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의 불씨,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Edward Lee가 본 '한국 사회'

2021-01-13     Edward Lee 객원기자

"무화과나무 가지가 연하여지고 잎사귀를 내면 여름이 가까운 줄을 아나니..."

'때가 이름'에 대한 무화과나무 비유다. 요사이 정국의 분위기를 보면 '뭔가 석연치 않음'이 물씬 풍긴다. 보이지 않는 거대 기득권 세력에 문 대통령을 비롯한 개혁세력과 민주당이 포위된 듯하다. 시민사회의 의지와 별개로 개혁에 대한 반동이 강고하게 확장되는 느낌이다.

우선 최근의 인사를 보자. 신현수 민정수석과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각각 12년 동안 근무한, 사법부를 조종하며 재판 거래를 줄곧 자행한 적폐 소굴 김앤장 출신이다. 박범계는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교체된 개혁 전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후임으로 발탁되었지만,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현저하게 낮은 인물이다.

개혁인사 왕따 및 시민사회 고립 작전 

그리고 법사위원이었던 박범계 자리에 사법개혁을 부르짖는 판사 출신 이수진, 이탄희 의원과 검찰개혁에 목소리 내왔던 황운하 의원을 제치고 전혀 예상치 못한 jtbc 출신 박성준 의원을 꽂아 넣었다. 인사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청산해야 할 적폐 대상, 김앤장과 jtbc(중앙일보)다. 아무리 인재풀이 부족하고 우연이라고 한들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인사도 문제지만 그 포지셔닝(Positioning)이 더욱 문제다. 특히 법사위에 사법부와 검찰개혁 의지가 강한 이들을 제치고 박성준이라니? 이게 무슨 시그널일까?

윤석열 탄핵 요구에 민주당 지도부는 제도적 개혁을 말하면서 윤석열 탄핵을 뭉개고 있다. 제도적 개혁, 백 번 옳다. 그런데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제도 이전의 자연법칙이자 공동체에서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하는 가치다. 그리고 제도 개혁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인데, 법사위에 생뚱맞게 웬 언론인인가?

범 기득권 세력과 담합한 특정 세력이 현재 물밑에서 그리고 있는 그림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조국, 추미애, 김두관 등 개혁 세력을 쳐내고 왕따 시키는 고사작전인 듯하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권력의 실세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의 표정에서도 드러나지만, 정국의 시계가 그의 개혁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표출된, 국민통합을 빙자한 '사면'카드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고 종국에는 시민사회를 고사시키는 '내각제 개헌'일 것. 거대한 기득권과의 의기투합으로 정치판 자체를 바꾸는 것 말이다. 권력자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민중이 깨어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당연히 개혁세력의 씨를 말리려는 게다. 갈수록 시민 집단지성이 확장되면서 위기의식을 느낀 게 아니겠는가?

신 기득권이 접수한 민주당과 청와대

작금의 청와대와 민주당을 보면 거의 답이 보인다. 개혁의 불씨는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추미애와 함께 실종돼 버린 것. 게다가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개정한 ‘법무부 감찰규정’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공무원사회를 바꾸는 것은 혁명 이전엔 어렵다. 이러니 문 대통령을 비롯한 조국, 추미애가 대한민국 기득권의 공공의 적이 된 게다. 범 기득권 세력과 여시재를 비롯한 신 기득권 세력과의 의기투합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

이낙연의 사면론에 박병석 국회의장이 "국민통합은 시대적 요구"라며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인 ‘국민통합위원회’ 구성을 발표한 것은 이미 그들의 시나리오가 다 있다는 얘기다. 이낙연을 필두로 한 거대 기득권 연합이 어디까지인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아마 상상을 초월할 게다. 오랜 시간을 기득권처럼 살아온 자들이 정치권이다. 서로 코드가 맞다는 얘기다.

이들이 국민통합을 빌미로 정치권의 지각변동을 꾀하려는 데는 시민 집단지성이 날로 확장되어가면서 부르짖는 개혁을 무마하고, 정치권이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내각제가 그 목표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저들의 저의가 성공한다면 실제 그렇게 된다. 일본의 국민들을 보면 답이 보이지 않는가?

/에드워드 리[Edward Lee, 재미(在美)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