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브루셀라와 30년 싸움 끝나지 않았다"
[기획 연재] 소 브루셀라 백신의 감춰진 진실(1)
연재를 시작하며
2019년 하반기 중국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감염 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공포와 불안의 암운에 가두었다. 2020년 벽두부터 기승을 부리며 지구촌을 언택트(untact)로 몰아 넣은 '코로나19'.
11월 말 현재, 전 세계에서 확진자 6,244만여 명, 사망자 145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괴력의 감염 바이러스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과연 인류는 정체불명의 바이러스에 무력하게 무너지는 것일까?
백신에 유일한 희망을 걸어보지만 회의적이고 암울한 분위기 속에 또 한해가 서서히 끝자락을 향하고 있다. 스산한 바람 탓인지 어둠이 일찍 다가오기 시작한 11월 25일 늦은 오후, 3명의 손님이 찾아왔다.
오래전 언론계에 몸담았었던 손우기 씨가 특별한 두 사람을 전주시 송천동 연구실 겸 카페로 직접 모셔와 소개해 주었다. 두 사람은 바로 백병걸 전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 부부였다. 두 사람 모두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사람들이었으나 그 사실조차 뒤늦게 알게 돼 괜스레 부끄럽고 겸연쩍었다.
백 교수는 소 브루셀라 백신 연구로 유명하다. 30년 넘게 정부와 브루셀라 백신을 놓고 긴 싸움을 벌이며 진실공방을 벌여 온 노학자이다. 백 교수의 아내 박영희 씨는 이 지역에서 벌어진 ‘삼례나라슈퍼 살인사건’ 무죄 청년들을 최초로 밝힌 사람이다. [※관련 기사 동영상 : https://youtu.be/gz1Jql0VW1k ]
굵직한 우리 사회의 이슈들이 두 사람의 삶에 투영된 굴곡진 사연들은 마치 겹겹이 스치는 영화와 드라마의 스토리 같았지만 진실의 실체는 아직도 세상 밖에 완전히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에 <전북의소리>는 두 사람이 오랜 세월동안 마음 속에 간직한 채 아직도 세상에 못다 알린 진실과 억울함의 실체들을 하나하나 찬찬히 파헤쳐 보도할 계획이다.
두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아 보인다. 진실을 밝히려는 두 부부의 노력에 힘을 보태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기획 연재는 우선 백 교수의 소 브루셀라 백신에 관한 진실 투쟁의 논의에서 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선 끝나지 않은 소 브루셀라병 발병과 백신에 대한 정부의 불확신 정책, 백 교수의 일관된 주장과 논쟁에서 출발해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편집자주
브루셀라 연구 전념하며 30년 동안 정부와 싸워온 백병걸 교수의 기구한 삶
“1998년 12월 8일 이른 아침 아파트의 초인종이 울렸다. 아내는 의아해하며 문 쪽을 향해 물었다. '누구세요?', '서울대 황우석 교수입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건장한 체구의 남자들이 짧게 깎은 머리를 들이밀며 '서울지검 수사관입니다. 백병걸 교수 체포영장입니다' 수사관들은 학교 실험실과 집을 동시에 급습하고 구석구석을 마구 뒤지더니 서랍 속 통장을 보고는 '아무것도 없네'하는 실망의 낯빛으로 서울로 연행해 갔다. 그로부터 나는 대학교수로서는 차마 감당키 어려운 외줄타기 인생이 시작되었다.
수감된 후, 검찰 기소장과 수사기록을 읽어 본 후에야 모든 일들이 이미 몇 주 전부터 특수부 검사, 황 교수, 그리고 농림부의 몇몇 관료들 사이에서 주도면밀하게 꾸며진 무서운 음모가 나를 대상으로 이루어졌음을 알게 되었다.
