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셀라, 사람·애완견·말 노출, 백신접종 서둘러야"

[기획 연재] 소 브루셀라 백신의 감춰진 진실(3)

2020-12-05     박주현 기자
머니투데이 12월 4일 기사(홈페이지 갈무리)

중국 서북부 간쑤성 란저우의 한 백신 생산공장의 부주의로 브루셀라균이 유출돼 1만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제2의 코로나19 사태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인민일보와 글로벌 타임스 등은 '간쑤성 란저우 당국이 지난달 30일 기준 6만 8,000여명에 대한 항체검사 결과 1만 528명이 양성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로이터통신과 신화통신은 지난 11월 5일 중국 정부가 란저우 시민 5만 5,725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 중 6,620명이 브루셀라병에 감염됐다고 보도했다.

외신들 "백신공장 사고, 중국 란저우 10,000 여명 '브루셀라병' 집단감염" 

중국 당국은 이에 앞선 지난 9월 14일 주민 2만 1,000여명을 검사해 3,245명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검사대상을 늘리면서 한 달여 만에 양성반응 주민이 2배 이상 늘어났다.

이 사고는 '중무(中牧) 란저우생물제약공장'이 지난해 7~8월 동물용 브루셀라병 백신 생산 과정에서 사용 기한이 지난 소독약을 쓰면서 일어난 것으로 외신들은 전했다.

브루셀라병은 주민과 근로자 뿐만 아니라 유출기간 피해 지역에 단기 체류ㆍ근무한 사람도 검사 범위에 포함하면서 숫자가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수공통전염병인 브루셀라병은 감염된 동물과 직접 접촉하거나 오염된 공중 물질을 흡입해 감염된다. 그런데 이번 중국의 집단감염은 란저우 생물제약공장이 지난해 7~8월 동물용 브루셀라병 백신을 생산할 때 사용 기한이 지난 소독약을 쓰면서 발생했다.

이들의 부주의로 폐기물이 제대로 살균되지 않아 브루셀라균이 에어로졸 형태로 외부에 퍼졌다는 것이다. 당시 이 지역엔 동남풍이 주로 불었고, 이 뱡향에 있던 란저우 수의학연구소 연구원과 지역 주민들이 대거 감염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편에서 이미 소개했지만 사람이 브루셀라병에 감염될 경우, 발열·피로·두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치사율은 2% 이하로 낮지만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에는 척추염·골수염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치 후에도 증상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중국 우한발 코로나19 감염 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브루셀라 인체 감염 확산은 또 다른 우려와 불안을 갖게 한다. 

더욱이 전북의 한우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장수군 지역이 최근 브루셀라 발병 소가 잦지만 문제 확산방지에 급급할 뿐 대책이나 실상 공개를 꺼려 우리지역도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백병걸 교수, “소와 마찬가지로 애완견, 말도 브루셀라병 검진, 백신 접종 필요”

백병걸 전 전북대 수의대 교수

누구보다 브루셀라 연구에 평생을 바쳐온 백병걸 전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는 이러한 소식들에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는 일찍이 소에서와 마찬가지로 애완견과 말에서도 브루셀라병을 검진한 후에 판매하는 제도와 예방용 백신 접종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백 교수는 “소보다 오히려 애완견은 사람과 밀착 접촉되므로 인체 감염의 우려를 더욱 하지 않을 수 없고, 만약 고가의 말 역시 검진·살처분 한다고 생각하면 그 파장은 상상만 해도 아찔한데 어떻게 이런 엄청난 대가를 치루도록 보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우리나라 종견장과 집단 대규모 사육장에서 브루셀라병의 발생은 심심치 않게 보고되었고, 심지어는 유기견을 포함한 야생동물에서 약 30%정도가 브루셀라병에 감염되어 상재 지역으로 알려진지 오래다”고 밝히는 백 교수는 “이 경우, 퇴치는 결코 용이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백 교수는 “청정국가 지위를 확보한 호주, 뉴질랜드는 'B. abortus19'를 20여 년간 무작위로 예방접종, 모든 동물에서 브루셀라병을 퇴치하였으며, 미국 역시 20여 년간 'B. abortus19'를 접종하다가 1996년부터 'RB51'로 변경 접종하여 최근에는 엘로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 내 소수의 엘크를 제외하고는 완전 퇴치했다”며 “청정국인 캐나다는 미국과의 국경지역에 'RB51'을 사료에 넣어 눈 위에 뿌려 야생동물의 감염을 차단하는 실정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유기견, 집단 사육장 개, 고양이, 쥐, 멧돼지 등의 감염 확산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애완견 브루셀라병이 어린이나 노인에게 감염 위험성이 크다면, 말 브루셀라병은 승마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감염의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브루셀라가 사람에거 전염되었을 경우 “남성에게는 고환염으로 불임의 한 원인이 될 수 있고, 여성에게는 유산의 원인이 되는 법정 전염병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며 “지금까지 소 브루셀라병을 축산당국이 잘 퇴치시켜 주기를 고대했지만 허사였다”고 말한다. 

