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사람들은 의학을 안다고 생각하는가!
강병철의 '의학 에세이'
페이스북에서 제일 보기 싫은 것이 건강이 안 좋다고 누군가 포스팅하면, 거기에 자기의 일화적 경험, 비과학적인 대체요법, 주워들은 이야기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리는 것이다. 일단 건강정보는 함부로 노출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악용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의사나 보험사가 개인 건강정보를 노출한다면 질색팔색을 할 사람들이 스스로 SNS에 민감한 정보를 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댓글은 대개 가관이다. 온갖 희한한 대체요법이 다 나오는데, 치명적인 조언도 한둘이 아니다(고혈압 환자에게 죽염을 먹으라는 둥). 간혹 안타까운 마음에 오해하지 않을 분들에게 메시지로 조언을 해주기도 하지만, 대개는 댓글에 질려 그냥 넘기고 만다. 의학에 대한 태도가 이러니 순복음교회 같은 일도 벌어지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왜 자기 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인간의 몸만큼 복잡하고, 섬세하며, 일단 망가지면 비싼 대가를 치르는 것은 없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연료비를 절약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기를 직접 만들거나, 미국 사는 친지를 방문하기 위해 제트기를 조립할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암은 집에서 고친다고들 난리다.
박홍규 선생은 나름 훌륭한 삶을 살아 오신 걸로 안다. 베블런이나 밀의 저작을 읽고 번역에 감탄했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2월 6일 한겨레 칼럼을 보고 실망을 금할 수 없다.
"감옥 같은 골방에 갇힌 조현병 환자들을 찬란한 태양 아래로 해방시키고...환자들의 삶과 아픔을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했다"고 해서 "따뜻한 인간관계야말로 조현병의 유일한 치료방법"이라는 생각이 옳을 수는 없다. "인간이면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존엄한 존재라고 보는 민주주의만이 조현병을 없앨 수 있다"고 일갈하는 대목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그것이야말로 "조현병 환자들을 악령에 사로잡힌 자로 보는 전근대적 미신"과 조금도 다를바없는 미신이다.
"조현병이 가족의 엄격한 권력적 상하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선생의 생각(이라기보다는 무지)은 위험하기도 하다.
기실 그런 사고방식이야말로 수많은 가족들을 지금까지도 절망과 불행에 빠뜨리는 주범이다. 정신질환을 생물학적 질병으로 보지 않고, 엄마 때문, 가족 때문으로 보는 사고방식보다 더 유해한 것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책을 150권이나 번역 및 집필하셨다는 분이 저렇게 무지하고 유해한 소리를 공적인 매체에 실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아는 것도 많은 양반이 아는 말만 하면 안 되나? 한겨레 신문은 저런 말 하나 걸러낼 능력도 없는 곳인가? 아아, 도대체 왜 사람들은 의학을 안다고 생각하는가!
/강병철(소아과 전문의·꿈꿀자유 서울의학서적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