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붕괴 현실..."국립대도 문 닫을 위기"

뉴스 분석

2021-01-13     박주현 기자

"지방대 위기 현실로 왔다" 

대입 수시 이월 전년대비 40% ‘급증’ 

지방대 정시 경쟁률 대거 하락..."이러다 문 닫을 판" 

전문대 수시 등록률 ‘패닉’…80% 못 넘긴 대학 80개교 ‘충격’

바야흐로 대학 입학시즌이 돌아왔지만 예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가 드디어 대학 입시 현장에 현실로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해주는 뉴스들이 줄을 잇는다. 

특히 올 입시에서 경쟁률 저조는 물론 정원을 채우지 못한 곳이 많아 지방대의 공동화와 붕괴가 초읽기에 진입한 형국이다. 전국 지방대학들이 수시모집에 이어 정시모집에서도 경쟁률이 하락하면서 학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서울·수도권 쏠림...지방대 정원 채우기 '비상' 

KBS 1월 11일 보도(화면 캡쳐)

지방대학의 경쟁률 하락은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한데다 수험생들의 서울 및 수도권 쏠림 현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수능시험 지원자는 49만 3,433명으로 사상 처음 50만명을 밑돌았다. 이는 지난해 대입 지원자 54만 5,966명에 비해 무려 10% 가량 줄어든 수치다.

더구나 실제 대입 지원자 수는 이보다 적은 42만 6,344명에 그쳐 내년도 대입 정원 47만 9,000여명에 비하면 5만명의 정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추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어서 대학들마다 당장 정원 채우기가 비상이다.

대학 입학자원이 2022학년도 41만 960명, 2023학년도 39만 8,157명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갈수록 심각성은 더할 전망이다. 입학자원은 대학 진학률과 재수생 등을 감안해 산출한 수치로 실제 대학에 입학할 학생 규모를 나타낸 것이어서 이를 적용하면 전체 대학의 미충원 인원은 2022학년도 8만 6,258명, 2023학년도 9만 9,061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타격이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들보다 지방대학들에 선택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전북지역에서는 대학마다 정시모집 경쟁률이 큰 폭으로 하락해 아우성이다.

사립대를 포함해 국립대마저 경쟁률이 크게 떨어지는 충격적인 결과에 올 정시 이후 신입생 무더기 미충원 사태가 예고되고 있다.

전북도민일보 1월 13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전북도민일보가 13일 ‘도내 대학 정시모집 경쟁률 반토막‘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전북지역 대학들의 정시모집 경쟁률을 분석해 보도했다. 신문은 도내 4년제 대학교들이 정시모집 경쟁률을 12일 일제히 발표했지만 4개 대학 평균 경쟁률은 2.31대 1로 지난해 3.85대 1보다 크게 낮아졌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시했다. 

기사는 “전북대는 1,885명 모집에 5,979명이 지원한 3.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해 거점 국립대로 그나마 작년(3.87대 1) 대비 0.6p로 소폭 감소했다”며 “군산대는 올해 681명 모집에 1,117명 지원으로 1.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 작년(3.22대 1)대비 1.51p가 감소해 2대 1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기사는 “전주대는 738명 모집에 1,690명이 지원, 2.29대 1 경쟁률로, 작년(4.23대 1)에 비해 1.94p 하락했고 원광대는 1,506명 모집에 3,223명이 지원한 2.14대 1 경쟁률로, 작년(4.08대 1) 대비 역시 1.94p 감소했다”고 전했다. 

전북지역 4년제 대학들의 경쟁률 하락폭이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학령인구 감소와 서울 및 수도권 쏠림 현상은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반증해 주었다. 

올해 서울권 주요 대학의 경쟁률은 5.1대 1, 수도권은 4.8대 1로 나타나 평균 2.7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지방대와 큰 차이를 보였다. 

