여기에는 전두환 노태우 부하들의 군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과감하게 척결한 김영삼 대통령의 목숨을 건 결단이 군부 내 반란 잠재 세력들을 일대 청소한 것이다. 3당 합당 야합에도 불구하고 군대를 문민정부 통제에 둔 시작은 김영삼 대통령의 치적이다.

그러나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전두환 노태우 등 군사반란자들을 사면시키자고 김영삼 대통령에게 강권 주문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의 김대중 대통령 패착은 5년 임기 내내 광주학살의 진상은 가리지 못하고 파묻혔다. 이어서 노무현 정권의 참담한 실패는 민주정부 10년이 종장(終章) 되면서 이명박근혜 수구세력의 반동을 불렀고 이들의 정체는 군사반란 세력에 뿌리를 두고 있었다. 드디어 박근혜 시기 때는 육군대장 출신을 경호실장으로 앉히는 등 다시 그의 부친 박정희 시대로 회귀하는 듯한 정치군인들의 준동을 불러왔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드디어는 2016년 12월에서 2017년 3월 사이 조현천 국군기무사령관과 박근혜 측근 청와대 인사들에 의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직 탄핵 소추 기각 또는 각하 시 위수령과 계엄령 획책을 모의한 사실이, 2018년 7월 기무사가 위수령과 계엄령 선포를 검토했다는 문건이 발견되었다.

이후 추가로 기무사령부의 계엄 포고문, 국회의원 체포계획 등 사실상의 친위 쿠데타 정황이 확인되면서 쿠데타를 방불케 하는 헌정파괴 계획을 세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31년 간의 군사반란 수괴들에 의한 역사 경험이 되살아 날 수도 있다는 경천동지(驚天動地) 할 사태였다.

촛불 시민의 혁명으로 대통령에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방문 중에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특별수사단이 꾸려졌다.

특별수사단장에는 공군법무실장이 임명됐고 전역한 예비역 장성들에 대한 수사를 위해 군과 검찰(서울중앙지검장 운석열)이 합동수사단을 구성하였다. 수사 결과 발표는 참담했다. 핵심 피의자인 조현천 기무사령관의 미국 도피로 진상을 밝히기 어렵다고 수사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했다.

미국으로 도망을 간 조현천이 소재불명이니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기소중지’, 박근혜 황교안 김관진 한민구도 ‘참고인중지’로 조사를 미루기로 했고 계엄 검토 문서를 숨기려고 위장TF 허위공문서를 만든 현직 군인 3명만 기소되고 사실상 진상은 덮었다.

군과 검찰은 검사 15명 등 37명의 대규모 합동수사단을 구성해 석 달 넘게 수사를 벌였지만, 핵심인물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수사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내란음모 혐의로 함께 고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등에 대해선 별다른 조사도 하지 않았다.

군·검 민간인 합동수사단장(노만석 검사)은 2018년 11월 7일 "박근혜 전 대통령,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 김관진 전 청와대 국가안보 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등 8명에 대해서는 각 참고인 중지 처분을 하였다."면서 "조 전 기무사령관 신병이 확보되면 수사는 계속될 것"이란 점만 강조했다.

조 전 기무사령관을 조사해야 모든 의혹이 풀린다는 것인데, 수사 당국은 미국으로 도피한 조 전 기무사령관을 3년이 다되도록 오늘까지 찾지 못하면서 수사는 조금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뭔가?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현 검찰총장 윤석열은 왜? 대통령의 엄정 수사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사실상 수사 중단을 ‘부하 검사’가 선언하게끔 했는가?

조선일보 등이 주장하는 계엄령 위수령 검토 문건은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 법령에 따랐을 뿐이다”라는 주장은 철저하게 허구다. 대한민국에서 계엄령을 검토할 수 있는 군 조직은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이지, 국군기무사령부가 아니다.

쿠데타 획책 수사 중단 사태는 대단히 위중한 국가 위기가 계속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군사반란 획책은 샅샅이 수사해 근본 원인이 되는 요소를 완전히 없애야 한다. 그 뿌리를 발본색원(拔本塞源)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1년 2개월여 남았다. 이 문제 그냥 덮고 임기를 마치면 위험하다. 대통령은 군사반란을 막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국가 헌법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파괴하는 책동은 막아야 하는 책무가 있다.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의 국내 압송을 위해 미국 사법 당국 및 외교 당국과 끈질긴 협의를 해야 한다. 문 대통령 임기 중에 이 수사는 반드시 재개되고 관련자는 전원 처벌받아야 한다. 이는 국가 기강(紀綱) 근본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74조 ①항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군을 통수한다"라고 되어있다. 이 원칙이 민주주의 공화국의 ‘사실 원칙’이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는 파괴된다. 한국 사회는 정치 군인들에 의해 31년 동안이나 민주주의가 파괴된 최악의 경험이 있다. 

/김상수(작가·연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