그는 6년 전 자신이 쓴 회고록에서도 “이제부터는 보건당국(질병관리본부)과 의료계 학자들의 지혜를 모아 사람의 법정전염병으로서 어떻게 대응하고 퇴치시킬 것인가를 중지를 모아 고민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그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백 교수는 강조한다. 

"한우 브루셀라병 확산대처 미흡...한우 청정지역 장수군 전역 위협" 

중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인체 브루셀라 감염이 우리에게도 안전할 수만은 없다. 우리 주변 상황을 다시 들여다보면 취약한 곳이 여전히 많다. 

중국 간쑤성 란저우에서 백신 유출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브루셀라에 감염돼 브루셀라병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전북 장수군 한우농가에서 발생한 소 브루셀라병에 대한 늑장 대처로 집단감염을 막지 못한 방역당국 공무원 3명이 검찰에 송치된 사건은 쉽게 간과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전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7월 전북도 방역부서에서 일하는 공무원 3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는데, 당시 공무원들은 2018년 4월 무주군 한 농가의 한우에 대한 브루셀라병 검사에서 확진(양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이 결과를 늦게 알린 혐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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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당국은 소 브루셀라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바로 통보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공무원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브루셀라병에 걸린 한우가 경매를 통해 장수군의 한 농가로 넘어가 문제가 확산됐다. 

그후 암소가 낳은 송아지가 소 브루셀라병에 감염돼 장수군 농가에서 브루셀라병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장수군은 한우로 유명한 지역이다. 송아지가 브루셀라병에 감염됨에 따라 최근 2년간 장수군 5개 한우농가에서 키우던 100여마리 이상의 한우가 브루셀라병 의심증상으로 살처분됐다. 지금도 많은 축산농가들이 브루셀라 의심증세를 호소하며 불안에 떨고 있다. 

브루셀라병은 사람에게도 발생될 수 있는 전염병이라는 점에서 더욱 중요한 사안이다. 사람 브루셀라병은 국내에선 지난 2000년 8월 전염병 예방법에 의해 3군 전염병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 브루셀라병과 함께 사람 브루셀라병도 늘고 있다. 더욱이 브루셀라병은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는 상황이다.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가축이 발견되면 법에 의해 즉시 살처분해야 한다. 

사람도 브루셀라병에 걸리면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가 어렵다. 치사율은 2% 이하로 비교적 낮지만 척수염, 골수염 등 증상을 유발하고 심장내막 염증으로 드물게는 사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장수군에서 지난해 50마리에 가까운 소가 '인수공통전염병'인 브루셀라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지만, 장수군은 살처분 현황 등에 대해 관련 법령을 내세우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파장이 일었지만 그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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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따르면 장수군에서 지난해 8월 29일에 23마리의 소가 감염돼 브루셀라병으로 진단을 받은데 이어, 9월 9일에는 20마리의 소가, 30일에는 1마리의 소가 진단을 받았다. 이중 9월 9일과 30일에 발생한 농가는 동일 농가로 나타났다. 올해도 브루셀라병 의심 증세를 호소하는 농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소들이 올해 장수지역에 집중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수군 등 행정당국은 감염 농가의 사육두수 현황과 살처분 현황에 대해서는 가축전염병시행령을 내세우며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지역 한우농가 브루셀라병 발생, 초기대응 실패해 여러 농가에 확산” 주장

지난 11월 24일 장수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장수군 농업기술센터 소속 농업정책과, 축산과, 과수과, 농촌지원과 등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장정복  장수군의원은 “지역 한우농가에서 브루셀라병이 발생했을 시 초기 대응에 실패해 지역의 여러 농가에 확산이 됐다”고 지적했다. 

