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박사의 거짓 증언, 지금도 축산농가 피해 영향"

[기획 연재] 소 브루셀라 백신의 감춰진 진실(2)

2020-12-03     박주현 기자
MBN 11월 19일 보도(화면 캡쳐)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2004년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했다는 내용을 사이언스지에 실으며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그에게 '대한민국 최고 과학기술인상'과 상금 3억 원을 수여했다. 

이처럼 줄기세포로 국민들의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유명했던 황우석 전 교수가 그러나 논문조작 사건으로 큰 충격을 안겨주며 나락으로 추락한 것은 15년 전이다. 

2005년 줄기세포 논문조작으로 서울대에서 파면됐다. 논문조작 사실이 밝혀졌지만 16년째 대통령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황 전 교수는 마침내 올 10월 13일 서훈 취소 결정이 나왔다.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졌다”는 이유다. 서훈 취소가 결정됨에 따라 황 전 교수가 받은 상금 3억 원도 반납해야 할 처지가 됐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열흘 내로 상금 3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원칙대로라면 2016년 마련된 법적 근거에 따라 수년 전 서훈이 취소됐어야 했지만 정부는 법 개정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탓에 취소 요청이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누구보다 황 전 교수의 '엉터리 진술'로 30여 년을 브루셀라 백신 진실공방을 벌여 온 백병걸 전북대 전 수의학과 교수는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며 “22년 전 소 브루셀라병 연구가 엉터리라고 검찰에 진술(밀고)하여 난 억울한 옥살이에 망가진 삶 때문에 화가 치솟는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소회를 밝혔다. 

“황 교수만 떠올리면 산산조각 난 브루셀라 백신, 지금도 머리 어지럽혀”

백병걸 교수 2008년 연구모습

황우석 박사와 백병걸 박사, 두 사람 모두 수의학과 교수이자 같은 분야의 학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지만 이처럼 백 전 교수는 지금도 황 전 교수만 떠올리면 그로 인해 산산조각 난 소 브루셀라 백신 연구가 자꾸만 머리를 어지럽힌다고 호소한다. 

수많은 소들의 처참한 도살을 지켜보며 어렵게 연구하여 성공해 낸 브루셀라 백신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항상 소들에게, 농민들에게 죄를 짓고 살고 있다며 황 교수에 대한 원망을 지금도 가슴에 품고 있다. 

2006년 신동아 3월호에서 백 교수는 “황우석 말 한마디 때문에 한국만 치명적인 소 브루셀라가 창궐했다”고 주장해 이목을 끌었었다. 그런데 14년이 흐른 지금도 그의 주장은 여전히 유효하다. 

황우석 박사 논문이 히트 칠 무렵인 2005년 당시 농림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8월 사이 무려 1만 2,721두가 브루셀라에 감염됐다. 감염된 소를 도살하면 정부는 소 소유주에게 보상금을 주었다. 당시 이렇게 나간 예산만 445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브루셀라에 감염된 소는 초기 2000년 1,249두, 2001년 754두, 2002년 845두, 2003년 1,088두, 2004년 5,383두였다. 

그러나 백 교수는 “감염된 소를 땅에 묻는 것이 위생적으로 안전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며 “브루셀라에 감염되는 소가 계속 발생하고 사람도 감염되는 것은 완벽한 감염 세균을 차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2002년 처음 감염자가 나온 이래 브루셀라에 감염된 사람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특히 감염자 중엔 축산업에 종사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황우석 교수 엉터리 진술의 폭발력, 왜?

황우석 전 교수의 논문 조작사건 관련기사들(포털 다음)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브루셀라가 박멸되지 않은 채 커다란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브루셀라 예방 백신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백 교수는 “미국을 비롯, 브루셀라 백신을 사용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에서는 브루셀라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백신과 브루셀라 퇴치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백신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백 교수는 “황우석 박사가 검찰에서 ‘브루셀라 백신은 엉터리’라고 진술한 것이 아직도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백 교수는 1998년 1월 미국산 브루셀라 백신인 ‘RB51’의 종균(種菌·master seed)으로 브루셀라 백신의 국내 적응실험을 했다. 당시에도 국내에선 많은 소가 브루셀라에 감염돼 있었다. 이 백신은 ‘중앙가축전염병연구소’와 ‘한국미생물연구소’를 통해 전국의 소 39만두에 접종됐다. 국내 최초의 브루셀라 백신 접종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1만여 두의 소가 브루셀라 백신 접종 뒤 브루셀라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이후 브루셀라 백신에 관해서는 정부와 학계에서 침묵하며 거론 자체를 금기시 해왔다. 

