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눈

이화구의 '생각 줍기'

2021-01-08     이화구 객원기자

지난 연말에 서울은 첫눈이 내리고 새해가 밝은지 얼마 되지 않아 최근엔 폭설이 내렸습니다. 

반가운 눈 소식도 잠시, 매서운 한파로 차도나 인도에 쌓인 눈이 얼어 도로 위에서 차들은 미끄러져 접촉사고를 일으키고, 거기에다 안전하다고 하는 전철도 일부 구간에서 운행이 중단되는 등 대중교통 운행에도 큰 차질을 빚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인도에서는 보행자들이 미끄러져 부상을 당하는 사고를 일으키고 있어 도심에 내린 눈은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닌 거 같습니다.

물론 저도 그제 저녁 퇴근길부터 오늘 아침 출근길까지 한파와 미끄러운 도로로 인해 고생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제가 태어난 동네 시골친구들 모임 카톡방에 올라온 제 고향 임실군 관촌면 배나드리에 내린 눈은 반갑고 정겹게 느껴졌습니다.

섬진강 푸른 물이 푸른 산을 적시는 제 고향 배나드리에 내린 눈을 보자 백년설 선생께서 부른 "고향 설(雪)"이란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한송이 눈을 봐도 고향 눈이오 ~

두송이 눈을 봐도 고향눈일세 ~

깊은 밤 날려 오는 눈송이 속에 ~

고향을 불러보는 고향을 불러보는 ~

젊은 푸념아 ~ ♪♬

고향설(雪). 이 노래는 고향을 떠나 타관 객지를 떠도는 우리 민족의 아픔을 잘 묘사한 노래이다 보니 전 국민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거 같습니다.

한송이 눈을 봐도 고향눈이요, 두송이 눈을 봐도 고향눈일세. 얼마나 고향이 그리웠으면 눈을 보고 고향생각을 하며 울었던가 싶습니다.

우리는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서 자라나 그곳에서 평생을 살다가 고향 언덕에 묻히는 사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은 나이와 함께 깊어지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알 수 있을까 싶습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이라고 여우도 죽을 때면 저 태어난 언덕 쪽으로 머리를 향한다 하지 않습니까. 이렇듯 고향을 떠나 세파에 부딪치며 살아 온 사람일수록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이화구(금융인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