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 광풍' 따라하기 '백태', 지역주의 부추길라

TV 비평

2020-12-27     김미선 시민기자

코로나19가 가져다 준 언택트(Untact) 시대, 방송 환경도 많아 달라졌다.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방송을 시청하고 청취하는 시간과 채널 수가 아무래도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방송사들마다 이틈에 시청률을 높여보려는 것일까? TV 방송사들의 트로트 예능프로그램 편성 경쟁이 가관이다. 연초부터 지속된 방송사들의 트로트 열풍과 신드롬은 가히 폭발적이다. 

종합편성채널(종편)에서 불기 시작한 트로트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번져 급기야 지상파 방송사들에까지 뜨겁게 옮겨 붙어 광풍시대를 맞는 듯하다.

시청률과 광고에 영향 미치기 때문? 너도나도 트로트 가세 

'트로트 오디션 모방하기', '인기 트로트 가수 끌어오기', '같은 시간대 트로트 편성하기' 등의 경쟁은 마치 전쟁을 방불케할 정도다. 

'미스터트롯' 홍보 포스터(TV조선 홈페이지 캡쳐)

되돌아보면 올 한해 가장 많은 시청자들의 주목을 끈 트로트 프로그램은 종편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

그 중에서도 TV조선은 톡톡히 재미를 봤다.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으로 35%대의 시청률로 최고 기록을 경신했을 정도다. 

그러자 후속 프로그램으로 내놓은 '미스터트롯의 맛'과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도 덩달아 23%대의 시청률로 자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에 뒤질세라 종편 중에서 MBN이 '보이스트롯'을 내놓아 18%대의 시청률로 MB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스터트롯' TOP7이 게스트로 출연한 JTBC '아는 형님'도 15%대의 시청률을 덩달아 기록했다. 

이처럼 '미스터트롯'이 배출한 가수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들마다 높은 시청률을 보이자 너도 나도 유치경쟁에 가세한 모양새가 됐다.

2020년 뒤흔든 '미스터트롯' 신드롬·열풍...따라 하기 '백태' 

방송 평론가들은 “올 한해 트로트는 한 마디로 기록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다”고 평가할 정도다. 특히 지난 1월 첫 방송으로 불을 당긴 '미스터트롯'은 방송 내내 압도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특히 마지막 결승 무대가 방송되는 날에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편 방송계와 예능계의 새 역사를 썼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미스터트롯' 을 통해 탄생한 가수들(TV조선 홈페이지 캡쳐)

그러나 잘 나가던 프로그램도 사고를 치고 말았다. 결승 당시 문자 투표를 발표해야하는 상황에서 문자 투표가 폭주하는 바람에 서버가 다운되는 방송사고가 발생했다.

문자투표가 약 773만표까지 나온 상황인데 '미스터트롯' 제작진은 생방송 중 집계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투표결과 발표를 보류했다. 결국 TV조선은 이틀 뒤 긴급 생방송을 편성해 최종 결과를 발표했지만 역시 28%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여전히 인기있는 프로그램임을 과시했다. 

'미스터트롯'을 통해 탄생한 'TOP7 가수'들은 '트로트 영웅'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가 대단하다.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는 올해 최고의 스타로 탄생했다. 

이들이 게스트로 출연한 MBC '라디오스타', '끼리끼리', JTBC '아는 형님', '뭉쳐야 찬다', '유랑마켓', '77억의 사랑' 등 대부분의 프로그램들도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할 정도다. 무엇보다 막강한 팬덤을 거느리고 있는 만큼 광고계도 무시 못할 정도가 됐다.

'보이스트롯' 홍보 포스터(MBN 홈페지 캡쳐)

이처럼 트로트가 시청률 최고 경신의 보증수표가 되면서 이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종편들 중에서 MBN은 연예계 최고의 트로트 스타를 뽑는 '보이스트롯'을 통해 박세욱, 슬리피, 김다현 등을 새롭게 탄생시켰다. 시청률 역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러나 올 한해 트로트의 열풍을 이끈 주역들은 '미스터트롯' 출신 스타들로 꼽힌다. 이들의 팬카페 회원 수가 적게는 1만여 명에서 많게는 5만여 명에 이르며, 모든 방송의 예능계와 광고계를 휩쓸며 주가를 올리고 있다. 