대법원, “백신 병원성 없다” 판결했지만 지금도 '벌벌', 왜?

백병걸 전 교수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와는 다르게 2005년 11월 대법원은 “백 교수가 연구한 브루셀라 백신이 브루셀라를 유발했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백신에 ‘병원성’이 없다”고 판결하고, 전북대는 백 교수의 직위해제를 취소하고 그를 복위시켰다. 그후 백 교수는 전북대의 해외연수지원 프로그램으로 미국 버지니아주 버지니아 수의과대에서 문제의 백신 RB51을 개발한 슈렉 교수와 함께 브루셀라 백신을 연구했다. 

누구보다 브루셀라 백신에 자신감이 있었던 그는 “1998년 브로셀라 백신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검찰이 내가 연구한 백신을 ‘엉터리’라고 결론짓고 사법처리를 한 데는 황우석 박사의 진술이 역할을 했다”고 지금도 주장했다. 

“당시 황 교수는 백신 사고 후에 검찰에서 전문가로서의 아낌없는 진술로 검사의 기소를 도움으로써 나를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어둠 속에 머물게 했지만 그렇게도 당당했던 그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자신의 논문을 조작함으로써 대학을 떠나 국민의 엄청난 비난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세상사 그 누구가 무엇을 안다 함이던가?”라고 안타까워했다. 

백 교수는 "2006년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주장이 지금도 통용된다"고 말한다. 당시 검찰은 “백신이 1만두의 소를 브루셀라에 감염시켰다”고 발표한데 대해 그는 “사실과 다르다. 브루셀라에 감염된 소는 반드시 즉각 도살해 땅에 묻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검찰이 브루셀라에 감염됐다고 밝힌 이후에도 이들 1만두의 소는 도살되지 않았다. 더욱이 당시 농림부는 이들 소에 대해 ‘항생제 투여’ 대책을 내놓았다. 항생제는 포도상구균에 감염됐을 때 주로 사용된다. 브루셀라에 감염되면 치료약이 없다. 이는 이들 소가 브루셀라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백히 입증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1998년 당시 백신 접종을 받은 소들이 왜 유산이나 조산을 하게 됐는가?”란 물음에 대해서 “브루셀라는 소의 유산이나 조산을 일으키는 여러 병원균 중 하나일 뿐이다. 백신 자체엔 문제가 없었다. 1998년엔 유산이나 조산을 일으키는 다른 병원성 세균에 오염된 백신을 접종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백신 자체의 성분이 브루셀라를 퍼뜨렸고 그 결과로 소들이 유산이나 조산했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당시 중앙가축전염병연구소(중앙)와 한국미생물연구소(한미)는 내가 개발한 백신을 생산해 접종했다. 그런데 ‘중앙’측 백신은 생산과정에서 세균에 오염된 상태였고, ‘중앙’측은 이 오염된 백신을 소에게 접종했다.”고 말했다.

황우석 “RB51백신이 감염 유발” 진술, 지금도 통용?

MBN 11월 19일 보도(화면 캡쳐)

