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곳간지기
이화구의 '세상 줍기'
최근 국무총리께서 코로나 손실 보상에 대하여 법제화를 하자는데 난색을 표하는 기재부를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지방 도지사도 한 양반은 “재정건전성을 외치면서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고 하자, 여당 대표께서 “기획재정부 곳간지기를 구박한다고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당정(黨政)간 얘기하면 될 일이지, 언론 앞에서 비판하고 다니는 것이 온당한가”라며 대선경쟁 주자들 간에 샅바 싸움이 거세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들 옳으신 말씀 같은데 어느 분의 말씀이 더 타당한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특히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일부에서는 포퓰리즘 카드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책을 보다가 정부 내의 역할에 대한 옛 말씀이 있어 소개해봅니다.
고대 중국의 유가(儒家)의 경전 중 “예기(禮記)” 라는 책자가 있는데 내용 중 예법에 대하여 설명한 곡례(曲禮) 편에 정부 관직의 역할에 대하여 “在官言官(재관언관)하고, 在府言府 (재부언부)하고, 在庫言庫(재고언고)하고, 在朝言朝(재조언조)하고, 朝言(조언)을 不及犬馬 (불급견마)니라”라고 기술한 부분이 나옵니다.
즉, 관직에 있으면 관직에 대해서만 말하고, 화폐 창고를 맡으면 화폐 창고에 대해서만 말하고, 기물 창고를 맡으면 기물 창고에 대해서만 말하며, 조정에서는 조정의 일에 대해서만 말하고, 조정에서 개소리는 하지 말라고 합니다. 여기서도 보니 곳간지기에 대한 언급이 있습니다.
아무쪼록 당정(黨政)간 협의나 국회 논의 등 정치권에서 현명한 결과를 도출하여 국민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줬으면 합니다.
/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