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연 세상에서도 꽃은 피고 지고
이화구의 '생각 줍기'
2021-02-07 이화구 객원기자
오늘은 바깥으로 나와보니 극심한 미세먼지로 하늘은 뿌옇고 바람도 불어 춥게 느겨지는 날씨다. 아파트 담장의 장미넝쿨에는 올 여름 한껏 멋지게 피었다가 진 장미꽃이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긴 겨울의 끝자락을 붙들고 떨어지려 하지 않고 있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지기 때문이고, 진다는 건 온 힘을 다해 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온 힘을 다해 피었다가 지는 꽃들을 위하여 힘찬 박수를 보내면서 꽃들은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피는 꽃은 잠시 피었다가 지고 말지만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 피는 꽃들은 맘만 먹으면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목련은 추운 겨울을 헤치고 온 봄 길잡이답게 두꺼운 솜털 갑옷을 뚫고 나올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푸른 입의 나무에서도 수줍은 새악시처럼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트릴 것 같은 기세다. 일상 속에서의 삶이 고달프고 힘들지라도 우리 마음속에 사랑의 꽃을 가꾸어 보면 어떨까 싶다.
어제는 2월 5일 절기상으로 입춘이 막 지난 시점이 아닌가 싶다. 나도 42년 전 내 인생의 봄날인 입춘이 있었지 않았던가 싶다. 어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한 입행 기념일이 아니었던가!
자연의 계절 봄은 한번 갔더라도 금년에 새봄으로 다시 찾아오련만 우리 인생의 봄날은 한번 가면 다시 오지 않으니 이게 인생이 아니련가 싶다.
/사진·글=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