백신 오염 부분에 대해서도는 그는 “한국 정부 당국은 ‘중앙’측 백신과 ‘한미’측 백신의 샘플을 수거해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중앙’측 3개 생산라인(lot·한 lot당 소 10만두 분량)이 각종 세균(Staphylococcus simulans, Ochrobactum anthropi, Bacillus cereus, Bacillus sphaericus·잡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쉽게 말해 ‘중앙’측은 ‘구정물’로 백신을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Bacillus cereus’ 등의 세균이 소의 유산·조산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실린 논문은 2,800편이 넘는다. 반면 ‘한미’측이 생산한 백신은 정상적으로 생산된 오염되지 않은 백신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농림부측 보고서에도 실려 있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황우석 박사가 검찰의 브루셀라 백신 기소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농림부는 1998년 브루셀라 백신 파동 당시 브루셀라 특별조사반을 구성했다. 황우석 박사는 조사반의 2개 분과 중 한 분과인 모니터링반 팀장으로 활동했다. 조사반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이었다. 황 박사는 조사반 중 유일하게 검찰에 출두해 백신이 엉터리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같은 증언은 검찰이 나를 기소한 계기로 작용했다. 검찰의 기소는 대부분 황 박사의 조사 및 증언을 토대로 이뤄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황 박사가 검찰에서 한 진술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황 박사는 1998년 12월을 전후해 검찰에서 진술했다. 브루셀라 백신과 관련된 그의 주요 증언은 다음과 같다. 

‘사실로 믿고 싶지 않지만 중앙과 한미에서 생산 접종했던 RB51의 병원성 복귀 사실이 부분적으로 인정되었고…’(검찰 수사기록 552쪽) ‘중앙과 한미 제품은 어떻게 된 것인지 접종한 제품이 장내, 자궁, 유방에까지 침투하여 태아를 유산시키고…RB51 백신을 접종한 소들 중 일부에서는 명백히 병원성이 나타났다고 생각된다’(556쪽)

‘소의 정상적인 유산·조산율은 5.3%다. 그런데 중앙이 생산한 백신 4로트의 유산·조산율은 40~54.3%였고, 한미가 생산한 백신은 1로트만 접종해 그 비율이 39.8%였다. 정상적인 소에게 예방백신을 맞혔더니 오히려 브루셀라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560쪽)

‘일부 학자는 국내에서 개발한 것이 백신이 아닌 병원균 자체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572쪽) ‘미국산 RB51 백신도 공통적으로 유산·조산을 유발했다’(3184쪽)….” 

“선진국들에선 브루셀라 백신 접종 안전성·효과 입증”

하지만 대법원은 결국 “백신 자체에 병원성이 없다”며 황 박사의 검찰 증언과는 상반된 판결을 했다. 이에 대해 백 교수는 “오염되지 않은 한미 백신과 미국산 RB51 백신도 유산·조산을 유발했다는 황 박사의 조사결과 및 검찰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또 “농림부 측 보고서엔 황 박사팀이 수행한 조사결과도 들어있었으나 대법원은 ‘RB51은 안전하다’는 의견을 채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미국에선 ‘RB51을 임신한 소에 접종하면 5% 정도의 유산율을 보인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는 정상적 유산율과 비슷하다. 다양한 종류의 소에 RB51을 접종해온 미국 등 외국 각지에서 특기할 만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고, 내가 만든 백신은 RB51과 동일하다”고 말한다.

백 교수에 따르면 "황 박사는 1심 재판에선 ‘백신의 병원성 복귀’를 검찰 진술에서처럼 명시적으로 증언하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검찰은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또 백 교수는 “황 박사는 1995년부터 농촌진흥청의 지원으로 소 복제 사업(고능력 한우개발을 위한 핵이식 송아지 생산기반 조성사업·‘영롱이 사업’의 일부)을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그 원인을 ‘불량 브루셀라 백신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 교수는 “황 박사가 ‘백신이 엉터리’라고 검찰에 진술할 무렵 그는 소 복제 사업을 진행 중이었는데 계속 실패했다. 영롱이 발표는 1999년 2월에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황 박사와의 인터뷰를 토대로 출판된 황 박사 관련 저서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다음은 백 교수가 제시한 근거(황 박사 관련 저서) 내용 중 일부다. 

‘영롱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대리모에게 임신시킨 복제 태아는 모두 10마리였다. 이중 1차로 임신한 6마리가 조기에 유산을 하고 말았다. 2차로 임신한 4마리 중 3마리도 불량 백신의 영향으로 죽고 말았다. 그중 하나만 겨우 살아남아 그 영롱한 존재를 세상에 드러냈던 것이다.’(A저서) ‘이어 2차로 임신된 4마리 가운데 3마리는 불량 브루셀라 백신으로 인해 죽고….’(B저서)

황 박사는 영롱이 복제로 세상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영롱이는 ‘최고 과학자 1호’ 황우석 박사를 있게 한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영롱이는  ‘복제된 소가 아닐 수 있다’는 진위 논란에 휩싸였다. 