1998년 초봄, 농림부가 무상으로 보급한 브루셀라 백신을 맞은 젖소에서 유산이 속출하자, 축산 농가들의 항의를 덮기 위하여 일명 ‘브루셀라 백신 파동’ 사건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때 한 방송사 기자는 속보성과 신빙성이 한껏 돋보이도록 꾸민 소 유산 사고 소식을 라디오 전파로 연일 내보냈다. 전국의 언론 매체들은 너도나도 그 기자의 보도를 옮기는데 화급을 다투었다. 그렇게 시작된 구금 2개월 후 보석이 결정되고 1심 재판이 3여 년에 걸쳐 계속되었지만 나의 항변은 공허했다.“
전북 전주에서 22년 전 발생한 사건이다. 당시 전북대 수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백병걸(73세) 박사의 삶은 그 후 험난한 여정으로 안내했다. 위 내용은 백 교수가 오래 전 전북도민일보에 썼던 그의 회고록 중 일부 내용이다.
브루셀라(Brucellosis) 소 전염병과 백신을 둘러싼 그의 삶은 기구하지만 아직도 정부와 싸움은 진행형이다.
성병과 유사한 소 브루셀라병은 감염되면 암컷은 유산이나 조산(早産)하는 증세가 나타나고 수컷은 고환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내엔 1950년대에 들어왔다. 브루셀라에 감염된 소는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도살되어 땅에 매립하는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일반적으로 브루셀라병은 브루셀라균에 의한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을 뜻한다. 브루셀라균을 처음 분리한 영국 군의관 데이비드 브루스의 이름을 따 명명된 것으로 소, 돼지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염병이다.
브루셀라균, 북한군의 생·화학전 예상 공격수단 중 하나
그러나 브루셀라는 사람에게도 전파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브루셀라에 감염된 쇠고기나 유제품을 제대로 익히지 않고 먹거나 상처 난 손으로 감염된 소를 만지면 감염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염된 사람은 두통, 근육통이 생기며 척추염, 골수염이 유발될 수도 있다.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브루셀라균은 북한군의 생·화학전 예상 공격수단 중 하나다.
브루셀라는 선진국에선 거의 사라진 전염병이다. 그런데 유독 한국에서만 현재까지 해마다 브루셀라가 발생하고 있다. 제3군 법정감염병으로 분류된 브루셀라.
그런데 지난해 12월 9일, 전북 장수에서 50마리에 가까운 소가 '인수공통전염병'인 브루셀라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지만, 장수군은 살처분 현황 등에 대해 관련 법령을 내세우며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파장이 일고 있다는 보도가 프레시안 단독으로 보도돼 충격을 주었다.
장수군, 지난해 44마리 감염 도축...세부 정보는 공개하지 않아
기사는 “국가가축방역통합시스템(KAHIS)에 따르면 장수군에서 사육중이었던 소 44마리가 법정전염병 2종으로 분류돼 있는 브루셀라병에 감염됐다”며 “브루셀라 발생과 진단일은 지난 8월 29일과 9월 9일, 9월 30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기사는 “이처럼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소들이 올해 장수지역에 집중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수군은 감염 농가의 사육두수 현황과 살처분 현황에 대해서는 가축전염병시행령을 내세우며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뒤 장수군 축산방역팀 이정란 팀장의 발언을 인용해 "해당 감염 농가에서 브루셀라병으로 감염된 소들은 모두 살처분했고, 감염 소들과 함께 사육되던 동거우 역시 모두 살처분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살처분 등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미공개 원칙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는 기사의 내용처럼 아직도 소 브루셀라에 관해 정부와 지자체가 쉬쉬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농도(農道)인 전북지역에서 장수군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 발생해 감염된 소들의 브루셀라병 현황 등이 사실상 '깜깜이' 속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전북지역에서는 임실군과 장수군에서 브루셀라병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들어서도 한우 농가 브루셀라병에 대한 허술한 대처로 집단 감염을 막지 못한 혐의를 받은 방역당국 공무원들이 검찰에 수사를 받기도 했다. 전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전북도 방역부서에서 일하는 공무원 3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지난 7월 21일 밝혔다.
