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얌체행정·땜질처방...시민들 '부글부글'

[전북지역 신문·방송 톺아보기] 2020년 12월 24일(목)

2020-12-24     박주현 기자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코로나19가 세밑 분위기를 더욱 무겁고 우울하게 한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거리와 상가들마다 조용하고 썰렁하다. 기온까지 크게 떨어져 몸과 마음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는 성탄과 세밑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성탄절 이브인 24일, 언론들은 실종된 성탄 분위기와 코로나 신규 감염 소식을 연신 무게 있게 다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해를 넘기기 전에 어물쩍 중대 현안을 마무리 지으려 하거나, 한 해 동안 잃었던 신뢰를 세밑 여론전으로 슬며시 만회하려는 뉴스들이 지역언론의 영상과 지면에 가득 묻어나고 있다.

전북지역 언론들의 보도에서 드러난 대표적 사례 다섯 가지를 짚어본다. 

#1. 익산시, 태양광 발전으로 인생2막·노후보장, 삶의 질 향상?

전북일보 12월 24일 인터넷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집행부 견제·감시 기구인 시의회 의원의 지적을 사법당국에 수사의뢰 하거나 비난성 보도자료 등으로 대응해 따가운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은 익신시가 불과 하루 만에 새로운 이벤트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자청했다.

익산시는 23일 “국민연금공단 등 공기업들과 함께 마을공동체 노후소득을 보장한다는 이른바 ’익산형 마을자치연금’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익산시청 상황실에서는 정헌율 시장과 국민연금공단 박정배 기획이사,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박노섭 농어촌기금운영본부장, 한국전기안전공사 김민 사회적가치추진단장, 농업기술실용화재단 김병운 총괄본부장, 새만금개발공사 김주호 기획조정실장, 한솔테크닉스 박명철 상무 등 6개 기관 대표들이 만나 ‘지역공동체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마을자치연금 업무협약’을 맺었다.

미리 준비된 협약 내용과 보도 자료가 언론들에 배포되고 협약식 장면이 공개돼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지역언론들은 일제히 “익산시가 신개념 농촌 어르신 마을자치연금의 본격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면서 “익산시가 전국 최초로 70세 이상 농촌 어르신에게 매월 일정액을 지급하는 ‘마을자치연금’을 도입·시행한다”는 내용을 대서특필했다.

이제 막 업무협약을 마친 것뿐인데 대상 농촌마을의 70세 이상에게 당장 돈이 지급될 것처럼 포장해 보도한 내용들에선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역일간지들 중에는 1면 기사로도 부족했는지 아예 한판을 할애해 기획 홍보기사로 익산시정과 익산시장을 가득 채운 곳들이 많다.

전북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라일보, 새전북신문 등은 정헌율 익산시장 인터뷰를 중심으로 “농촌 어르신들의 노후 보장과 삶의 질이 곧 향상될 것"처럼 과대 포장해 기획 특집으로 내보냈다.

한판의 지면은 그러나 정헌율 시장을 홍보하는 것으로 비춰지기에 충분할 정도로 과다하게 시장 얼굴과 인터뷰 내용을 편집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익산 농촌 70세 이상 마을자치연금 받는다 -전북일보 1면

농촌 어르신 노후 보장·삶의 질 향상 도모 -전북일보 7면(전면)

정헌율 익산시장 “돌아가고 싶은 농촌·살고 싶은 농촌의 첫걸음... -전북일보 7면(전면) 

익산시 농촌 어르신 정기연금 지급 -전북도민일보 7면

막막한 노후? 걱정 끝! 우리는 익산에 사니깐요 -전북도민일보 16면(전면)

"고령층 안정적 소득보장 무너진 생활공동체 회복 -전북도민일보 16면(전면)

익산시, 전국 첫 '어르신 마을연금' 도입 -전라일보 8면

'인생 2막' 익산이 최고 -전라일보 13면(전면)

익산시 전국 첫 ‘농촌 마을연금’ 도입 -새전북신문 1면

인생 2막은 익산에서, 전국 최초 ‘마을자치연금’ 도입 -새전북신문 5면(전면)

“따뜻한 공동체 익산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새전북신문 5면(전면)

새전북신문 12월 24일 5면

익산시에 관한 획일화된 기사 내용이 이처럼 많은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했다. 누가 봐도 홍보성 기사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제목과 내용들이 유사하다. 농촌마을에 안정적인 노후보장 연금으로 삶의 질이 금세 나아질 것처럼 보도한 내용들이다.

주목할 만한 시책이지만 그러나 자세히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최근 고수익을 미끼로 사기 행각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태양광과 무관하지 않다. 신문들은 기사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이란 표현을 많이 썼지만 '태양광 사업'과 연관된 점에서 우려가 크다.

지역언론들이 사업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노후보장’, ‘걱정 끝’, ‘인생 2막’이란 표현으로 익산시와 익산시장을 띄우는데 급급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전북CBS 12월 23일 기사(노컷뉴스 캡쳐)

전북CBS가 ‘익산시, 태양광 발전으로 마을자치연금 추진’이란 제목으로 그나마 태양광이란 점을 부각시켜 지역일간지들과 대조를 보였다. 