TV조선, MBN 트로트 2라운드 열풍 혈안...JTBC '싱어게인' 신선함 주목

이처럼 트로트로 재미를 본 TV조선이 트로트 오디션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2'로 방송을 다시 편성해 트로트 예능 열기에 또 다른 불을 지피고 있는 양태다. 

JTBC '싱어게인'(홈페이지 캡쳐)

이런 가운데 JTBC의 자존심을 내세운 음악 예능이 오히려 주목을 끈다.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와 '히든싱어6'가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모으며 꾸준한 관심을 끈데 이어 최근 시작된 '싱어게인-무명가수전'은 간절한 무명 가수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기 위해 제작돼 신선함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싱어게인'은 트로트 오디션의 홍수 속에 색다른 구성의 음악 예능이라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류 트로트 오디션 줄이어 등장..."식상, 피로도 증가" 비판 

그러나 '미스터트롯'이후 각 방송들의 트로트 오디션 예능이 줄을 이어 식상해졌다는 지적이 높다. 또한 유사한 시간대의 트로트 프로그램 편성 경쟁도 피도도를 누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오히려 트로트 광풍이 피로감을 쌓게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트롯전국체전' 홍보 포스터(KBS 홈페이지 캡쳐)

문제는 지상파 방송사들까지 너나할 것 없이 정체성이 모호한 아류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에서는 SBS TV가 '트롯신이 떴다', '트롯신이 떴다2-라스트 찬스'를, MBC TV는 '최애 엔터테인먼트', '트로트의 민족'을, KBS 2TV는 '트롯 전국체전'을 잇달아 내놨다. 

이에 질세라 종편들은 한발 더 나아가 TV조선은 '뽕숭아학당',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사랑의 콜센타'를, MBN은 '보이스트롯'과 '트롯파이터'를 새롭게 편성했다. 케이블TV에서도 MBC에브리원의 '나는 트로트 가수다'와 SBS플러스가 '내게 ON 트롯'을 편성했다. 

트로트가 시청률이 되고 돈이 되니 종편들과 상업방송들이 앞 다투어 경쟁대열 속에서 마치 유사상품 모방하기를 하는 형국이 됐다. 그래서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 편집위원인 권상집 한성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특정 예능이 뜨면 보통 지상파와 다른 방송사들은 팔로워(Follower) 전략을 취한다"며 "유사 오디션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폭증해 시청률에서 중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수 있지만 선도 프로그램까지 질리게 만들어 프로그램 제작도 빠른 시기에 좌초시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트로트의 민족', ‘트롯 전국체전’, '지역' 지나치게 부각...'지역주의' 조장 우려 

MBC '트로트 민족' 홍보 포스터(MBC 홈페이지 캡쳐)

아류 트로트 예능 프로그램들의 시청률 성적은 좋지만 시청자들은 쏟아지는 트로트 예능에 지쳐간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 MBC가 '트로트의 민족'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국 팔도에서 트로트를 가장 잘 부르는 ‘진짜 트로트 가왕’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종편들이 바람을 일으킨 트로트 열풍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MBC는 지역 방송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별 예심을 치르며, 각 지역을 대표하는 트로트 고수들이 치열한 서바이벌 과정을 통해 최종 우승 자리에 오른다는 점이 차별을 띈다. 그러나 트로트 열풍에 더해 '전라팀', '경상팀' 등 지역성을 지나치게 부각시킨 점에서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롯전국체전' (KBS 홈페이지 캡쳐)

KBS 2TV도 '전국 팔도의 대표 가수에서 글로벌 K-트로트의 주역이 될 새 얼굴을 찾기 위한다'며 대형 프로젝트 프로그램 ‘트롯 전국체전’으로 아류 트로트에 가세했다. 

초반 시청률이 10%대 이상으로 일단 시청률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하지만 개인 중심의 역량보다 지역별로 나누어 선수와 감독, 팀을 이뤄 지역별로 대결하는 프로그램의 구도가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자칫 지역주의나 지역성을 지나치게 자극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 방송'을 자처해 온 공영방송이 '종편 아류 트로트를 흉내 낸다'는 따가운 비판과 함께. 

무엇보다 기존의 지역주의에 트로트를 가미한 또 다른 형태의 새로운 지역주의를 낳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미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