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님, 제발 소 브루셀라 백신접종 허가를 청원합니다”

[기획 연재] 소 브루셀라 백신의 감춰진 진실(7)

2020-12-19     박주현 기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홈페이지 캡쳐)

“대통령님 그리고 농림축산식품부처 담당자님께. 

제가 이렇게 청원을 드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 지역에서 2종 법정가축전염병 소 브루셀라병이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결핵 및 브루셀라 방역실시요령 제14조(브루셀라병 예방접종 등)’를 근거로 소 브루살라 병 백신 수입 허가 및 예방 접종 조치를 요청드립니다. 또한, 위험상황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요청 드립니다.“

‘경남 밀양시 소재의 한우 농장을 아버지와 함께 경영하고 있는 축산 2세’라고 자신을 소개한 농민이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애절한 호소의 청원글이다. 

'경남 밀양 축산농민 2세'의 간절한 소브루셀라병 피해대책 호소 청원글 

현재 청원 진행 중인 글의 제목은 ‘소 브루셀라 발병 위험 지역에 백신접종 허가를 청원합니다’이다. 무슨 내용인지 제목에서 이미 읽힌다.

전국 한우 농가 농민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들을 대신한 청원글이다. 간곡함이 글 곳곳에서 묻어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주소: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4744?fbclid=IwAR2aFkeL6wMD7Sl40S34Kf-58XwXn0rstqeY7ut4NRUyRwTxiuf0vMJES2w 

청원인은 “현재 우리 인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돼지열병 및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동물 방역에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건강히 지내고 있는 저를 보며 정부 및 방역 당국의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서두에서 밝혔다. 

그는 이어서 “2018년 8월에 시작하여 2020년 12월까지 지난 2년 동안 한우 번식 농가 60여 농가 중 12농가에서 발생하였으며 발생율이 20%를 육박하고 있다”고 실상을 소개한 뒤 “현재까지 양성우 약 200두가 살처분되었고 이와 함께 약 500~600두의 동거우가 권고 도축 되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사실은 이미 전국 한우 사육 농민들이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최근 전개되는 소 브루셀라병 감염 확산과 불안에 떨고 있는 가축농가들의 애로를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며 그는 대신해서 청원의 글을 상세히 이어갔다. 

그는 “2019년 상반기부터 6개월 간격으로 년 2회 정기 검진을 통해 양성우 검색 및 살처분과 동거우 권고 도축을 실시하고 있지만 확산세가 줄어들기는 커녕 2020년 11~12월 하반기 정기 검진에서는 4농가에서 57두가 발병하였고 오히려 더 확산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밝히면서 “저희 농장를 비롯하여 다른 비발생 농장들도 안심 할 수 없다며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러다 소 브루셀라병 지역 전체로 감염될까 불안감 확산”

한우(자료 사진)

그는 또한 “소 브루셀라병은 농장 내에 한번 감염되면 양성우를 색출함에도 불구하고 농장 전체를 감염시키고 결국 폐농에 이르게 된다”면서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다른 농장으로의 전파가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니 이러다가 결국 지역 전체로 감염될까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실제로 청원인은 경남 밀양지역 축산농가 외에도 “전남의 무안군, 함평군, 신안군, 나주군, 전북의 무주군, 장수군 일대의 많은 농장에서 발병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서 국내 및 해외 브루셀라병 방역에 관한 사례들을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해 주목을 끌었다. 

“해외의 경우 대표적으로 미국은 소 브루셀라 백신(RB51)을 5-12개월령 암송아지에게 예방을 함으로써 컨트롤되고 있으며 종식단계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는 그는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국외논문을 조사해본 바로는 소 브루셀라 백신이 상당한 방어효과가 있음으로 사료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이후 예방접종 사례가 전무하나 현재 우리 지역 발생 위험도를 고려했을 때 예방접종이 요구되어 지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상황도 백신 없이 원래의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 듯이 브루셀라 병 역시 현재의 양성우 검색 및 살처분 정책만으로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설사 이번에 무사히 넘어 갔다 하더라도 언제 다시 발병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우리 한우 산업이 지속가능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면서 처방대책 마련 등 신속한 정부의 결정을 당부했다.

“1998년 이후 백신접종 전무, 이제라도 백신접종 허용해 주길 간곡히 요청”

CPBC 가톨릭평화방송 12월 4일 방송 보도(화면 캡쳐)

CPBC 가톨릭평화방송 취재진이 지난 12월 4일 장수군 지역의 소 브루셀라병 피해 농가들을 심층 취재·보도한 내용을 증거자료로 첨부한 그는 대안을 제시해 주목시켰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결핵 및 브루셀라 방역실시요령 제14조(브루셀라병 예방접종 등)에 의해 소 브루셀라병 백신을 접종할 수는 있으나, 1998년 이후로 전무한 실정”이라며 “백신접종의 권한이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있기에 농가 차원에서의 백신 접종 요청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결핵 및 브루셀라 방역실시요령 제14조(브루셀라병 예방접종 등)’를 근거로 소 브루살라 병 백신 수입 허가 및 예방 접종 조치를 요청드린다”며 “ 위험상황에 준하는 방역 조치를 요청 드린다”고 간곡하게 썼다. 

그는 이밖에도 “살처분 및 권고 도축 후 몇 달 동안 소를 사육 할 수 없게 되어 당장 생계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소는 생애 주기도 길며 인공수정 및 임신부터 송아지 분만 후 출하까지 최소 40개월에서 길게는 50개월이나 걸려 어려움이 더 크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소들 눈빛만 봐도 아는데...살처분 바라만 봐야하는 농장주 마음 헤아려 주길”

한우(자료 사진)

그는 끝으로 “미시적 관점으로 백신예방 비용보다 양성우 검색 및 살처분 비용이 더 적게 들지 모르겠지만 거시적 관점에서는 더 많은 비용과 손해가 있을 수 있으며 그 손해는 고스라니 농가가 떠안게 됨을 알아 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아울러 “비록 생업을 위해 소를 사육을 하고 있지만 소를 사육 하는 동안은 소들과 교감도 나누며 눈빛만 봐도 무엇이 문제가 있는지 알 정도로 친숙하게 지내왔는데 질병의 전염으로 인해 살처분 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 농장주의 마음도 꼭 헤아려 주길 바란다”고 청원의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을 올린 청원인은 취재 결과, 소 사육 농장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잠시 도우러 고향에 왔다가 브루셀라병이 주변 농장에 감염돼 힘든 모습을 보고 도저히 고향을 등질 수 없어서 아예 눌러 앉아 가축 사육을 하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영·호남 축산농가 힘 합쳐 브루셀라 예방대책 촉구할 것" 

청원인은 19일 전북의소리와 통화에서 "밀양지역 주변 60여 축산농가들이 현재 겪고 있는 소 브루셀라병 겸염과 확산에 따른 불안·공포는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며 "해결 방법을 고민하다 결국 청와대에 청원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우(자료 사진)

그는 특히 "농림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책을 제시해 줄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며 "경남지역 뿐만 아니라 소 브루셀라병으로 인해 피해가 큰 전남 무안과 신안지역, 전북 장수지역 등의 축산농가들과도 힘을 모아 예방대책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합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한편 17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려진 이 글은 내년 1월 16일 청원마감 예정인 가운데 12월 19일 오전 10시 현재 266명이 참여하고 있다. 소를 사육하는 전국 농가들이 직면한 애로사항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글이다. 

따라서 청와대와 정부,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의 대답이 이어질지, 과연 어떤 답변이 나올지 농가들은  애타게 기다리며 주목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