기사는 “익산시 등이 확보한 사업비는 태양광발전시설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을 지원하게 되며 운영 성과를 검토해 이후 확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사업은 마을 자체사업을 보유하고 있는 농촌 단일 마을로 구성된 공동법인을 갖춘 마을이 대상이며 익산 성당포구마을이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아직 준비단계인 사업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 기사는 다른 지역 일간지들의 호들갑스런 과대 홍보성 기사와 차별을 이룬다.

가뜩이나 익산시는 올 한해 장점마을의 집단 암 발병과 그로 인한 피해보상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과 논란, 비판을 야기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더 이상 농촌마을에 실망과 상처를 주지 않는 행정을 펼쳐주길 주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2. 전북도 중도 포기한 '기생충' 세트장 복원, 전주시 다시 결정? 

전주시 일원에서 촬영된 영화 '기생충'이 올해 아카데미상을 휩쓸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자 전북도가 기생충 세트장 복원을 시도하다 비판여론에 직면해 포기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엔 전주시가 다시 추진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JTV 12월 23일 방송 보도(화면 캡쳐)

JTV가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했다. 방송은 23일 ‘'기생충 세트장' 복원 결정...실현은 '글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휩쓴 뒤 전북도가 복원을 추진했지만, 단순 복제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봉준호 감독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면서 포기했다”며 “이번에는 전주시가 나서 영화종합촬영소에 기생충 세트장과 국립영화박물관을 짓고 시대별 대형 야외세트장을 짓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K필름 제작기반 구축사업으로, 전체 사업비는 430억 원”이라고 밝힌 기사는 “사업추진을 위한 연구용역비로 5억 원도 확보했다”며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이 여전하고 영화를 만든 봉준호 감독의 동의를 얻지 못해, 복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눈에 기시처럼 여기는 전북도가 전주시의 이러한 행태를 어떻게 바라볼까?

#3. '전북 아태마스터스대회' 결국 연기, 이러려고 과대 홍보했나? 

전북일보 12월 24일 인터넷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2022년 6월 전북지역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며 그동안 전북도와 대회 조직위원회가 대대적으로 언론에 홍보해왔던 ‘전북 아태마스터스대회’가 결국 코로나 여파로 1년 연기됐다. 

대회 조직위(위원장 송하진 지사)는 “코로나19의 세계적 재확산으로 대회를 2023년 5월로 연기한다”고 23일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전북도와 대회 조직위의 안일한 대응에 비판과 비난이 거세다. 

이번 연기 결정은 내년 5월로 예정됐던 일본 간사이 월드마스터스대회가 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미 오래전 예고돼 충분한 준비와 대응이 소홀했다는 따가운 여론이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대륙에서 대회가 개최될 경우, 참가자 모집 등 성공 개최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란 지적에도 전북도와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미 갖춰진 조직과 인력, 홍보체제 등을 계속 가동하려다 결국 뒤늦은 연기를 결정한 것이어서 비난이 드세다.

이번에는 전북일보가 이 문제를 비교적 자세히 다뤘다. ‘2022 전북아태마스터스 대회 결국 연기, 거센 비판론’이란 기사에서 “대회 조직위는 대회 개최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대표단 파견예산을 도의회에 제출하는 등 안이하게 대처 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특히 내년 5월 열릴 예정이었던 일본 대회가 연기되었는데도 조직위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감추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의 여론이 거세다”고 보도했다. 기사는 이어 “대회 연기를 결정한 조직위는 조만간 대회 일정 조정을 위해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국제마스터스대회협회(IMGA, IOC 공인) 승인 등 사후 절차도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의구심이 남는다. 이에 대해 최영규 전북도의원은 “대회 준비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도의회와 협의하고 진행했어야 하는데 그동안 조직위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며 “이러한 잘못된 부분은 인정하고 정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지난달 도의회에서 지적한 바 있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송하진 도지사 치적 알리기와 홍보에 급급한 전북도의 안일한 행정이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4. 국민연금공단 '원 스트라이크 아웃' 도입,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비난

MBC 9월 19일 방송 보도(화면 캡쳐)

직원들의 대마초 흡입 사건 등으로 올 한해 많은 물의를 빚은 국민연금공단이 뒤늦게 쇄신대책을 내놓았지만 반응은 오히려 시큰둥하다. 

국민연금공단이 23일 ‘공직윤리 함양’을 뼈대로 한 쇄신대책을 내놓았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직원 4명의 ‘대마초 흡입 사건’으로 홍역을 치른지 96일 만이다. 

공단은 운용역 등 경력 직원 채용 시 전문성 검증과 더불어 외부 전문업체를 통한 평판 조회 절차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정도가 지나친 ‘6대 비위행위’를 1차례만 저지르더라도 해임하는 이른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공단은 성범죄, 금품·향응 수수,공금 횡령·유용, 채용 부정, 마약, 음주운전을 6대 비위행위로 규정했다.

