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의 기준

이화구의 '생각 줍기'

2021-02-04     이화구 객원기자

어제가 봄의 절기에 들어선다는 입춘(立春) 이라고 많은 분들이 페이스북이나 카톡 등 SNS에 "봄이 시작되니 운이 크게 따르고 밝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뜻의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의 입춘첩이나,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만복이 온다."는 의미의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라는 입춘첩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저녁부터 눈이 내리며 오늘 아침 기온은 영하의 날씨를 보이고 있으니 절기상으로 봄이 오긴 온 것 같은데 아직은 봄을 얘기하기에는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입춘은 날짜만큼이나 궁금해지는 것은 바로 입춘 시간입니다. 입춘 시간은 태양이 황경 (황도를 따라 동쪽으로 일주. 사진 참조) 315도에 도달하는 시간을 말한답니다.

그런데 지구가 기울어져 있어 해마다 조금씩 달라집니다. 한 해의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입춘첩을 입춘이 드는 시간에 붙이면 더욱 효과가 좋다는 속설 때문에 입춘시간은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금년의 입춘시간은 어제 즉 2월 3일 밤 11시 59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사주학(명리학)에서 새해의 시작을 음력 1월 1일인 설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을 기준으로 하고 있답니다.

금년 같은 경우 입춘이 시작되는 절기로 들어가는 시간이 2월 3일 즉 어젯밤 11시 59분 이었으니 그 시각 이후로 태어난 아이부터 소띠가 되며, 그 이전에 태어난 아이는 쥐띠가 됩니다.

입춘은 춥고 긴 겨울이 어서 빨리 물러가고 꽃피고 따뜻한 봄날이 하루바삐 왔으면 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절기입니다. 

봄이 오면 겨우내 얼었던 대지가 녹으면서 땅속에서는 새싹들이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동면하던 벌레들도 밖으로 기어 나오고, 나뭇가지에서는 새순과 꽃이 피어나고, 얼음 물속 아래에서는 물고기들이 헤엄을 친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옛 사람들은 입춘을 봄으로 들어간다는 의미의 ‘들 입(入)’자 입춘(入春)이 아니라 ‘설 립(立)’자 입춘(立春) 으로 표현하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됐는데도 기온은 영하 7℃에 바람까지 불어 체감 온도는 영하 10℃에 육박하는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어 봄의 기운 느끼기가 어려울지 모르겠으나, 자연에서는 이미 봄이 시작됐다고 봐도 될 거 같습니다.

그러니 이제 머지않아 남녘에서부터 복수초, 산수유, 동백, 매화 등은 대표적인 봄의 전령들이 꽃소식들이 보내올 것입니다. 

/사진·글=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