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발림·백가쟁명 정치'에 일희일비...‘눈살’
뉴스 분석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가 각 지역마다 거대 화두로 등장했다. 정치인들은 이러한 화두를 정치에 접목시켜 활용하고 나선 모양새다. 특히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역의 통합형 메가시티를 내세운 백가쟁명이 점입가경이다.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추진단(단장 우원식)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특위 구성을 통해 국회 세종시 이전을 완성하겠다”며 “세종시 소재 부처 소관 10개 상임위부터 이전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세부 내용을 밝혔다.
추진단장인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특위에서 세종의사당 건립 과정 전반을 검토하고, 국회의사당 완전 이전을 위한 의제, 시기, 방식을 합의해 완전 이전을 추진하겠다"며 "먼저 행정비효율 극복을 위해 세종에 소재한 부처 소관 10개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국회사무처,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 일부 등의 적극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 이후 각 지역마다 해석이 분분하다. 왜 그럴까? 우선 지역별 세부 내역을 살펴보자.
국회 세종시 이전, 행정통합 메가시티 발표에 배 아픈 서울언론들
이날 추진단은 수도권 1극 체제를 다극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3+2+3 광역권 전략'도 내놓았다. 수도권과 동남권(부울경), 충청권 등 3개의 그랜드 메가시티를 만든다는 전략이 골자다.
아울러 대구·경북과 광주·전남 2개의 행정 통합형 메가시티를 만들고, 대신 전북·강원·제주 세 곳에는 강소권 메가시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이 외에도 각 지역들이 귀를 쫑긋 세우게 할만한 중요한 개발 아젠다를 내놓음으로써 지역마다 정치권과 지역언론들이 바빠졌다.
그러나 서울의 일부 언론들은 국회 이전이 제기될 때부터 “세종시는 또 다른 강남이 될 우려가 높다”며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한계에 달했다”는 목소리를 지면에 가득 담아냈다.
민주당의 ‘수도권 과밀화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국토균형발전전략 재구성 방안’에 대해서도 시큰둥하거나 부정적인 견지의 보도들이 눈에 띈다.
그러나 광역권 그랜드 매가시티 전략에 포함된 동남권, 충청권 등 초광역 메가시티 대상 지역들은 매무 고무된 모습이다. 지역발전을 한층 가속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됐다며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반면, 그랜드 메가시티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은 ‘소외’ 논란의 불씨가 지펴진 형국이다. 전북지역이 대표적 케이스다. 지역언론들은 비판과 담합의 두 부류로 갈리었다.
타 지역과의 형평성, 그리고 추진단장의 논리에 맞지 않는 발언을 비판하는가 하면, 지역 정치권과 담합하여 의제를 형성하거나 정치권을 대변하는 보도로 갈렸다. 해당 사례들을 짚어본다.
“'초광역전략', 전북소외 논란 확산” 비판
JTV 전주방송은 14일 “더불어민주당이 대도시를 묶어 새로운 균형발전 전략을 짠 메가시티 조성계획에서 전북소외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불씨를 지폈다.
‘‘초광역전략', 전북소외 논란 확산’이란 제목의 기사는 “그랜드 메가시티로 분류된 세 권역과 행정경제통합형 메가시티로 나뉜 두 권역은 지역별 발전과 연계전략 등 구체적인 계획까지 제시됐다”며 “하지만 광역시가 없어 강소형 메가시티로 분류된 전북, 강원, 제주는 세부 전략이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사는 “도내 국회의원들조차 이해할 수 없다며 새만금과 전주권 등 구체적인 발전 전략과 연계전략의 반영을 요구하고 나섰다”면서 “하지만 전라북도는 역대 정권의 균형발전정책이 나올 때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어서 소외와 낙후가 더욱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조동용 전북도의원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는 “오래 전부터 초광역화 논의가 진행돼왔지만 전라북도는 대응 방향조차 잡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기사는 이어서 “이명박 정부 이후 5+2정책으로 광주전남이 호남 몫의 정책을 사실상 독차지했던 상황을 전북도는 지켜봐야 했다”며 “자치단체와 정치권의 느슨한 대응 속에 새로운 중장기 발전전략에서도 또다시 소외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북도와 지역 정치권을 향해 쓴 소리를 날렸다.
우원식 의원 “전북 10개 기초자치단체 출산율 0.3”발언 맞나?, 팩트체크
전북일보 팩트체크팀은 더불어민주당이 9일 지역균형발전전략을 발표하면서 밝힌 내용 중 전북지역 인구 출산율 감소와 관련한 우원식 단장 발언에 대한 팩트체크를 실시해 주목을 끌었다.