브루셀라병에 걸린 한우, 경매 통해 다른 지역 농가로 넘어가
이들 공무원은 2018년 4월 브루셀라병에 걸린 무주 지역 한 농가의 한우가 타지역으로 팔려 가는 것을 방지하지 못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 결과, 방역기관은 브루셀라병 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온 경우 해당 지자체에 즉각 통보해야 하지만, 이들은 당시 이러한 조처를 제때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뒤늦게 감염 사실을 인지한 지자체가 해당 농가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으나 브루셀라병에 걸린 한우는 이미 경매를 통해 장수의 한 농가로 넘어간 뒤였다.
결국 이 소는 한우로 유명한 장수 지역 농가에 브루셀라 집단 감염을 일으켰다. 이런 폐단으로 인해 최근 2년 동안 100마리 이상의 한우가 브루셀라 의심 증상으로 살처분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방역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이러한 사태가 빚어진 것으로 보고 이들 공무원을 불러 최근까지 경위를 조사해 왔지만 이들 공무원은 브루셀라병 관련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했다며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브루셀라병은 이 외에도 국내 곳곳의 농가에서 발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와 각 지자체들은 국민건강과 직결된 브루셀라 발병 농가 현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거세우,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반쪽 조사...국민 안전한 먹거리 해쳐”
소 브루셀라 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지금도 농림부와 30여 년 간 외롭고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노학자 백 교수다.
70세가 훌쩍 넘은 그는 “지금이라도 백신을 통해 브루셀라를 관리해야 국민이 안전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 그의 주장이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유지돼 온 것은 그의 피나는 연구노력과 성과 등에서 기인한다.
당장 그는 “현재 거세우를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반쪽 조사가 이뤄져 브루셀라 감염 소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거세우는 브루셀라 감염 여부를 조사하지 않는 게 국제관행이며 현재의 살처분 정책이 유효하다”는 농림부와 맞서고 있다.
“정부가 잘못된 방역정책으로 국민을 브루셀라 질병에 노출시키고 있다”는 백 교수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사라진 브루셀라병이 왜 한국에서 60년이 넘도록 근절되지 않고 있는지 안타깝다"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흔들림 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소 브루셀라병을 아시나요?"
브루셀라는 성병과 유사하다. 그런데 정부는 이 병에 감염된 소는 도살해 땅에 묻고 있다. 브루셀라는 사람에게도 전파된다. 브루셀라에 감염된 소고기나 유제품을 제대로 익히지 않고 먹을 때 감염된다.
상처 난 손으로 브루셀라에 걸린 소를 만져도 위험하다. 브루셀라에 걸린 사람은 두통, 근육통 등을 앓는다. 때론 척추염, 골수염으로 병세가 악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가벼운 감기 증상 정도로 그냥 지나가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 브루셀라에 감염된 사람이 훨씬 적게 보고되고 있다는 게 의학계의 진단이다.
문제는 브루셀라는 선진국에서는 사실상 근절된 병이라는 점, 유독 한국에서 브루셀라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감염된 소와 감염된 사람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통계조차 쉬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백병걸 교수는 “한국에서 브루셀라가 박멸되지 않은 채 커다란 피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브루셀라 예방백신이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을 비롯한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선진국들에서 브루셀라 백신을 사용한 후 사라졌다”는 그는 "그런데 한국은 이미 브루셀라 발병률이 1% 이하로 떨어져 백신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고집하는 정부 정책 탓"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유일하게도 살처분 정책이 현 단계에서 더 유효한 정책이라고 믿고 있다"며 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 정책 실무자들과 입안자들은 왜 백신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일까?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브루셀라 백신은 엉터리” 진술 지금까지 파장
이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선 30년 전으로 올라가야 한다. 백 교수는 전북대 수의학과 조교수로 부임한 1983년 브루셀라병이 당시 창궐하면서 수많은 소가 살처분되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소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한탄하는 소 농가 농부들의 모습을 보고 브루셀라 등 인수공통전염병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이 분야에서 국내 어느 학자들보다 오로지 전념하고 또 전념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는 ‘브루셀라에 의한 경제적 손실 최소화 대책 연구’라는 과제로 1997년 제1회 농업기술과학자로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그 후 1998년 1월 미국산 브루셀라 백신인 'RB51'의 종균(master seed)으로 브루셀라 백신의 국내 적응실험을 진행했다. 이 백신은 ‘중앙가축전염병연구소’와 ‘한국미생물연구소’를 통해 전국의 39만두에 접종됐다. 국내 최초의 브루셀라 백신 접종이었다.
