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현역단체장 중심 선거판세 보도
뉴스 분석
전북일보가 2021년 새해를 맞아 기획한 신년호 특집으로 ‘2022년 지방선거 전망’을 보도해 주목은 끌었지만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지역 신문들과 차별성을 시도한 신문은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후보로 나서게 될 인물들을 사진과 함께 해설식 기사로 전달했다. 기사에서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각 시군 자치단체장, 전북도교육감 후보들이 다양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몇 가지 문제점들이 노정됐다. 무엇보다 선거관련 보도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공정성 준칙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이 제기된다.
'공정성·정확성·객관성' 선거보도 준칙, 잊었나?
선거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핵심적인 정치과정으로 공정하고 깨끗한 선거는 민주주의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기본 전제이다.
따라서 유권자들과 뉴스 이용자들에게 언론은 후보자와 정당에 관한 정확하고 신뢰할만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 사명 중 하나이다.
여론, 민심, 판세 등 유권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을 보도함에 있어 이를 과학적이고 공정하게 다룰 수 있도록 언론은 최대한 객관적인 방법을 활용하여야 한다.
따라서 언론의 선거보도에서 공정성, 정확성, 객관성은 3대 준칙으로 엄격하게 요구 받고, 또한 적용돼 왔다.
그런데 신년호 전북일보 지방선거 전망 기사들의 내용을 보면 현직 도지사 및 시장·군수 등 현역 단체장들을 중심으로 선거 전망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공정성과 객관성, 정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도지사를 비롯한 시장·군수 후보들의 경우 3선 연임제한에 해당되는 곳을 제외하고는 현직이 모두 포함됐다.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이라고 전제했지만, 현역 단체장이 3선 연임제한에 해당되는 전북도교육감, 남원시장, 순창군수 등을 제외하고 나머지 단체장 출마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중 현직 단체장이 가장 많이 제목과 기사에 반영됐다.
현역 중심의 구도로 선거 판세를 전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한 객관적인 데이터나 연론조사가 아닌 ‘예상’, ‘전망’ 등의 추측성 기사가 대부분이어서 객관성과 정확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현역 아성에 후보 도전 ‘다자구도’”, “현역 시장 대항마 ‘자천타천’”, 현역 중심 프레임
가령 완주군수 차기 지방선거 전망 기사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기사는 리드에서 “3선에 나서는 박성일 군수에 맞서 소병래 전 전북도의회 부의장과 송지용 전북도의회 의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며 “박성일 군수는 2014년 무소속 후보로 당선될 때 상대 후보를 불과 189표 차이로 앞섰을 만큼 힘든 선거를 치렀지만,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해 조직력을 보강해 치른 2018년 재선에서는 무려 76.83%를 득표하며 여유 있게 당선했다”고 썼다.
이어 기사는 “지난 4.13 총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조직력에 균열이 생겨 군의원 4명이 탈당한 점 등 일부 악재가 있지만, 차세대 100년 먹거리 초석 ‘수소선도 도시 완주’ 위상을 확실히 하고 있는 정치·행정력 등은 긍정적이란 분석”이라고 덧붙였다.
현역 군수의 이름과 치적이 상당 부분 기사에 반영됐다. 6개 단락의 기사 중 3개 단락에서 현역 단체장이 거론됐을 정도다. 현역 위주의 구도로 전망이 이뤄졌음이 읽힌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다. 우선 기사 제목과 리드에서 현역 단체장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정헌율 시장 아성에 여야 후보 도전 ‘다자구도’‘, ‘유진섭 시장 대항마 자천타천 5명 거론’, ‘강임준 시장 포함 7명 자천타천 거론’, ‘3선 도전 심민 군수·민주당 후보 대결 양상’, ‘전춘성 군수·무소속 이충국 리턴매치 예상’ 등의 제목에서만 봐도 현역 위주 프레임과 프리미엄이 얼마나 크게 작용한지 잘 나타내 주는 대목들이다.
많은 도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전북도지사 후보 전망도 예외가 아니다. 가뜩이나 이날 신문의 신년호 지면에서는 송하진 지사의 사진과 이름들이 눈에 띄게 많이 거론되며 부각됐다.
그런데 ‘송하진 지사 3선 도전…전·현직 국회의원 대거 거론’이란 지방선거 전망 기사에서도 제목부터 현역 도지사 이름이 가장 먼저 강조됐다.
“재선인 송하진 도지사의 숙원인 새만금 내부개발 등을 실천하기 위한 3선 도전...” 부각
또한 기사는 리드에서 “재선인 송하진 도지사의 숙원인 새만금 내부개발 등을 실천하기 위한 3선 도전이 사실상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도백에 도전장을 내민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아성도 만만치 않다”며 “아직 선거가 1년 6개월 남아 국면이 어떻게 변화될 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대세론과 물갈이론이 각각 수면위로 오르면서 도민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주목된다”고 썼다.