장정복 장수군의원

그는 또 “농림부와 전라북도에 건의해서라도 질병이 발생 확산할 경우 백신을 사용할 수 있도록 건의해 달라”고 주장했다. “지역경제측면에서 사과농가도 어려운데 한우농가까지 어려움에 직면한다면 장수지역 경제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가축 질병 예방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지만 별반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백병걸 교수는 “지금이라도 소 브루셀라 백신을 접종하여 사람과 애완견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양성 목장에서 혈청학적으로 음성인 소는 항체가 형성되지 않아서 감염력이 높으므로 이를 도태 유도하여 식용으로 제공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을 해왔으나 이에 대하여 축산당국은 들은 대꾸도 하지 않았기에 나는 그 실체를 규명하고자 동거우로서 도축되는 한우 20여 두의 가검물에서 균을 분리, 동정시험을 했다”면서 “채취한 가검물에서 분리한 세균을 'AMOS PCR'하였더니 소 브루셀라균(B. abortus)과 미상의 DNA가 검출되었다”고 말한다.

“개 브루셀라병, 소에게 전파됐다는 사실 외국 학술지에 오래 전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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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백 교수는 이에 대해 “영국의 'Veterinary Laboratory'에 가검물과 분리한 균주를 우송하여 분석을 의뢰한 결과, 미상의 DNA는 개 브루셀라균(B. canis)이라고 했으며 이런 사실은 개가 단지 소에게 브루셀라균을 전파시킨 것이라고 안이하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 개가 사람에게 감염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면 간과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곧바로 실험 결과를 미국의 브루셀라 백신을 발명한 S. M. Boyle과 함께 'Zoonoses Public Health[2012,(59)]'에 투고하여 발표했다”면서 “개 브루셀라병이 소에게 전파됐다는 사실을 국내 학술지에 투고해서 일반 국민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래전 외국 학술지에 투고한 이유는 평택목장의 젖소와 임실에서 한우를 대상으로 한 브루셀라 백신 RB51의 국내 최초의 야외 적응시험 결과를 대한수의학회지에 투고했으나, 학회는 나의 실험결과가 수의과학연구소에서 공동으로 수행한 실험자료라며 개인의 연구 성과물로서는 게재할 수 없다고 거절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소 브루셀라 백신파동 사건의 언저리에서 대한수의학회는 브루셀라 파동의 원인 제공자로 호도된 백 교수의 학술활동을 원천적으로 원하지 않았던 원인도 브루셀라 백신을 국내에서 허용하지 않게 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백 교수는 “당시 책상 서랍 속 깊숙이 잠자고 있었지만 그 논문이 국내에서 발표되었다면 소 브루셀라병을 퇴치시키지 못해서 땅에 묻고, 태우는 이런 저런 국가적 피해는 최소화되었을 것”이라며 “소와 애완견 사이에서 브루셀라균의 상호 교차 감염도 문제시 되겠지만 최근 말 사업이 농촌에서 크게 각광을 받고 있음을 고려하건데, 경주마 생산을 위한 사육 농가에서의 브루셀라병에 대한 역학 조사 역시 고려되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인체 브루셀라 환자들이 갈 곳이 없다"는 그의 주장은 지금 중국에서 확산되는 인체 브루셀라가 점점 확산돼 국내로 번졌을 경우를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메시지가 담겼다. 

백 교수는 “인체 브루셀라병 예방은 소 브루셀라병의 완전한 퇴치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예방접종으로 소 브루셀라병을 퇴치해야 한다는 사실을 농림축산식품부가 이제는 그만 받아들이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애완견과 말 브루셀라병도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에서와 마찬가지로 애완견과 말에서도 브루셀라병을 검진한 후에 판매하는 제도와 예방용 백신 접종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계속 이어짐)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