신문은 14일 ‘우원식 “전북 14개 시군 중에 10개 기초자치단체 출산율 0.3”’이란 제목의 팩트체크에서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행정수도추진단은 지난 9일 11개 상임위를 시작으로 국회 세종의사당 이전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균형발전전략으로 전북·강원·제주 강소권 메가시티 전략 등을 제시했다”며 “특히 이들은 출산율 감소와 인구 유출에 따른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균형발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고 전제했다.
기사는 “이 과정에서 다소 의문을 가질 만한 발언이 나왔다”면서 “당 행정수도추진단 단장인 우원식 의원이 지방소멸의 심각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전북은 14개 기초자치단체 중 10곳의 출산율이 0.3정도 된다’고 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기사는 이어 “여성이 가임기간(15~48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한 명도 되지 않은 시군이 10곳이나 된다”며 “그러나 우 의원의 말대로라면 전북 전체 평균 출산율이 0.97이 될 수 없다”고 밝힌 뒤 우 의원의 발언의 팩트체크 결과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신문은 검증 결과에서 “출산율은 일정 기간에 태어난 아이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며, 이 때문에 지역별 출산율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임기간(15세~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인 합계출산율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한 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평균 1.63명) 가운데 꼴찌”라고 밝혔다.
이어 기사는 김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의 “합계출산율이 1명을 밑돈다는 것은 한 세대가 지나면 출생아 수가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는 의미”라는 주장을 검증에 덧붙였다.
기사는 결국, “통계청의 KOSIS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전북 14개 시군의 합계출산율은 전주시 0.88, 군산시 0.97, 익산시 0.91, 정읍시 1.06, 남원시 1.32, 김제시 0.92, 완주군 1.04, 진안군 1.69, 무주군 0.89 장수군 1.20, 임실군 1.42, 순창군 1.64, 고창군 1.23, 부안군 1.21이다”며 “평균 출생아 수가 한 명도 되지 않은 시군이 5곳이나 된다”고 밝히며서 “다만 우 의원의 말대로 출생률이 0.3인 곳인 시군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 의원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검증 결과를 내놓아 논리적인 팩트체크 기능을 보여줬다.
“지방소멸 대응 민주당이 주도?”...담합 또는 대변지 논란
여당인 민주당이 지역균형발전 전략에서 전북을 소외시켰다는 따가운 지적과 함께 출산율 저하 및 인구감소 등 취약하고 민감한 부분을 잘못 발언해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역언론들은 “민주당이 지방소멸 대응 등을 주도할 것”이라고 다시 대변하고 나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전북도민일보는 15일 ‘전주·새만금 메가시티 건설 마땅’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민주당 우원식 추진단장은 14일 도내 한 초선 국회의원에게 전북도와 관련한 발전 방안을 추가 재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며 “우원식 의원이 전북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추가로 열어 많은 분들의 고견을 청취한 이후 발전 구상안을 모색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출처(기명)를 밝히지 않은 기사는 “추진단의 국가균형발전 계획이 지난 9일 발표되자 전북 정치권과 본보 등 지역 여론은 강하게 반발했다”는 것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새전북신문도 이날 3면 ‘지방소멸 대응 민주당이 주도해서 나설 터’란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비슷한 의제를 다뤘다. 기사는 “대도시를 향한 인구의 집중 가속화 속 지방 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태스크포스를 출범, 대책마련에 나섰다“며 ”민주당은 14일 지방소멸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국가차원의 해결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고 썼다.
“민주당 지방소멸 대응 TF는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들을 대상으로 현장 순회 간담회를 열고 대통령 직속 국정과제위원회 4대 위원장 연석회의, 지방소멸 대응을 위한 공론화 작업과 입법안 발표 등을 차례로 추진할 방침“이라는 기사는 “이번 TF 출범식에 앞서 이원택 의원은 21대 국회 등원과 함께 ‘지방소멸위기지역 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며 그의 발언 내용을 자세히 덧붙였다.
사탕발림 정책, 백가쟁명 정치에 일희일비하는 지역언론들
그러나 민주당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인지 특정 국회의원을 띄우기 위한 것인지 헷갈린다. 앞의 두 사례 보도들과는 전혀 상반된 의제로 읽히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지역언론의 의제 담합인지, 정치권의 대변지 역할을 하는 것인지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인구감소 대응', '지방소멸 대응', '메가시티 전략' 등 사탕발림 정책과 백가쟁명 정치에 지역언론들이 지나치게 일희일비하며 이끌려가는 뉘앙스가 짙다.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