그런데 어이 없는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백신을 접종한 소가 유산, 조산 증세를 보인 것이다. '브루셀라 백신 사건'이 당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검찰이 즉각 수사에 나섰다.
당장 백 교수가 검찰 수사의 타깃이 됐다. 검찰은 백신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몰아갔다. 특히 당시 영향력이 컸던 황우석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가 “브루셀라 백신은 엉터리다”고 진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검찰은 허위 공문서 작성, 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백 교수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1만 여 두의 소가 브루셀라 백신 접종 후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백 교수가 개발한 백신은 브루셀라를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브루셀라균을 퍼뜨리는 ‘병원성’이 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백신을 제조한 중앙가축전염병연구소 대표 윤모 씨와 한국미생물연구소 대표 양모 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농림부 공무원들은 중앙가축전염병연구소 윤 대표 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의 브루셀라 파동 수사결과는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농림부는 정부에서 접종을 허가한 브루셀라 백신이 멀쩡한 소를 잡았다는 비난에 직면하자 안절부절했다. 더욱이 접종 허가 과정에서 공무원이 뇌물수수혐의로 처벌되는 것은 농림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이 사건 후 농림부는 브루셀라 백신 접종 정책을 전면 중단했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인해 한국에서 소 브루셀라 백신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대법원 검찰 수사와 다른 무죄 판결, 그런데 지금도 농림부는...
그런데 검찰 수사결과 발표와는 달리 대법원에서는 전혀 다른 판결이 나왔다. 2005년 11월 대법원은 “백 교수의 백신이 브루셀라를 유발했다”는 검찰 수사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백신이 병원성이 없다”고 판결했다.
RB51 백신의 원산지인 미국 질병관리본부에 접종을 한 백신의 여러 샘플을 보내 검사를 의뢰한 결과, “일부 백신이 세균에 오염되긴 했으나, 백 교수의 백신 자체엔 아무 이상이 없다”는 보고서를 받은 게 결정적인 증거였다.
교육부의 중징계위원회도 “혐의가 불분명하다”며 “징계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백 교수는 검찰에 구속된 직후 전북대에서 직위해제 됐다. 그러나 1999년 7월 전북대는 백 교수의 직위해제를 취소하고 복직시켰다. 검찰은 당시 브루셀라 특별조사반 팀장으로 활동한 황우석 교수의 증언을 근거로 백 교수를 무리하게 기소했음이 드러난 셈이다.