조직개편을 통한 감시 기능 강화 방안도 내놓았다. ‘윤리경영부’를 신설해 공단 인사실과 감사실 등에 분산된 준법 점검기능을 몰아주기로 했다. 이날 김용진 이사장의 “국민연금과 기금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글로벌 전문성 강화가 꼭 필요하다.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힌 내용이 많은 언론에 조명됐다.

그러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따가운 비판이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의 구설이 올 한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올 한해 직원들 ‘마약 사고’, ‘아빠 찬스’에 이어 전산개발사업 수주 과정에서 내부 직원이 수 천만 원의 '뒷돈'을 받은 의혹까지 제기돼 '산 넘어 산'인 형국이었다. 

SBS 9월 24일 방송 보도(화면 캡쳐)

직원들의 대마초 흡입 등 마약사고 이후 ‘대국민 사과’를 한 국민연금공단이 전 노조위원장의 자녀 은행 채용 청탁의혹이 언론에 보도된데 이어 전산개발사업 관련 뒷돈 수수 의혹까지 제기됨으로써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내부 감사기능과 역할에 시선이 집중됐지만 근본적인 쇄신책 대신 형식적인 개선안을 내놓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75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기금 규모만큼이나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의 기강 해이도 상상 이상으로 방만하다”는 비난이 잇따랐다.

그나마 뒤늦게 내놓은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과연 고질적인 내부 비리 원인들을 말끔히 제거해 낼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5. 정읍시의회 동료의원 성추행 의혹, 왜 해 넘기나? 

전북CBS 12일 23일 기사(노컷뉴스 캡쳐)

정읍시의회가 동료의원 성추행 의혹 사건을 다룰 윤리특별위원회 구성을 미적거리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전북민중행동 등 50여개 단체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료의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시의원을 제명할 것을 정읍시의회에 촉구했다. 

이날 단체는 "정읍시의원이 지난해 10월 회식자리에서 동료를 강제 추행한 혐의로 고소된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다"며 "시민단체가 가해자의 즉각적인 의원직 제명을 촉구했으나 정읍시의회는 신속한 징계절차는커녕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시의회가 지난 7일 윤리특위 구성안을 통과시키고도 윤리특위 위원을 선임하지 못해 정읍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또한 "성추행을 하기 위해 시의원이 쫓아다니는 영상이 언론에 공개됐으나 피해자에게 사과는 없었다"면서 "언론과 시민단체 활동가 7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7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반성하지 않고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단체는 ‘해당 시의원의 즉각 사퇴’, ‘정읍시의회의 해당 시의원 제명’, ‘민주당의 성범죄 피고인 제명을 당론으로 결정할 것’ 등을 요구했다.

정읍시의회는 지난 4월 해당 사건에 대한 윤리특위 구성안을 부결시켰다가 8개월 만인 지난 7일 가결했다. 그러나 위원선임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특위 구성을 다음 회기로 미뤄 해를 넘기게 됐다.

다음은 12월 24일(목) 전북지역 주요 신문·방송의 1면 및 중요기사 제목이다.

전북일보

"초광역 경제권 돌파구 찾아라"

“확진자 0명이 크리스마스 선물”

익산 농촌 70세 이상 마을자치연금 받는다

전북도민일보

전북 시설·관광지 일제히 멈춤

아파트 불법 투기세력 뿌리 뽑는다

2022 전북 아태마스터스 1년 연기 2023년 5월 개최

전라일보

"세금부담 가중·할인혜택 축소"

익산 고교생 확진…해당 학급 전수조사

전주 아파트 투기 ‘꼼짝마’

새전북신문

예고된 취소대란… 텅 빈 매장

지역총소득 증가율 최고, 개인소득은 밑바닥

익산시 전국 첫 ‘농촌 마을연금’ 도입

전북중앙신문

2023 새만금잼버리 준비 본격화

188곳 해넘이-해맞이 명소 폐쇄

저소득 청년에 임대주택 우선공급-이사비도 지원

전민일보

전북형 특별방역대책 강화된 후속조치 시행

올해 수능 성적표 배부… 수험생들 ‘희비교차’

전북 지역내 총생산 2.3% 증가

KBS전주총국

익산시 전국 최초 ‘마을자치연금’ 도입…농촌 ‘복지 사각’ 해소 기대

전북 학교·사우나서 확진자 발생…“오늘부터 특별 방역기간”

전주MBC

고교생 감염 시험 중단..소모임 감염도

인생 2막은 익산에서..마을자치연금 도입

JTV

'기생충 세트장' 복원 결정...실현은 '글쎄'

고교생 '확진'...내일부터 고강도 방역대책

전북CBS

"동료의원 성추행 의혹 1년, 정읍시의회 윤리특위도 안 열어"

익산시, 태양광 발전으로 마을자치연금 추진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