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하는 여성
백승종의 '역사칼럼'
과거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여성들이 책을 좋아했다. 주로는 양반의 부녀들이었으나 평민들 가운데서도 책을 찾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
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한글로 된 책들이 조선 후기에는 넘쳐났다. 바쁜 일상의 짐을 지고 살면서도 우리의 여성들은 책을 읽어 남몰래 교양을 쌓았고, 거기서 온축된 내면의 힘으로 인생의 고난을 헤쳐 나갔다.
조선의 많은 선비 가문이 청렴을 실천한 것은 실상 여성의 힘이었다. 부정과 부패를 멀리하고 의리와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아내와 어머니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남편과 자식들은 염치와 절개를 지킬 수 있었다. 조금도 과장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공직자들이 부정과 부패의 수렁에 빠지고 만 까닭도 거꾸로 헤아려보면 답이 보인다. 문제의 공직자들에게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가정에는 청빈을 추구하는 어머니도 없고, 정직과 염치를 숭상하는 아내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같이 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해서 모든 것이 여성의 책임이라는 뜻은 아니다. 여성에게 사회적 비리와 모순의 책임을 묻거나 전가하려는 의도는 조금도 없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단 한 가지, 안중근 의사와 같은 큰 인물의 뒤에는 책을 사랑하는 훌륭한 부모님이 계셨다는 점이다. 특히 서리보다 의로운 어머님이 계셨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독서를 통해 교양과 품위를 쌓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아니었다면 어찌 안중근 의사처럼 의로운 아들이 길러졌을까. 세상을 건질 사람은 책을 즐겨 읽는 집안에서 나온다.
※출처: 백승종, <선비와 함께 춤을>, 사우, 2018.
/백승종(역사학자, 전 서강대 사학과 교수, 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겸임교수)