당시 서울대 황 교수는 수사 과정에서 “RB51 백신을 접종한 소 일부에서 명백히 병원성이 나타났다”, “정상적인 소에게 예방백신을 맞혔더니 오히려 브루셀라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큰 충격이다”, “일부 학자는 국내에서 개발한 것이 백신이 아닌 병원균 자체를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는 진술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백 교수는 “황 교수의 엉터리 증언으로 30년 넘게 고통을 받았다”며 “ 황 교수가 왜 그랬는지는 아직 미스터리이며 브루셀라 백신 파동의 희생양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또 "검찰은 나를 표적으로 삼았고, 황 교수는 국가 시책에 협조해야 하는 시점에 검찰의 입맛대로 증언해준 것 아닌가 추측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나의 고통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일을 계기로 농림부가 백신 접종을 포기하면서 아직 브루셀라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백신접종, 정부가 아직도 정책으로 채택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점들
정부가 아직도 브루셀라 백신 접종을 채택하지 않은 이유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백 교수는 크게 3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현재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한우는 약 50%에 해당하는 거세우를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주장이다. 브루셀라 감염 소 숫자가 실제보다 적게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브루셀라가 발병한 농장에서 병원성이 발견되지 않은 동거우들은 도축을 해 시장에 유통시키고 있어 이 또한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브루셀라는 잠복기간이 있어서 동거우의 상당수는 혈청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을 뿐 실제로는 브루셀라에 이미 노출돼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셋째, 브루셀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첩경인 백신 접종을 정부가 아직도 정책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한다는 주장이다. 즉 "농림부가 책임 회피를 위해 국민을 위험한 먹거리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백 교수는 주장하고 있다.
백 교수는 이와 함께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청정국 국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서 어디에도 브루셀라 검사에서 거세우를 제외하라는 문구는 찾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현재 유통되는 한우는 50% 이상을 차지하는 거세우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브루셀라 발병 규모가 축소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OIE 규정에서는 브루셀라 청정국에 한정해 거세우를 조사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한국은 브루셀라 청정국이 아니다. 이에 따라 브루셀라 살처분 보상금이 2012년 111억 1,700만 원 이후 2019년까지 8년 간 315억 4,5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루셀라 발생 농가도 매년 줄지 않고 있는 가운데 2006년 4,498가구를 정점으로 줄기는 했지만 매년 발생, 최근인 2018년 63농가 622두, 2019년 52농가 540두가 각각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정부정책 무능으로 국민들 지금도 매일 브루셀라 감염소 먹고 있다”
농림부는 성성숙이 이뤄지지 않은 거세우의 경우 브루셀라를 조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국제 식품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는 주장이다. 국제 기준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거세우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했으며, 2018년 법 개정을 통해 거세우 조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OIE 측에 거세우 조사와 관련해서 서신을 보내 “조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게 농림부의 입장이다. 또 2016년부터 2017년 8월까지 거세우 조사를 실시했고, 브루셀라에 감염된 거세우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농림부 주장이다.
따라서 현재 브루셀라가 발병하면 감염소는 모두 살처분한다. 하지만 브루셀라가 발병하지 않은 동거우들은 신속히 시장에 유통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백 교수는 "이 같은 도태유도 정책은 브루셀라 잠복기를 간과한 잘못된 행정"이라며 "혈청검사로는 100% 브루셀라 감염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잠복기를 거쳐서 브루셀라가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서 동거우를 도축해 유통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20여 년 전 브루셀라 파동 트라우마 때문?
실제로 브루셀라 감염 검사를 통과한 소를 구매했다가 몇 달 뒤 브루셀라가 발병한 농장주의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한 농장주는 자신이 구매한 소의 농장에서 브루셀라가 발병한 사실을 알고 정부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백 교수의 주장과 농림부는 입장이 다르다. 농림부는 이미 브루셀라 감염소는 현저하게 줄었고 살처분 정책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발병률이 2%를 넘어서면 백신 사용을 검토할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발병률이 1% 이하로 떨어져 살처분 정책이 더 효과적인 브루셀라 관리법”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 근절된 소 브루셀라가 한국에서는 발병하고 있으나 마땅한 해결책을 정부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브루셀라에 대한 명확한 실태조사와 처리 현황조차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백 교수는 “농림부는 브루셀라 파동의 트라우마 때문에 브루셀라 이야기만 나오면 손사래를 친다”며 “지금이라도 명명백백하게 브루셀라 실태조사를 벌이고 국민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는 게 해결의 첫 걸음”이라고 주장한다. (계속 이어짐)
/박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