지방 거점 국립대들도 정시 미달 ‘초읽기’ 

지역의 사립대들 뿐만 아니라 거점 국립대들도 위기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역 소재 국립대들의 올해 경쟁률이 대부분 하락해 신입생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CBS는 12일 '서울 주요대학 정시 경쟁률 하락…·지방대 대부분 모집비상'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9개 지방 거점 국립대 가운데 강원대만 경쟁률이 지난해 3.38대 1에서 올해 3.59대 1로 상승했고 나머지 8곳의 경쟁률이 지난해보다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CBS 노컷뉴스 1월 12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기사는 “충북대는 5.65대 1에서 4.27대 1, 제주대는 4.6대 1에서 3.82대 1, 경상대도 3.98대 1에서 3.41대 1, 충남대는 3.76대 1에서 3.30대 1로 하락했으며 또 부산대는 3.35대 1에서 3.24대 1, 전북대는 3.87대 1에서 3.17대 1, 경북대는 3.59대 1에서 3.11대 1로 떨어졌고, 전남대는 3.11대 1에서 2.70대 1로 사실상 미달 상태가 됐다”고 덧붙여 보도했다.

전남대, 경북대, 전북대 순으로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시에서는 가나다군별로 모두 3회 지원이 가능해 경쟁률이 3대 1 미만이면 일반적으로 '미달'로 간주된다.

그런데 전체 지방권 대학의 평균 경쟁률이 2.8대 1 정도로 집계돼 대부분이 3대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이 크다. 

종로학원하늘교육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 소재 대학 평균 경쟁률은 5.1대 1, 수도권 대학 경쟁률은 4.8대 1 수준인데, 지방대학의 경우 3대 1이 안 되는 대학이 많아 신입생을 다 못 채우는 대학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입시 전문가는 "지역 거점 국립대조차 정시 경쟁률이 3대 1에 머문다면 상당수 지역 소재 대학이 정시모집, 2월말 추가모집까지 가도 신입생을 충원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국 전문대 절반 이상 충원율 80% 못 채워" 

한국대학신문 1월 12일 관련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학령인구 감소는 올해 각 대학들의 수시모집 미등록·미충족으로 이어져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대폭 증가하는 양상까지 보였다.  

입시학원들이 분석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 200개 대학 수시 이월 인원은 전년도 2만 6,934명에서 올해 3만 7,709명으로 40%(1만 775명) 증가했다. 

이 가운데 지방소재 121개 대학에서는 수시이월 인원이 지난해 2만 1,818명에서 올해 3만 2,330명으로 1만 512명(48.2%)이나 늘었다. 서울과 수도권 대학도 모두 전년 대비 수시 이월 인원이 증가한 것은 학생 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 수시 이월 인원이 가장 많이 늘어난 대학은 전북지역의 원광대로 나타나 언론 보도에 오르내리고 있다. 대학저널은 “원광대의 경우 수시 이월 인원이 전년 441명에서 금년 1,019명으로 전년대비 578명이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전문대 상황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은 ‘올해 전문대 수시 등록률 ‘패닉’…80% 못넘긴 대학 80개교 ‘충격’‘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실태와 문제점을 짚었다.

기사는 “정원 내 기준 수시모집 인원을 모두 채운 전문대는 7개교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전국 전문대의 절반이 넘는 약 80여 곳의 대학들이 충원율 80% 선도 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 문 닫을 수도”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수많은 전문대들이 수험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됐다”는 기사는“‘정원-지원자 역전현상’이라는 입시환경에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확산과 재확산이 계속되면서 대학들의 입시모집 활동에도 큰 제약을 받았다”고 진단했다.

JTV 1월 12일 보도(화면 캡쳐)

이런 와중에 군산의 서해대가 폐교 마지막 청문 절차에 들어갔다는 뉴스도 눈에 띈다. JTV는 12일 ‘서해대 이달 폐교 유력...체불임금 난항’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교육부가 전 이사장의 횡령으로 재정난에 빠진 서해대에 대해 폐교 마지막 절차인 청문회를 열었다”며 “별다른 이의가 제기되지 않아 이달 말 폐교가 유력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60억 원의 체불임금이 해결되지 않아 교직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기사는 “지난 2015년 전 이사장이 교비 등 146억 원을 횡령해 심각한 재정난에 빠진 서해대는 2018년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대학에 지정돼 신입생 선발마저 어렵게 되자 지난해 3월 교육부에 폐교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대학의 문이 닫힐 수 있다"는 말이 자주 나올 정도다. 학령인구의 감소와 교육 수요자들의 서울 및 수도권 쏠림 현상은 지방대 위기와 붕괴의 핵심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