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道)를 아십니까?
이화구의 '생각 줍기'
오늘도 점심을 먹고 잠실종합운동장 주변을 걷는데 아직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빨간 감나무가 멋져 스마트 폰에 담으면서 열하일기의 한 대목이 생각나 몇 자 적습니다.
연암 선생이 중국 여행길에 압록강을 건너며 배 위에서 역관에게 묻습니다.
“그대 도를 아는가?[君知道乎]”
그러자 역관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하니 연암 선생이 답합니다. "도란 다른 데서 찾을 게 아니라, 바로 강과 저 언덕(彼岸) 그 사이에 있다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더하여 "무릇 천하의 도리와 만물의 법칙은 강과 언덕이 만나 이루는 '경계(際)'와 같다네. 道란 다른 데서 찾을 필요 없네. 바로 그 '경계(際)'에 있네."라고 답합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 마주한 감나무에 달린 빨간 감들도 파란 하늘과 땅을 경계(際)로 감나무에 노랗게 매달려 있어 더욱 아름다운 거 같습니다.
열하일기는 조선후기 실학자 박지원 선생이 청나라에 다녀온 후에 작성한 견문록으로, 어떤 분들은 청나라 황제의 70세 생일 축하 자리에 가서 잠깐 얼굴 한 번 알현하자고 그 많은 인원과 시간을 투자해서 그 먼 길을 다녀왔느냐며 평가절하를 하는 분도 계시는 거 같습니다.
저는 열하일기를 북한의 '리상호'라는 학자가 1960년대에 번역한 세 권 짜리 두꺼운 책으로 읽었습니다.
그런데 하권 마지막 장에 에필로그(Epilogue) 형식으로 "여명기의 거인, 박지원"이란 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장(Chapter)을 만들어 박지원의 업적을 칭송하는데 마치 김일성의 업적을 칭송하는 거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마 열하일기가 청나라를 오가며 본 문물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풍부하고 활달한 필치로 철학과 사상, 과학과 음악, 실용과 논리를 담은 사상서로서 당대의 현실에 대한 예리한 분석과 새 시대를 준비하고자 하는 진보의 열망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성리학이 주류를 이루던 조선사회에서 실학자 박지원 만큼 북한의 사회주의와 코드에 맞는 인물이 없어서 그리 칭송을 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래서 세간에는 글을 읽을 때는 다산 정약용 처럼 많이 읽고, 글을 쓸 때는 연암 박지원처럼 빼어나게 써라고 해서 그런지 "다산처럼 읽고 연암처럼 써라"는 말이 유행하는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도(道)에 대한 생각은 모두 다를 수 있지만 저는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중용(中庸)" 의 도(道)가 진정한 도(道)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역(易)학에서는 "우주의 운행 법칙과 인간의 길흉화복 과정에서 일어나는 변화 자체" 를 도(道)라 하며, 도(道)의 목적은 이런 변화과정의 길(道) 위에서 정신을 통일하여 이성으로 완성하여 가는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화구(금융인 37년ㆍCPA 국제공인회계사ㆍ임실문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