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노동자 탄압하고 지역가입자 무시하는 SK 규탄한다

성명 -민주노총 전북본부,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

2020-11-18     민주노통전북지부
사진=민주노총전북본부 제공

지난해 통신재벌 SK가 케이블방송 티브로드와 합병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누군가는 “대기업 직원이 되니 기분이 좋겠다”고 했지만 지역노동자들은 걱정부터 앞섰다.

SK와 같은 통신재벌들은 케이블방송 설치수리노동자, 망관리노동자들을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하고 고객대면 기술서비스 노동의 특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인당 생산성’을 높이려고 노동자를 쥐어짜고 실적급 위주의 임금체계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노동자와 지역사회는 공동투쟁을 벌였고, 통신재벌로부터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복지향상’이라는 전무후무한 권리를 쟁취했다.

SK는 심지어 노동조합과 정부에 ‘고용안정성 강화를 위해 정규직화 방안 검토하겠다’는 언급까지 공식적으로 했다. 그렇게 지난 1월 정부의 합병 승인이 났고, 4월 합병법인이 출범했다.

그런데 합병법인 출범과 동시에 지역의 케이블방송기술센터에서는 크고 작은 인력재배치가 시작됐다. 이중 중부사업부(천안·아산·세종), 전주사업부를 담당하는 하청업체 중부케이블은 전주에서 천안·아산·세종으로 노동자 8명을 전출보내는 사상 초유의 인사이동을 강행했다.

인사이동을 할 경영상 이유가 전혀 없고, 유선방송 시절부터 지금껏 사업부를 뛰어넘는 인사이동은 단 한 차례도 없었으며, 노동자들의 생활상 불이익이 심각한데도, 모든 노동자가 반대했음에도 사측은 인사이동을 밀어붙였다. 지난 십여 년 동안 세 번의 업체교체가 있었고 고용불안이 발생한 적도 있었으나 전주지역의 노동자들은 단 한 번도 전출된 적이 없었다. 명백한 부당전출이다.

우리 노동자들은 “천안, 아산, 세종에서 노동자가 퇴사해 업무가 밀리고 있다면 그쪽에서 인력충원을 해야 한다”고 했으나 회사는 이유 없이 이런 요구를 거부했다. 또 우리 노동자들은 “과거의 사례처럼 일시적으로 업무량이 급증한 지역이 있다면 일시파견을 가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회사는 거부했다.

마지막으로 우리 노동자들은 “결혼과 가족돌봄 때문에 전주지역에서 출퇴근할 수밖에 없으니 회사가 통근수단을 제공하거나 교통비를 지원해주고 장거리 출퇴근을 고려해 첫 업무와 마지막 업무를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회사는 이 또한 거부했다. 그리고 지난 7월 1일, 조합원 6명을 포함해 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학대’가 시작됐다.

이번 부당전출은 노동인권 탄압이고 합병 조건 위반이자 지역가입자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노동자를 괴롭혀 퇴사를 유도하는 ‘학대해고’는 SK가 약속한 ‘고용안정’도 ‘복지향상’도 아니기 때문이다. 부당전출로 인해 현장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

현장기사 1명이 가입자 6천명을 맡는 실정이고, 일감이 일주일 열흘이 밀린 현장노동자들은 회사와 관리자들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지역가입자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SK 원청에 따르면, 전주지역의 고객서비스는 전국 최하위다. 케이블방송이 가입자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IPTV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과 ‘현장노동자의 발빠른 AS’인데 고객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발해 해지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요컨대 지금의 사태는 SK가 자신의 약속을 어기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구조조정하는 것이며, 요금을 적게 내는 케이블방송 가입자가 떨어져 나가게 유도하는 것이다.

지역케이블방송을 유지강화하고 가입자서비스를 책임져야 하는 것은 원청사업자이자 진짜사장 SK이지만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협력업체 인사권이라 개입할 수 없다” “지역별 적정TO는 협력업체 대표이사의 권한이다”는 변명만 했다.

정부 인허가를 받아 독점적으로 방송통신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연간 수천억, 수조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사업자가 자신이 한 약속을 어기고 반사회적, 반노동적 불법행위를 하는 것이다. 이번 부당전출-구조조정의 주범이 SK라는 것을 SK 스스로 확인시켜준 것이다. 지역노동자를 괴롭히고 지역가입자를 내팽개친 SK가 이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우리 전주지역 노동자들과 지역시민사회는 SK의 잔학무도한 행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SK가 이 문제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지역에서부터 전면적인 불매운동을 벌여나갈 것이다.

2020년 11월 18일

참가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