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검찰 개혁이 필수적인가?
백승종의 '역사칼럼'
이 글은 지난 2019년 10월 5일 페북에 올린 글의 한 토막입니다. 지금(2020년 12월 8일) 보아도 틀린 설명 같지 않습니다. 지난 14개월 동안 우리 사회는 검찰개혁이란 과제를 풀지 못했습니다.
이제 청와대와 민주당은 명확한 결과를 내놓기 바랍니다. 더 이상 지지부진, 우왕좌왕하지 말고 한국사회의 암덩어리를 수술하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바랍니다. 추미애 장관을 적극적으로 도와서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시민은 등을 돌리고 말 것입니다.
저는 평범한 시민이요, 그런 제 입장에서 보면 검찰개혁이 한국사회를 바꾸는 데 필수적입니다. 이유를 네 가지만 설명하겠습니다.
1.
첫째, 검찰은 재벌의 독점적 이익을 옹호하는 핵심세력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진리를 아실 것입니다. 모든 사안이 결국은 법원에서 판결로 결정되는데 그 기준이 돈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이 나라에서 일체의 사건은 기소권이 검찰에게만 있습니다. 그들이 눈을 감아주면 천하의 몹쓸 도둑도 안전지대에 있어요. 반면에 그들 검찰이 문제 삼으면 누구라도 죄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고위 검찰 출신의 변호사들이 예우를 받으며 법정에 나아가,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시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2.
둘째, 검찰은 언론과 한 통속이 되어 한국사회를 들었다 놓았다 자기네 마음대로 흔들어댑니다. 이번에 어느 장관의 임명 사태에서도 똑똑히 보았습니다.
국회에서 청문회가 진행되자 그 장관 후보자(조국)의 배우자를 검찰이 기소했습니다. 그가 자신들의 상관으로 임명되기가 무섭게 검찰은 압수영장을 무려 70개나 발부 받아, 장관일가에 대한 마녀사냥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수십 일 동안(2019년 9-10월) 검찰은 모든 매체를 쥐락펴락하는 신공을 보였습니다. 이른바 좌파 성향의 언론마저도 그들의 시녀처럼 움직였습니다.
도대체가 우리 사회에서는 개인이든 집단이든 검찰을 상대로 싸우는 것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3.
셋째, 한국의 검찰은 그 조직 구성이나 운영방식이 큰 문제입니다. 너무도 비민주적입니다. 최근 양심적인 몇몇 내부고발자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새로 알게 된 사실이 말하기도 두려울 정도입니다.
검찰은 내적으로는 상명하복의 원칙이 극히 엄한 조직입니다. 일부에서는 '깡패조직'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독재 정권 아래서 뼈대가 굵은 조직이라서 그런지, 검찰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멉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검찰조직은 과거 한국사회의 칠흑같은 어둠과 부조리의 늪에 빠져 있는 듯합니다.
4.
넷째, 검찰은 기득권 세력의 가장 든든한 보루입니다. 사회 곳곳에 개혁을 방해하는 세력이 있지마는, 검찰처럼 심한 집단이 없습니다.
현재 국회의원의 면면을 보아도 그렇습니다. 검찰 출신의 여러 의원들이야말로 이 사회의 가장 수구적인 세력입니다.
거기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죽을 때까지 그들에게는 여러 가지 특권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한때 신문지상을 요란하게 만들었던 제주도의 검사장이 생각납니다. 그는 대로변에서 태연히 자위행위를 벌여 시민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하건마는 그는 지금도 멀쩡하게 변호사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한번 검사는 우리사회의 영원한 특권층이란 말입니까.
검사 조직 내부에서 이름이라도 조금 얻은 인사라면 손쉽게 정계에 진출하여 국회의원도 되고 장차관에 국무총리까지 됩니다. 그래 가지고서 세상을 자기네 마음대로 요리합니다.
그런 점에서, 검찰 조직 및 그에 속했던 인사들이 한국사회의 개혁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일치단결하여 자기네 특권이 손상되는 일이라면 쌍수를 들고 반대합니다. 우리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조금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수구적 태도입니다.
거꾸로 봅시다. 상황이 이처럼 비극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검찰 개혁을 소망하는 것입니다. 검찰조직문화의 혁신이 없이는 우리사회를 더 이상 민주적으로 바꿀 수 없을 것입니다.
5.
오늘도 많은 시민들이 검찰 개혁을 힘차게 부르짖을 것입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시민의 요구가 쉽게 받아들여질지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 지난 70년 동안 특권을 누려온 최강의 권력자들이 보잘 것 없는 민주시민의 외침에 귀를 기울일 리가 없습니다.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못해 거의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역사적 변화란 늘 무망한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절망이 곧 성공의 시작일 때가 대부분 이었습니다. 지금 당장 검찰이 민주적으로 완전히 개혁되기를 바라는 시민들의 절절한 염원이 하늘에 닿아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눈에는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큰 꿈이 곧 우리의 현실로 바뀔 것입니다.
물만 가득 담긴 큰 독에서 향기로운 포도주가 끝없이 우러났던 2천 년 전 유대 땅의 어느 결혼식 풍경이 생각납니다.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