세계 최초 복제동물 ‘돌리’(복제 양)에 대해서는 다수의 논문이 나왔다. 국내 축산연구소의 복제소도 논문에 발표된 바 있다. 그러나 영롱이에 대해서는 논문이 없고 체세포를 제공한 소의 사진, 체세포를 제공한 소의 세포도 없었다. 서울대 측은 “황우석 박사가 ‘검증할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고 해 영롱이가 복제소가 맞는지 여부는 검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백신, 공개적 재검증하자고 제안했지만 실패"

자료사진

당시 백 교수는 황우석 박사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황 박사의 변호사에게 황 박사와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회피했다는 것이다.

백 교수는 “황 박사가 ‘브루셀라 백신이 브루셀라를 퍼뜨렸다’고 검찰에서 진술해 내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브루셀라 백신은 병원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황 박사의 검찰 진술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황 박사는 소 복제의 계속된 실패를 브루셀라 백신 때문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는 주장을 황 박사의 변호사에게 전했지만 토론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황 박사의 변호사는 '황 박사가 대외적으로 접촉을 끊고 있기 때문에 내가 황 박사의 공식창구'라며 '지금 황 박사는 검찰 수사에만 협조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이라고 백 교수는 말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브루셀라 백신 접종 기피로 막대한 피해가 유발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전세계적으로는 4종의 브루셀라 백신이 여러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는데, 모두 부작용 없이 브루셀라를 퇴치하고 있다"며 "그러나 브루셀라 백신 접종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한국에선 매년 수천마리의 소가 브루셀라 감염으로 죽어 나가고 사람에까지 감염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는 축산농가 피해, 정부 재정 낭비, 전염병 매년 발병에 따른 간접적 피해 발생 등 국가적인 불행”이라고  거즙 강조한다. 

이처럼 백 교수는 “브루셀라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재검증을 실시하자고 제안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백신파동 당시 황 교수가 참여한 특별대책반은 보급된 백신의 국가검정과 안전성검사도 Y회사 자체 검사로 대치된 백신 약 50만 두 중 30만 두가 잡균에 오염되어 있는 사실은 밝혔지만, 그 오염 백신이 유산을 일으켰다는 것과 Bacillus cereus 등 4종의 잡균에 오염된 백신사고라는 언급은 하지 않음으로서 지금까지 예방약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단초가 됐다"고 주장한다. 

오죽했으면 백 교수는 그의 회고록에서 황 교수와의 악연을 이렇게 기록했다. 

백병걸 전 교수

한 달 후 검찰 측의 두 번째 증인은 당연히 황 교수였는데 그 또한 재판에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이럴 수가 있는가?” 검찰에서 수십 페이지의 신문조서를 통하여 검사로 하여금 날 구속토록 죄목을 만들어 준 그가 검찰 측 증인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반 년간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황 교수를 출석시키도록 해주시지요” 판사는 법원 직원에 명하면서 검사석을 바라보았다. 패기에 차 있었던 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판사의 명을 따라야 한다는 제스처를 방청객 누구에겐가 보내는 듯하였다.

증인이 나올 준비가 안 되었다는 말이 법정 어디에서가 흘러 나왔다. 그는 세 번째 재판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그는 엄청난 파워를 가진 듯 피고에 대해 허위 진술한 것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 아니라 아마도 출두명령을 무시하는 것 같았다. 

판사는 “오늘도 황 증인! 출두하지 않았습니까? 강제 소환 조치를 취하고, 다음부터 나오지 않을 때마다 벌금형에 처하세요. 한 달 후 속개합니다” 판사의 음성은 준엄하였다. 그 후에야 황 교수는 5명의 호위무사들을 대동하고 법정에 나타났다. 그땐 그가 24시간 그림자 밀착 경호를 받는 국가 최고의 과학자로 변신되어 있었다.(계속 이어짐)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