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후예의 땅, 파괴를 멈춰라!

김재호의 '우리역사 바로알기'

2021-01-13     김재호

현수막을 가지고 정읍 산외면 동곡리 지금실에 다녀왔습니다. 동학농민혁명의 거두 김개남 장군이 태아난 곳이자, 혁명의 원대한 꿈을 키우며 뛰어 놀던 상두산 자락이 여러 석산 개발 업체들에 의해 처참히 무너져가기 때문입니다.

물론 압니다. 건물도 짓고 교량도 건설하고 아스팔트 포장도 하려면 골재가 필요하고 어디선가는 공급해야 한다는 사실을요. 그러나 정읍이 어떤 곳입니까? 

저에게 정읍하면 떠오르는 두가지를 들라면 아마 내장산 단풍과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나 새로 지정된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황토현 전승일로 결정됨으로 인하여 정읍시민들의 자존감은 높아졌지요. 

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수 많은 유적과 전적지 등이 산재하고 있고 여러 사연들이 구비구비마다 얽혀있는 역사문화의 보고입니다.

지금 상두산을 둘러싼 지역 주민과 석산 개발업체, 골재 채취업체와의 갈등은 합법과 불법, 환경영향평가의 적절성, 심각한 환경오염, 지역 공동체의 파괴와 편가르기 양태로 나타나지만 본질적으로는 지역 행정을 총괄하는 정읍시의 동학혁명에 대한 철학의 빈곤과 역사문화 자산에 대한 무책임하고 방관자적 태도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몰아가지 않았나 판단됩니다.

역사문화 자산은 일회용 자원이 아니라 영구적 자원입니다. 한번 파괴된 자원은 재생이 불가능합니다. 

두승산, 입암산, 방장산, 도교산, 상두산, 성황산 등은 지구의 지질활동으로 단순하게 솟아있는 암석을 품고 있는 그냥 산이 아니라 세상을 탈취하고 전복하고자 했던 이 땅의 억압받는 사람들의 인문학적, 사회학적 상상력의 염원이 발현되었던 현장이자 자리로서의 산입니다. 

정읍시 관계자 여러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동학의 가쁜 호흡이 아직도 요동치고 있는 역사문화 자산을 벨트화하고 보존하십시요. 지역 사회 역사문화 자산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지역의 명운을 가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바로 거기에 답이 있습니다. 

/김재호(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