기사 시작부터 현역 지사 이름과 치적 일부가 맨 먼저 소개됐다. 이어 기사는 “전라북도 도지사 선거 출마자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후보군은 10여명으로 현 송하진 지사와 전현직 국회의원들의 대결이 예상된다”며 “이들 대부분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공천이 곧 선거 결과를 가늠할 정도로 여파가 크다”고 분석했다.
기사는 차기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들로 송하진 현 도지사 외에 김윤덕 국회의원, 김춘진 전 국회의원, 이환주 남원시장, 이춘석 전 국회의원, 안규백 국회의원, 유성엽 전 국회의원, 정동영 전 국회의원, 신경민 전 국회의원을 부각시켰다.
그러면서 김승수 전주시장에 대해선 “정치권 일각에선 김승수 전주시장의 도백 도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는데 ‘도지사냐 전주시장이냐’ 결정은 4월쯤 이뤄질 전망”이라고 썼다. 대신 김승수 시장을 전주시장 후보군에 포함시켜 도지사 후보군에서는 제외시켰다.
신문은 전주시장 후보 전망의 기사에서 “자천타천으로 거론되는 2022년 지방선거 전주시장 후보군은 김승수 현 시장, 서윤근 정의당 전주시위원장, 엄윤상 변호사, 우범기 전북도 정무부지사, 이현웅 전 전북도 도민안전실장, 조지훈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이름 가나다순) 등 6명”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김승수 시장은 2014년 6·4지선에서 45세 최연소 민선 전주시장이 됐고, 2018년 재선에 성공했다”고 띄우면서 “3선에 도전할지 전북도지사 선거에 승부수를 던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기사는 “올해 상반기 안에는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고 밝혀 역시 전주시장 후보들 전망에서도 현역 프리미엄이 기사 곳곳에 묻어났다. 그러나 전북도지사 후보군에서 김승수 전주시장을 유보(제외)시킨데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현역 단체장 비판· 비난 댓글 줄이어...기사 '조롱'
한편 일방향성을 지닌 신문지면 대신 상호작용성(피드백)이 가능한 인터넷신문(신문사 홈페이지)에서는 지방선거 전망 기사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전북도지사 후보 기사에는 인터넷 상에서 많은 댓글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신문의 기사 내용 및 제목들에 반하는 비난과 비판의 의견들이 많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댓글들 중에는 ‘장들교체’라고 아이디를 밝힌 시민이 “지자체장을 전부 교체해야 한다”며 “앞으로 정치인이 해야지 행정인이 하니 중앙정부에서 예산 못 갖고 온다”고 밝혔다.
또 ‘전북도민’이란 아이디의 시민은 “ooo·ooo는 조선시대에 태어났어야 했음, 다신 정치하지 마세요”라며 성토한 댓글을 올렸다. 이어 ‘군산시민여러분’이라는 아이디의 시민은 “ooo씨는 전북인구 감소하는 데 한몫하고, ooo씨는 늙은 전주를 만든 것 외에 맷날(맨날) 문화와 전통 구닥따리(구닥다리) 시정의 장본인”이라며 “누가 되어도 마찬가지지만은 이 두 사람 좀 교체해 주자”라고 댓글을 올렸다.
또 다른 누리꾼들은 “힘 있고 능력 있는 정치인 출신의 도백이 필요하다”, “ooo 제발 그만~~”이란 댓글들로 현역 단체장들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제기했다. 댓글들에선 신문사 기사를 조롱하는 듯한 뉘앙스가 짙게 묻어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예단과 추측이 선거보도의 정확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역 단체장 프리미엄 조성· 심각...'공정보도'라고 말할 수 있나?
더구나 신문은 이날 신년호 특집으로 송하진 지사의 신년사와 인터뷰를 큼지막하게 지면에 부각시켜 현역 단체장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리고 있음을 증명해 보였다.
이날 신문은 김승환 현 도교육감의 3선 연임제한에 해당되는 차기 전북도교육감 선거 후보들로는 “대략 9~10명 정도가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기사는 “제19대 전라북도교육감 선거는 큰 틀에서 보면 진보대 보수의 대결 구도를 보일 전망”이라며 “지난 18대 선거 후보군들에다 신규 후보 몇 명이 가세하는 모양새다. 김승환 현 교육감이 3선 연임제한에 걸려 출마하지 못하면서 다양한 후보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군웅할거’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현역 단체장이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엔 ‘무주공산’, ‘군웅할거’, ‘각축전’ 등의 모호한 표현으로 전망을 보도한 대신, 현역이 출마하는 경우 현역 중심의 선거구도 전망을 기사로 내보냈다.
이러고도 과연 공정한 보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지방선거를 1년 6개월 앞두고 공정하고 정확한 언론의 보도 태도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